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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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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08_한 여름밤의 꿈 7월 6일은 리투아니아의 국경일이다. 정식명칭은 karaliaus mindaugo karunavimo diena. 1253년 7월 6일은 리투아니아 공국을 세운 리투아니아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국왕인 mindaugas 국왕의 즉위일이다. 국경일 명칭에 mindaugo 라고 쓰이는 이유는 이름이 소유격처럼 쓰이므로 Mindaugas 에서 Mindaugo 로 변형된 것. 사실 그러고보면 리투아니아에는 Mindaugas 민다우가스라는 이름이 정말 많다. 우리때만해도 학생이 그렇게 많았어도 사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것 같은데, 반면 리투아니아에는 이름이 거기서 거기인 대신 성을 외우기가 무척 힘들다. 친구들중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많기때문에 보통은 성으로 구분하기도..
Vilnius 07_성 미콜라유스 교회 Šv. Mykolaujus bažnyčia 빌니우스에서 가장 고요하고 정적인곳이 이곳이 아닌가 싶다. 구시가지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인 Šv, Mykolajus 교회 아무리 한적한 동네라도 사람들이 모이면 시끄럽게 마련인데, 떠들썩한 구시가지 한켠에 이렇게 조용한 장소가 있다는것이 정말 좋다. 오늘은 나름 의미있는 날이었다. 결혼하고 4년동안 정말 열심히 모은 돈으로 우리집을 장만한 것. 그래서 이 교회에 꼭 오고 싶었다. 이곳에는 여행자들의 수호성인이라고 하는 성 크리스토퍼의 동상도 있다. 지나가던 여행자였던 내가 이곳에 남게 된 것은 어쩌면 오래 전 부터 내 마음속에 오늘의 이 느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절대 열리지 않을 것처럼 굳게 닫혀진 이런 문 키가 커진 걸리버는 절대 통과할 수 없는 이런 문. 사람으로 들끓는 모습을 상상하고 ..
Vilnius 06_하우스메이트 주말 빌니우스의 날씨는 정말 좋았다. 덕분에 시내는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노천카페시즌이 된것이다. 하지만 5월이 되면 조금씩 본격적인 도시로부터의 탈출이 시작될 것이다. 연속 3주째 주말마다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겨울내내 방치되있던 가족별장을 정리하러 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월요일부터 찌뿌둥하던 날씨가 금요일 오후를 시작으로 화창해진다. 일기예보상으로는 다음주 목요일오후까지 쭉 흐릴듯. 식당에 있어서는 주말 날씨가 관건이다. 손님이 많아서 도와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기분이 좋은것이다. 일요일은 오늘은 쉬는날이었다. 일손이 부족하지 않게 시간표를 짜놓긴 했는데 날씨가 좋으면 쉬는날이어도 조금 걱정이 된다.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할지 모르지만 오늘은 날씨가 잔뜩 흐렸다. 창가에 잠시라도 앉아 볼 여유가 ..
Vilnius 05_4월의 눈 한국에도 18년만에 눈이 왔다고 하니 리투아니아에 4월에 눈이 온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날씨가 따뜻해지길래 창문에 박아 놓은 못도 뽑고 창틈에 구겨넣은 신문지도 모두 뜯었는데 이렇게 슬쩍 다시 추워졌다. 그냥 장난처럼 내릴것 같더니 눈보라가 친다. 눈이 차곡차곡 쌓일만큼의 기온은 아니라 내리는 족족 얼음처럼 투명해진다. 그나마 지난 주 일요일부터 시작된 썸머타임덕에 날은 추워졌지만 세상은 밝다. 앉으려고 내놓은 의자받침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래도 눈은 나름 견고하게 쌓여있다. 작년에는 4월 말쯤이었던 부활절이 올해는 4월 초다. 다음주가 벌써 부활절인데 눈이 안녹으면 삶은 계란 굴리는 놀이 하려는 사람도 없겠다. 뭐 물론 그 놀이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것 같진 않다. 이렇게 짙은..
Vilnius 04_서점구경 토요일 오전 좋은 날씨에 필받아서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 빌니우스 대학 근처에 위치한 수입서점. 건축,미술,여행,사진등 예술서적들이 대부분이다. taschen 이나 lonely planet 뭐 그런 종류의 책들. 책읽는것보다 책모으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딱인 서점이다. 책장에 꽂아만놔도 폼나는 색감좋은 하드커버에 스타일리쉬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냥 지나가다가 이런저런 사진을 보러 들르긴 하지만 론니플래닛 한권 산것 말고는 구입의 기억이 없음. 이런 백과사전식의 요리책이 5분만에 하는요리, 천원으로 하는 요리 같은 요리서들보다 훨씬 땡기긴 하지만 이런걸 기름튀기고 물튀기는 부엌에 놔두고 요리를 하기엔 정말 비실용적인것같다. 우선 너무 무겁고, 정말 거실에 꽂아놔야할 부류의 책이다. 토요일이라서 아..
Vilnius 03_Salomeja Neris Mokykla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메인스트릿중의 하나인 vokiečių gatvė. vokietis 는 독일인이라는 뜻이다. 멀리 성 코트리나 성당이 보이고 앞에서부터 빙 둘러싸고 있는것은 살로메야 네리스 중학교. 여름이 되면 학교 앞 뜰은 근처 레스토랑들의 노천카페로 이용된다. 일방통행이긴 하지만 차들이 저렇게 다니는데 서버들이 길 건너다니면서 주문받고 서빙하는걸 보면 가끔 아슬아슬하다. 구시가지내의 대부분의 거리가 일방통행이거나 자동차 진입이 아예 금지되어 있거나 그렇다. 그래서 아주 가까운곳도 이리저리 삥둘러서 돌아나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그래서 구시가지내에서는 스쿠터나 자전거 이용이 훨씬 편하다. 물론 날씨가 따뜻할때에만. 식당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할 때가 가끔 있는데 택시기사에게 인간 내비게이션이 되..
Vilnius 02_주말의 빌니우스 주중에는 잔뜩 흐리던 날씨가 금요일 오후부터 화창해진다. 토요일 하루 반짝 따뜻하다가 일요일부터 다시 어둑어둑 추워지는 요즘. 벌써 2주째 이런식이다. 지지난주 토요일에는 영상 12도까지 기온이 올라갔다. 정말 말 그대로 미친듯이 사람들이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작년보다 평균 5도정도 더 추웠던 겨울이었으니 모두들 갑자기 찾아온 봄을 맞이하고 싶었던거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갔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데 갑자기 해 조금 나고 날씨가 따뜻하다고 너도나도 작정하고 집밖으로 나오는것이 이상했다. 하루상간에 텅 빈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찬다고 생각해보라. 모두가 좀비로 느껴질 만큼 이상하다. 한해 두해 지나고 나니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갔다. 삼년 사년 지나고 나니 나도 본능적으로 집밖을 ..
Vilnius 01_빌니우스 걷기 재작년 말에 새해 선물로 받은 다이애나 미니. 두번째 필름을 현상한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바꿔말하면 1년 반 동안 고작 필름 두개를 썼다는 소리다. 매번 헛도는 필름때문에 깜깜한 욕실에서 필름을 다시 끼워넣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우연처럼 현상되어 나오는 이런 사진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한컷에 두장을 담는 기능으로 36장짜리 필름이면 72컷이 찍히는 논리인데 제대로된 72컷의 사진을 가지기위해선 아마 대여섯통의 필름을 더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빛이 들어갔고 한번은 필름을 되감을때 리와인드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것을 깜박 잊는 바람에 이미 한번 돌아간 필름위에 한번을 더 찍었더랬다. 그런 경우에도 솔직히 노출 조절만 잘하면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지만 당연히 노출 조절에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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