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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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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13_우주피스 (Užupis) 지금은 빌니우스의 몽마르뜨로 불리우기도 하는 예술가들, 보헤미안들의 동네 '우주피스 (Užupis)' 이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그럴듯한 명성을 가진것은 아니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구역이라는 낭만적인 이력을 품고 한껏 멋스러워지고 화려하게 소비되는 세상의 많은 구역들이 그렇듯이, 한때는 갱들의 구역이기도 했던 샌프란시스코의 소살리토나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던 뉴욕의 소호처럼 그리고 서울의 합정동이나 연남동, 심지어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공간들이 그렇듯이빌니우스의 우주피스 역시 비싼 임대료를 피해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젊은이들이 자유를 누리며 교류하던 공간이었다. 지금은 그 모든 지역들이 역설적이게도 돈없는 보헤미안들이 터를 잡기에는 턱없이 비싼 임대료의 핫플레이스로 변해버렸다. 빈궁..
Vilnius 12_ 빌니우스의 열기구 바람이 불지 않는 날. 빌니우스 하늘에서 알록달록한 열기구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높은 산도 건물도 없는 환경에 도심에서 고작 이십분 거리에 공항이 있음에도 항공기의 비행이 잦지 않다는 유리한 조건. 올드타운의 심장부에서 이렇게 열기구가 뜨고 내린다는것은 사실 신기한 일이다. 타려는 사람들과 태우려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함 속에서 열기구를 실은 트레일러가 하나둘 모여들고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상기된 표정으로 때를 기다린다. 마치 웨딩 드레스를 정리하는 예식장 직원들처럼 기구를 꺼내 잔디 위에 조심스럽게 늘어 놓는다. 그리고 동시에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데워진 공기에 오똑이처럼 일어난 바스켓에 상기된 표정의 탑승자들이 하나둘 오른다. 이 거대한 풍선은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치열한 모습으로 이륙했다..
Vilnius 09_빌니우스의 겨울 빌니우스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 고개를 치켜들면 벌써부터 무시무시한 고드름이 달려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들이 일방통행인곳이 많아서 보도블럭보다 차도로 걸어다니는게 더 나을정도이다. 두툼한 털 양말속에 바지를 집어넣고 묵직한 등산화를 신어야 그나마 녹아서 질퍽해진 눈 사이를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인데 혹한과 폭설에 길들여진 유전자들이라 높은 겨울 부츠를 신고도 별 문제없이 잘 걸어다니는것 같다. 곳곳이 진흙탕 물인 거리를 마구 뛰어다녀도 종아리에 꾸정물 하나 안묻히던 인도인들의 유전자처럼 말이다.
Vilnius 02_주말의 빌니우스 주중에는 잔뜩 흐리던 날씨가 금요일 오후부터 화창해진다. 토요일 하루 반짝 따뜻하다가 일요일부터 다시 어둑어둑 추워지는 요즘. 벌써 2주째 이런식이다. 지지난주 토요일에는 영상 12도까지 기온이 올라갔다. 정말 말 그대로 미친듯이 사람들이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작년보다 평균 5도정도 더 추웠던 겨울이었으니 모두들 갑자기 찾아온 봄을 맞이하고 싶었던거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갔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데 갑자기 해 조금 나고 날씨가 따뜻하다고 너도나도 작정하고 집밖으로 나오는것이 이상했다. 하루상간에 텅 빈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찬다고 생각해보라. 모두가 좀비로 느껴질 만큼 이상하다. 한해 두해 지나고 나니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갔다. 삼년 사년 지나고 나니 나도 본능적으로 집밖을 ..
Vilnius 01_빌니우스 걷기 재작년 말에 새해 선물로 받은 다이애나 미니. 두번째 필름을 현상한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바꿔말하면 1년 반 동안 고작 필름 두개를 썼다는 소리다. 매번 헛도는 필름때문에 깜깜한 욕실에서 필름을 다시 끼워넣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우연처럼 현상되어 나오는 이런 사진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한컷에 두장을 담는 기능으로 36장짜리 필름이면 72컷이 찍히는 논리인데 제대로된 72컷의 사진을 가지기위해선 아마 대여섯통의 필름을 더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빛이 들어갔고 한번은 필름을 되감을때 리와인드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것을 깜박 잊는 바람에 이미 한번 돌아간 필름위에 한번을 더 찍었더랬다. 그런 경우에도 솔직히 노출 조절만 잘하면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지만 당연히 노출 조절에도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