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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Vilnius 01_빌니우스 걷기



 재작년 말에 새해 선물로 받은 다이애나 미니. 두번째 필름을 현상한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바꿔말하면 1년 반 동안 고작 필름 두개를 썼다는 소리다.  매번 헛도는 필름때문에 깜깜한 욕실에서 필름을 다시 끼워넣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우연처럼 현상되어 나오는 이런 사진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한컷에 두장을 담는 기능으로 36장짜리 필름이면 72컷이 찍히는 논리인데 제대로된 72컷의 사진을 가지기위해선 아마 대여섯통의 필름을 더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빛이 들어갔고 한번은 필름을 되감을때 리와인드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것을 깜박 잊는 바람에 이미 한번 돌아간 필름위에 한번을 더 찍었더랬다.  그런 경우에도 솔직히 노출 조절만 잘하면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지만 당연히 노출 조절에도 실패했다. 무거운 카메라를 싫어하는 나에겐 목에 걸어도 가볍다는것이 우선은 최고의 장점이다. 비슷한 토이 카메라 두세개를 목에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왠만한 전문가용 카메라보다 가벼울거다.  그리고 내가 투자한 시간과 감정의 결과물을 전부 보여주지는 않는다는것이 이 예민한 장난감 카메라의 매력이자 단점일 수 있겠다.  따뜻한 여름, 다이애나 미니를 목에 걸고 시내 곳곳을 산책한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여름이라고해도 결코 분주하지 않은 한적한 거리들은 있기 마련이다.  크고 작은 교회들이 자리잡은 이제는 길을 잃으려고해도 잃어지지 않는 그런 익숙한 거리들.  빌니우스는  걷기에 참 좋은 도시이다. 차가 다닌다고해도 보통은 일방통행이다.  주택과 상업용 건물, 역사 유적들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섞여 있다.  주변국들의 올드타운과 굳이 비교하자면 탈린의 올드타운보다는 덜 아기자기하지만 라트비아의 리가보다는 훨씬 다정하고 바르샤바의 올드타운보다는 덜 인위적이고 크라코프보다는 더 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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