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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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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49_열기구들 오후 8시정도가 넘으면 부엌 창문 너머로 열기구가 보인다. 물론 비가 오지 않는 날에.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다면 흐린 날도 열기구는 뜬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많게는 8개가 넘는 열기구가 동시에 뜬다. 오후 저녁에 빌니우스 하늘에서 열기구를 보았다면 오후 7시 정도에 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빌니우스의 네리스 강을 옆에두고 대성당을 지나 우주피스 (Užupis) 지역을 휘감고 지나가는 도로 근처에서 올려다보이는 언덕, 얼마전 재건을 마친 바르바칸 성벽에서 내려다보이는 풀밭에서 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근처를 찾았던 날에는 날씨가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열기구 두대만 떠오를 채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나 이 열기구는 얼마전에 처음 등장한 형태의 열기구여서 가..
Vilnius 48_기다림의 대열 (Vilnius_2017) 빌니우스의 비는 늘상 지나간다. 지나가지 않는 비가 세상에 어디있겠냐마는 빌니우스의 비는 곧 지나갈것임을 약속하고 지나간다. 곧 지나간다고 하니깐 빨리 지나가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불평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너도 기다리고 나도 기다린다. 누군가는 버스를 놓칠거고 누군가는 좀 식은 피자를 배달할것이고 누군가는 직장에 지각하겠지만 모두가 함께 늦는것이다. 조용히 기다림의 대열속으로 합류하는것. 그것이 낯선 빌니우스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지나가는 비를 함께 기다리는것 만큼의 거대한 공감대는 없는것이다.
Vilnius 47_꽃과 컨테이너 오늘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퇴근하는 친구와 함께 친구네 집에 잠깐 들렀다. 구시가지에 있는 친구네 집 마당에는, 정확히 말하면 여러 가구가 함께 공유하는 작은 중정인데 큰 나무 한 그루가 있고 주위에 작은 돌담처럼 돌려 막아놔서 앉아 있으면 차도 내어오고 맛있는 비스킷도 주고 아이들이 뛰어 놀 수도 있고.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생각이 나면 연락을 해서 들르곤 한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앉아 있다 오려고 했지만 여름 별장에 간다고 해서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다. 러시아의 다챠처럼 리투아니아에도 일반적으로 교외에 작은 시골집같은 썸머하우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여름이 되면 꽃도 심고 샤슬릭도 구워먹고 그러는 곳. 주말도 아닌데 거기가면 내일 아침에 훨씬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함에도 곧 지나가버릴 여름..
Vilnius 46_모두의 하늘, 나의 하늘 지난 목요일 저녁. 고작 10분여의 시간이 흐르는동안 맑았던 하늘이 무너지고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빈번한 풍경이지만 이날의 하늘은 평소와는 달리 훨씬 극적이었다. 아침에 짙은 구름을 드리우며 쏟아지던 폭우로 여기저기 깊은 웅덩이가 패여져있던 구시가지의 놀이터. 다행히 낮동안은 또 날씨가 활짝 개었다. 빌니우스 현지인들은 물론 아이를 동반하고 여행중인 외국인들까지 그리고 운동 기구에서 장난치며 내기를 하는 히스패닉계 청년들까지 마치 금요일 오후처럼 번잡하고 생동감있던 느낌으로 꽉 차있었던 놀이터. 멀리서부터 차츰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 여름 나무들의 무성한 잎사귀가 바람에 여지없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아직 멋모르고 해맑게 놀고 있는 많은 이들을 뒤로하고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곧 비가 내릴것이다. 빌..
Vilnius 45_Stairway to (Vilnius_2017) 길을 걷다가 나무 계단과 칠이 벗겨진 벽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찍었다. 삐그덕삐그덕 소리를 내지 않을까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벽을 파고 들어가는 나무 계단이 참을 수 없게 느껴졌다. 살을 파고 들어가는 발톱이나 아스팔트를 뚫고 뻗어나가는 울퉁불퉁한 나무 뿌리처럼.
Vilnius 44_Dont look back (Vilnius_2016) 타운홀에서 쭈욱 내려와서 대성당까지 가는 길목에 기념품 가게가 많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에는 별 차이가 없다. 바뀌는것이 있다면 아마 노점상 주인들의 옷차림뿐일것이다. 새로운것을 발견할 여지가 별로 없음에도 지나칠때마다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그 풍경에는 새 주인을 기다리는 자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있다. Dont look back 은 아주 오래 전 밥딜런의 콘서트 기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인데 옛 사진을 보다 보니 요새 화두가 된 그의 얼굴이 겹쳐 그냥 제목으로 붙여보았다. 저들중에 누구 하나 갑자기 홱 돌아보면 조금 무서울것도 같다. 특히 파란 성모 마리아.
Vilnius 43_구시가지 타운홀 근처에서 (Vilnius_2016) 바다가 있을 것 같은 풍경.
Vilnius 42_예쁜모자 (Vilnius_2016) 누군가의 머리를 떠나 날아온것 혹은 누군가가 남겨두고 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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