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 (179) 썸네일형 리스트형 Vilnius 13_우주피스 (Užupis) 지금은 빌니우스의 몽마르뜨로 불리우기도 하는 예술가들, 보헤미안들의 동네 '우주피스 (Užupis)' 이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그럴듯한 명성을 가진것은 아니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구역이라는 낭만적인 이력을 품고 한껏 멋스러워지고 화려하게 소비되는 세상의 많은 구역들이 그렇듯이, 한때는 갱들의 구역이기도 했던 샌프란시스코의 소살리토나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던 뉴욕의 소호처럼 그리고 서울의 합정동이나 연남동, 심지어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공간들이 그렇듯이빌니우스의 우주피스 역시 비싼 임대료를 피해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젊은이들이 자유를 누리며 교류하던 공간이었다. 지금은 그 모든 지역들이 역설적이게도 돈없는 보헤미안들이 터를 잡기에는 턱없이 비싼 임대료의 핫플레이스로 변해버렸다. 빈궁.. Vilnius 12_ 빌니우스의 열기구 바람이 불지 않는 날. 빌니우스 하늘에서 알록달록한 열기구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높은 산도 건물도 없는 환경에 도심에서 고작 이십분 거리에 공항이 있음에도 항공기의 비행이 잦지 않다는 유리한 조건. 올드타운의 심장부에서 이렇게 열기구가 뜨고 내린다는것은 사실 신기한 일이다. 타려는 사람들과 태우려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함 속에서 열기구를 실은 트레일러가 하나둘 모여들고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상기된 표정으로 때를 기다린다. 마치 웨딩 드레스를 정리하는 예식장 직원들처럼 기구를 꺼내 잔디 위에 조심스럽게 늘어 놓는다. 그리고 동시에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데워진 공기에 오똑이처럼 일어난 바스켓에 상기된 표정의 탑승자들이 하나둘 오른다. 이 거대한 풍선은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치열한 모습으로 이륙했다.. Vilnius 11_뜨거운 와인과 크리스마스 내일이면 리투아니아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24일 저녁에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 이브 식탁'에 둘러 앉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시작하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이브는 정식 공휴일이 아니었다. 24일이 평일일경우 대부분은 단축 근무를 하고 저녁때에 맞춰 부랴부랴 고향으로 떠나는 식이었는데 작년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가 정식 공휴일이 되었으니 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 당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세컨드 데이까지 합해서 3일간의 휴일이 주어지게 된셈이다. 연간 4주라는 법정 유급 휴가가 주어지는 리투아니아에서 올해는 많은 이들이 쾌재를 불렀다. 23일이 월요일이고 27일이 금요일이니 조율이 가능한 사람들은 지난 21일부터 29일까지 황금연휴를 만끽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다른 나라에서.. Vilnius 10_행운의 말굽편자 어제 아빠 어디가를 보는데 성동일이 아들에게 비가 어떻게 해서 오는지 아냐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헉! 순간 뜨끔했다. 나한테 물어봤으면 난 그 아들처럼은 둘째치고 심지어 매니져처럼 재치있게 비는 호랑이가 장가가면 온다는 대답조차 못했을것 같다. 언젠가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 시험문제에도 등장했을거고 객관식이었으면 상식적으로 답을 골랐겠지만 꼬맹이의 똑부러지는 대답을 듣고 나니 난 구름이 끼면 비가 오지 라는 생각만 줄곧 했지 왜 구름이 생기는지를 주관식으로 물었다면 대답을 못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구름은 그냥 날씨가 안좋으면 끼는 걸로. 헐헐헐 이번 5월에 들어서는 오전 6시만 되도 자동적으로 눈이 떠진다. 물론 곧바로 다시 잠이 들긴 하지만. 햇살이 정말 부서진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바깥은 눈이 .. Vilnius 09_빌니우스의 겨울 빌니우스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 고개를 치켜들면 벌써부터 무시무시한 고드름이 달려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들이 일방통행인곳이 많아서 보도블럭보다 차도로 걸어다니는게 더 나을정도이다. 두툼한 털 양말속에 바지를 집어넣고 묵직한 등산화를 신어야 그나마 녹아서 질퍽해진 눈 사이를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인데 혹한과 폭설에 길들여진 유전자들이라 높은 겨울 부츠를 신고도 별 문제없이 잘 걸어다니는것 같다. 곳곳이 진흙탕 물인 거리를 마구 뛰어다녀도 종아리에 꾸정물 하나 안묻히던 인도인들의 유전자처럼 말이다. Vilnius 08_한 여름밤의 꿈 7월 6일은 리투아니아의 국경일이다. 정식명칭은 karaliaus mindaugo karunavimo diena. 1253년 7월 6일은 리투아니아 공국을 세운 리투아니아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국왕인 mindaugas 국왕의 즉위일이다. 국경일 명칭에 mindaugo 라고 쓰이는 이유는 이름이 소유격처럼 쓰이므로 Mindaugas 에서 Mindaugo 로 변형된 것. 사실 그러고보면 리투아니아에는 Mindaugas 민다우가스라는 이름이 정말 많다. 우리때만해도 학생이 그렇게 많았어도 사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것 같은데, 반면 리투아니아에는 이름이 거기서 거기인 대신 성을 외우기가 무척 힘들다. 친구들중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많기때문에 보통은 성으로 구분하기도.. Vilnius 05_4월의 눈 한국에도 18년만에 눈이 왔다고 하니 리투아니아에 4월에 눈이 온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날씨가 따뜻해지길래 창문에 박아 놓은 못도 뽑고 창틈에 구겨넣은 신문지도 모두 뜯었는데 이렇게 슬쩍 다시 추워졌다. 그냥 장난처럼 내릴것 같더니 눈보라가 친다. 눈이 차곡차곡 쌓일만큼의 기온은 아니라 내리는 족족 얼음처럼 투명해진다. 그나마 지난 주 일요일부터 시작된 썸머타임덕에 날은 추워졌지만 세상은 밝다. 앉으려고 내놓은 의자받침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래도 눈은 나름 견고하게 쌓여있다. 작년에는 4월 말쯤이었던 부활절이 올해는 4월 초다. 다음주가 벌써 부활절인데 눈이 안녹으면 삶은 계란 굴리는 놀이 하려는 사람도 없겠다. 뭐 물론 그 놀이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것 같진 않다. 이렇게 짙은.. Vilnius 04_서점구경 토요일 오전 좋은 날씨에 필받아서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 빌니우스 대학 근처에 위치한 수입서점. 건축,미술,여행,사진등 예술서적들이 대부분이다. taschen 이나 lonely planet 뭐 그런 종류의 책들. 책읽는것보다 책모으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딱인 서점이다. 책장에 꽂아만놔도 폼나는 색감좋은 하드커버에 스타일리쉬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냥 지나가다가 이런저런 사진을 보러 들르긴 하지만 론니플래닛 한권 산것 말고는 구입의 기억이 없음. 이런 백과사전식의 요리책이 5분만에 하는요리, 천원으로 하는 요리 같은 요리서들보다 훨씬 땡기긴 하지만 이런걸 기름튀기고 물튀기는 부엌에 놔두고 요리를 하기엔 정말 비실용적인것같다. 우선 너무 무겁고, 정말 거실에 꽂아놔야할 부류의 책이다. 토요일이라서 아.. 이전 1 ··· 19 20 21 22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