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에 해당되는 글 157건

  1. 2020.11.27 Vilnius 131_터미널 (1)
  2. 2020.11.17 Vilnius 130_ 사람 두 명 (2)
  3. 2020.10.20 Vilnius 129_언제나처럼 10월 (4)
  4. 2020.09.15 Vilnius 128_동네 한 바퀴 (1)
  5. 2020.09.09 Vilnius 127_없어진 가게들 (1)
Vilnius Chronicle2020. 11. 27. 07:00

 

열쇠 만들일이 생겨서 빌니우스 버스 터미널에 있는 열쇠집에 갔다. 만들어서 가져와서 문을 열려고 보니 안 돌아가는 열쇠. 다시 가서 조금 고치고 다시 와서 열고 또 안 열려서 다시 가서 고치고 또 안 열려서 다시 갔다. 열쇠 자체의 미묘한 두께가 문제였는지 열쇠가게 청년은 결국 가져간 원본 열쇠와 같은 제조 회사의 열쇠를 골라 새로 깎아줬다. 그리고서 다행히 문이 열렸다. 터미널에서 가까운 장소여서 왔다 갔다 했어도 그나마 한 시간 가량 걸렸을 뿐이지만 직원은 혹시 내가 또 오면 어쩔까 신경 썼을 거고 나는 계단을 오르며 혹시 또 문이 안 열리면 어쩌지 신경 썼다. 여긴 지하상가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고 터미널의 대합실 뒤로 펼쳐진 보도이다. 내가 등지고 있는 열쇠가게가 이 보도의 끝이고 저 끝이 대합실이다. 열쇠를 깎는 소리가 흡사 치과의 스케일링 하는 소리와 비슷하다.  그 소리를 등지고 팔꿈치를 괴고 침침한 보도와 그곳을 띄엄띄엄 오가는 사람들을 한참 동안 보고 있었다. 사람 구경하는 것은 언제나 재밌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구경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갑자기 그와 내가 네오와 스미스 대원이 빗속에서 떠오르던 것 처럼 붕떠오를것 같다. 버스 출발때까지 별달리 머물 곳이 없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듯 보이는 사람들은 마치 내 열쇠 스케일링 소리에 이끌린듯 보도 끝의 열쇳집에까지 다달아서 가격표가 하나하나 붙어있는 반짝이는 손목시계들을 구경하다 뒤돌아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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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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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레

    루케이의 가방을 샀던 그 곳이구나

    2020.12.20 16:09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20. 11. 17. 04:58

Vilnius 2020

지난해인가 빌니우스 아트 페어에 등장했었던 설인. 얼마 전 집 근처로 이사 왔는데 영구 거주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오전 늦게까지 안개가 짙게 끼는 날이 많아서 안갯속에 휩싸여있는 모습이 사뭇 궁금한데 매번 게으름을 피우다 오후 늦게나 나가서 이렇게 어둑어둑해질 때에야 돌아오게 된다. 설인이 사는 곳은 집 근처에 조성된 작은 공터인데 그늘이 없고 키 작은 묘목들로 가득했던 작년 여름에 비하면 이제 나무도 제법 키가 커지고 아늑해졌다. 소탈한 놀이터 기구 두세 개와 나무벤치가 있다. 뒷모습만 보면 약간 프레데터와 콘의 조나단 데이비스가 생각난다. 다들 별로 신경 안 쓰는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2차 락다운이 시작되었다고 의외로 거리가 한산하다. 때맞춰 나타난 이들이라 왠지 좀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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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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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왁 전 겁이 많아서 어둑어둑할때 지나가다 저거 보면 소스라칠듯! ㅋㅋ

    2020.11.21 23: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20. 10. 20. 16:54

 

 

Vilnius 2020

 

 

이 동네의 발코니는 보통 끽연을 위해 잠시 얼굴을 내밀거나 날이 좋으면 앉아서 볕을 쏘이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수년간 이 건물을 지나다니며 하는 생각이란 것이 술을 잔뜩 마신 사람들이 발코니가 없다는 것을 잠시 망각하고 저 문을 무심코 열고 해장용으로 끓인 뜨거운 홍차와 함께 떨어지면 어쩌지 뭐 그런 종류이다. 평균 연식이 50년은 족히 되는 구시가의 집들 중에는 사실 저렇게 발코니를 뜯어낸 집이 많다. 보통 그런 경우 문을 열지 못하게 안쪽에서 못을 박아놓거나 문 앞에 작은 화분들을 여러 개 세워 놓거나 하는 식이지만 언젠가 한 여름 저 노란 문 한쪽이 활짝 열려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어서 왠지 누가 문을 열고 떨어질 것 같은 상상에 혼자 덜컹한다. 언제나처럼 10월이 되었다. 예상보다 난방이 일찍 시작되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파고 시즌 4도 시작되었다.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보았던 Raise by wolves 시즌 1은 리들리 스콧이 손대지 않은 에피소드부터 심하게 흔들리더니 결국 병맛 드라마로 끝났다. 올해 자주 들었던 음악들의 리스트를 만들었고 브릿팝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요즘 카페 커피가 급 맛이 없어져서 잠시 거리두기를 했고 집에서 몇 종류의 케이크를 구워보며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며 크리스마스에는 레드 벨벳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10월은 약간 그런 느낌이다. 학창 시절 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때. 지하철역까지 이어지는 거리에 알바 구함 같은 에이포 용지가 붙으면 가서 물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일이나 모레까지 붙어있으면 그때 물어봐야지 하며 쉬쉬할 때. 그다음 날 지나가는데 종이가 더 이상 붙어있지 않을 때 눈앞에서 날아간 알바 자리가 아쉬우면서도 이것은 내 탓이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내심 마음이 후련할 때의 그런 느낌. 겨울이 오는 것은 춥고 불편하지만 기어이 이미 10월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생각이 들면 크리스마스까지 두 달간 지속적인 어두워짐을 만끽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에 안도하는 것이다. 겨울은 조금 불편할 뿐이다. 하지만 겉옷에 주머니가 생기니 이제 마스크를 잊을 일이 없게 각각의 코트에 각각의 마스크를 넣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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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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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어이 10월에 발을 들여 놓은지 엇그제 같은데 오늘이 벌써 10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어제 조금 두터운 패딩을 (잠시 망설였으나) 꺼내 입으며 그래도 모자에 달린 털은 몇주간리라도 떼어야지.... 떼어내며 혼자 웃었답니다^^
    겨울에 들어서고 있어요.....
    그저 새로운 계절에 들어서며 그 계절에 맞는 건강 유의에 관한 당부(?) 안부 인사를 하던 시간이 그립네요. 너무 많은 것들을 그저 뭉뜨거려 ‘stay strong, stay safe’ 라 안부 인사 전하는 시절을 우린 함께하고 있습니다^^

    2020.10.31 17: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래도 어쩐지 아직은 영상의 기온이라 좋으네요. 전 왠지 크리스마스만 지나면 아무리 추워도 겨울이 이미 끝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곤 하지요.

      2020.11.27 05:51 신고 [ ADDR : EDIT/ DEL ]
  2. 뜨거운 홍차 잔을 쥔 채 발코니에서 추락하는 노란 셔츠 입은 남자(어째선지 노란 셔츠 입히고 싶음)에 대한 초단편을 써보고 싶은 글입니당

    2020.11.15 18: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왠지 키크고 깡말라서 좀 작은 노란 반팔 티셔츠 입고 있을 것 같은 남자 생각남..이걸 쓰는 순간 스쳐지나간 인물은 노팅힐에서 휴그랜트 룸메이트로 나오는 남자..왜지..

      2020.11.27 05:52 신고 [ ADDR : EDIT/ DEL ]

Vilnius Chronicle2020. 9. 15. 06:00

Vilnius 2020

 

헤집고 또 헤집고 들어가도 끝이 없는 곳. 전부 다 똑같아 보이는 와중에 항상 다른 뭔가를 숨기고 있는 곳. 그곳에 꼭 뭔가가 있지 않아도 되는 곳. 깊숙이 들어가서 몸을 비틀어 되돌아봤을 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곳. 너와 함께 헤매는 모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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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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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번 영원한 휴가님 블로그에 들렸다가 아 포스팅을 한참 들여다 보고 갔던 기억이 나네요. 댓글을 달려하다.... 제 생각이 스스로 정리가 되질않아 혼자 고뇌(ㅎㅎㅎㅎ) 하다 공감 하트만 날리고 돌아갔네요 ㅎㅎㅎ
    ‘너와 함께 헤메는 모든 곳’ 저는 요새 내 헤메는 모든 곳에서의 종착역이 과연 있을까....가 답없는 최대 고민거리 입니다. 영원한 휴가님이 의도한바 없으시겠으나 제게 던진 ‘대질문’ ㅎㅎ

    2020.10.31 17: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20. 9. 9. 06:00

Vilnius 2020

저 쿠폴이 얹어진 건물에는 내가 좋아했던 빵집과 베트남 식당이 있었는데 코로나 봉쇄가 풀리고도 결국 문을 열지 않았다. 먼 발치에서 저 양파돔을 보며 이제는 없는 나폴레옹 케익과 쌀국수 국물을 잠시 떠올렸다. 이곳은 버스터미널 근처의 언덕인데 얼마전에 놀이터가 생겨서 역에 마중나갈일 있으면 잠시 들른다. 그래서 올때마다 항상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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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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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ontamer

    코로나가 정말 많은 것을 앗아가버렸어요 좋아하셨던 빵집과 베트남 식당이 결국 문 안 열었다는 저 문장에 저도 슬퍼집니다 ㅠㅠ

    2020.09.10 17:0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