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 (181) 썸네일형 리스트형 Vilnius 121_마음의 우산 비가 올 것 같은 날 내 머릿속엔 구시가의 우산 지도가 펼쳐진다. 아 거기가서 비를 피하면 되겠군 하는 안심스러운 장소가 몇 군데 있다. 때로는 입이 무성한 큰 나무 때로는 어떤 카페 그리고 이런 곳. 나무는 하늘색 비닐로 된 옛날 우산 같고 카페는 길가다가 돈 주고 사는 우산 같고 이런 곳은 너무 단단하고 결코 부러지지 않을 것 같아 절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질 좋은 검은 우산 같다. Vilnius 120_빵집 마당 해가 점점 짧아 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날들. 날이 밝은 줄도 모르고 켜져있는 전구에 내집도 아닌데 습관적으로 스위치를 찾고. Vilnius 119_골목의 끝 모든곳을 헤집고 다녔다고 생각해도 가보지 않은 곳은 도처에 있다. 깊숙한 끝이 보이는 고즈넉한 좁은 골목안으로 들어가니 그 막힌 거리의 끝에는 어린이 치과가 있었다. 치과에 가면 으례 들리는 그런 음향들과 함께. 뒤돌아서서 나오며 바라보니 거꾸로 들어섰을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저런 통로도 빌니우스에서는 흔하지 않은 구조인데 감옥 복도에 전부 몰려나와 발가벗겨진채 매를 맞으며 검문장소로 몰려가던 헝거의 죄수들이 떠올랐다. 아마 며칠전 옥외 광고에서 마이클 파스빈더를 본 것에서 이어진 연상인것도 같다. 날이 극단적으로 흐릴때. 하늘이 저렇게 파랗지 않을때 다시 가봐야 겠다. Vilnius 118_ 어떤 하늘 가끔은 어딘가 아이바조프스키의 파도를 숨기고 있는 듯한 그런 하늘이 나타난다. 하지만 하늘도 화가난 것은 아니다. 정오의 햇살은 고요하고 땅을 디딛고 서있다는 사실은 감격스럽다. Vilnius 117_오늘 오후 자동차가 없어도 좋을 풍경. Vilnius 116_야외 테이블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풀리고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야외 테이블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테이블 내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식당이나 카페들도 차도를 건너서든 어디든 풀밭이든 테이블이 하나든 둘이든 노천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안으로 들어가기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바깥에 앉을 수 있는 곳이 많아서 편하기도 하고 거리에 잔뜩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만큼 주인 없는 탁자들이 버거운 느낌을 줄 때도 있다. Vilnius 115_청소차 차들이 뜸한 저녁무렵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기계음이 들려서 나가보니 알투디투 삼촌 같은 조그만 자동차가 엄청난 폭우에 힙쓸려 온 그러나 거짓말처럼 물기가 싹 말라버린 흙들을 청소하고 있었다. Vilnius 114_놀이기구 돌리기 유난히도 따뜻해던 겨울을 생각하면 늦은 봄과 여름도 사실 그리 놀랄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렇게 찾아 온 여름의 뜨거움을 탓하기란 쉽지 않다. 근처의 바닥분수와 함께 오후 1시 무렵이면 청량한 카리용 연주로 그 더위를 식혀주는 성당이 있다. 종종 그 음악을 들으며 이 놀이기구를 빙빙 돌리곤 하는데 그럼 제자리에 서 있는 내 머리도 핑핑 돌기 시작한다. 이전 1 ··· 5 6 7 8 9 10 11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