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 (181) 썸네일형 리스트형 Vilnius 129_언제나처럼 10월 이 동네의 발코니는 보통 끽연을 위해 잠시 얼굴을 내밀거나 날이 좋으면 앉아서 볕을 쏘이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수년간 이 건물을 지나다니며 하는 생각이란 것이 술을 잔뜩 마신 사람들이 발코니가 없다는 것을 잠시 망각하고 저 문을 무심코 열고 해장용으로 끓인 뜨거운 홍차와 함께 떨어지면 어쩌지 뭐 그런 종류이다. 평균 연식이 50년은 족히 되는 구시가의 집들 중에는 사실 저렇게 발코니를 뜯어낸 집이 많다. 보통 그런 경우 문을 열지 못하게 안쪽에서 못을 박아놓거나 문 앞에 작은 화분들을 여러 개 세워 놓거나 하는 식이지만 언젠가 한 여름 저 노란 문 한쪽이 활짝 열려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어서 왠지 누가 문을 열고 떨어질 것 같은 상상에 혼자 덜컹한다. 언제나처럼 10월이 되었다. 예상.. Vilnius 128_동네 한 바퀴 헤집고 또 헤집고 들어가도 끝이 없는 곳. 전부 다 똑같아 보이는 와중에 항상 다른 뭔가를 숨기고 있는 곳. 그곳에 꼭 뭔가가 있지 않아도 되는 곳. 깊숙이 들어가서 몸을 비틀어 되돌아봤을 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곳. 너와 함께 헤매는 모든 곳. Vilnius 127_없어진 가게들 저 쿠폴이 얹어진 건물에는 내가 좋아했던 빵집과 베트남 식당이 있었는데 코로나 봉쇄가 풀리고도 결국 문을 열지 않았다. 먼 발치에서 저 양파돔을 보며 이제는 없는 나폴레옹 케익과 쌀국수 국물을 잠시 떠올렸다. 이곳은 버스터미널 근처의 언덕인데 얼마전에 놀이터가 생겨서 역에 마중나갈일 있으면 잠시 들른다. 그래서 올때마다 항상 같은 느낌이 든다. Vilnius 126_누구네 창고 녹슬지 않은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덜 쓸쓸했고 한편으로는 덜 신비로웠던 우거진 창고. 보통 저런 문을 열면 집집마다에 할당 된 작은 창고들이 깊숙한 미로를 통해 쭉 이어져 있다. 지금 집으로 이사를 와서 전 주인의 오래 된 물건들로 가득찬 창고를 기침을 해가며 열심히 치우고나니 정작 그 창고는 다른집 창고였다. 결국 진짜 우리집 창고를 다시 찾아내어 창고가 두개가 되어버렸다. 한 평이 될까말까한 작은 공간이다. 그곳은 자르고 남은 목재, 지인들이 버리려다 준 가구등등으로 현재 빼곡히 들어차있다. 계속 세대가 바뀌고 젊은 사람들에게 임대하는 주택들이 많아지니 많은 창고들이 주인없는채로 버려진다. 심지어 예전에는 딱히 자물쇠를 채우거나 하지도 않아서 집 없는 사람들이 와서 살기도 했단다. 왠지 저 문을 열고.. Vilnius 125_어떤 횡단보도 이 횡단보도는 건너편 현대 미술관에서 진행중인 리투아니아의 오페라 관련 전시회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횡단보도를 보자마자 불현듯 브랑누아 광고에서 류시원이 춤을 추던게 생각이 났는데 막상 떠올리고 보니 건반이 등장한게 맞나 싶었다. Vilnius 124_동네 자작나무 골목 골목을 헤치고 마당안으로 들어서면 생각지도 못한 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보통 지붕너머로 볼록하게 솟아 꽃들이 종처럼 매달린 밤나무가 그렇고 누구집 차고 옆 구석에 무심하게 서있는 라일락이 그렇다. 이 자작나무도 그랬다. 꽤나 컸고 한그루뿐이였고 유난히 하얬다. 제목에 비료자가 들어가는 러시아 노래가 있었는데 정말 찾아내서 다시 듣고 싶다. 예전에 러시아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러시아어 이름을 짓게 했을때 어떤 나이 지긋한 아저씨는 스스로를 비료자라 불렀다. 횡단 열차 속에서 휙휙 스쳐지나가는 수천 그루의 자작나무를 봤겠지만 오히려 사방의 눈과 함께여서 였는지 생각보다 감흥이 없었다. 모처럼 맑았던 날 어느집 마당에서 만난 자작나무는 또 좀 달랐다. Vilnius 123_9월의 그림자는 일주일 이상 흐린 날씨가 지속되고 오전마다 비가 내리며 기온이 떨어졌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걷지 않은 빨래는 젖고 마르고 젖고 축축한채로 며칠을 있다가 운좋게 다시 세탁기로 직행하여 조금은 차가워진 햇살을 안고 말랐다. 나만 생각하면 결국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을 수 있는 날씨가 되었다는 것은 내심 반갑다. 대충 입고 나가서 마음 편히 발길 닿는 아무곳에서나 오래 머물 수 없는 것은 물론 조금 아쉽다. 낮기온이 여름과 비슷하더라도 공기의 속성자체가 바뀐터라 추가로 걸쳐 입은 옷이 부담스럽지 않아서도 사실 편하다. 12월의 홍콩이 그랬다. 패딩을 입은 사람과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더라도 몸에 땀이 흐르지도 한기를 느낄수도 없었던 딱 그런 날.. Vilnius 122_늦여름의 하늘 마치 만화 속 유에프오처럼 한자리에 오래도록 머물러있던 열기구들. 이전 1 ··· 4 5 6 7 8 9 10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