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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9.07.03 Vilnius 97_어떤 성당 (1)
  5. 2019.06.24 Vilnius 96_6월
Vilnius Chronicle2019.07.20 06:00


모든 대상들이 전부 따로 노는 느낌의 풍경이다. 오랜만에 은사님은 만나러 빌니우스 대학을 향했다. 빌니우스 대학의 어학당에서 외국인들에게 리투아니아어를 가르치는 그녀에게서 이곳에 처음 여행을 왔던 그 시기에 18시간 정도의 개인 교습을 받았다. 정확히 딱 18번, 이 정원을 지나 저 높다란 아치를 통과해서 멋들어진 천장 벽화를 지닌 어문학부 사무실에서 이른 아침 꿈 같은 시간을 가졌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오면 빵집에 들러 그날 배운 과일 이름이 들어간 빵과 마트의 홍차 티백을 골라 사들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때가 이른 5월이었다. 분수와 광합성용 의자(?)가 무색하게 요즘의 날씨는 오히려 여름에 들어서기 직전의 쌀쌀한 그 해 5월을 연상케 한다. 다리를 뻗고 앉을 수 있는 저 색색의 의자들은 얹가도 항상 비에 젖어 있다. 기다리는 동안 들를까 했던 대학내 서점은 공사중으로 문이 닫혀 있었다. 구시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통령궁 근처의 빌니우스 대학은 어문학부와 역사학부가 주를 이룬다. 의대, 공대 같은 학부들은 빌니우스 곳곳에 흩어져 있다. 대학 기숙사조차도 멀리 떨어져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어를 배우는 어떤 학생들은 한국의 대학교 내에 기숙사가 있다는 것에 어리둥절해 한다. 빌니우스 대학은 현재의 로마 교황을 배출한 예수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440년 전에 지어졌다. 빌니우스 구시가의 알짜배기 건물들은 보통 예수회 재산이라는 말도 있다. 교회는 항상 돈이 많다. 그 시기 빌니우스에 고등교육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명문가 자제들은 프라하나 크라코프 같은 대도시의 대학으로 유학을 가곤 했다. 유학 갔다가 현지에 정착하는 바람에 인재들이 유출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되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신교에 홀려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예수회는 부랴부랴 대학을 세운다. 빌니우스의 바로크식 성당들도 예수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지어진다. 웅장한 내부, 평범한 사람들이 완전히 압도되고 경도될 수 있는 화려한 연극과 음악들로 성당들은 가득 채워졌다. 중간에 문을 닫고 소유자가 바뀌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현재는 어찌됐든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이름있는 대학으로 남았다. 빌니우스 대학과 성 요한 성당과 종탑이 전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같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선생님을 만나서 근처 카페로 차를 마시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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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9.07.18 17:29


7월들어 내내 평균 15도 정도의 기온, 여름 날씨라고 하기에는 다소 춥지만 걷기에는 최적이다. 간혹 짧은 비가 내리기도 하고 잠시 피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긴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모르는 이와 함께 비를 맞는 것만큼의 절대적인 공유가 또 있을까. 각자 길을 걷다가 마당 입구의 아치 아래에 약속이나 한 듯 모이는 이들, 주섬주섬 우비를 꺼내는 중년의 관광객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하던 이야기를 천천히 이어가는 어떤 여행 가이드, 일행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좀 더 깊숙히 파고들어 남의 집 마당의 사소함을 살펴보는 이들은 담쟁이 넝쿨이 휘감은 건물이 뿜어내는 이끼 냄새에 사로잡히고 방금 막 들어갔다 나온 화려한 성당의 아주 조촐한 뒷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비는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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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9.07.16 21:25


고요한 7월의 아침.  이곳은 이차선 도로이지만 차선 하나는 온전히 트롤리버스를 위한 것으로 일방통행 도로이다. 그래서인지 신호라도 걸리면  더없이 한가롭다. 벽에 고정된 테이블 하나가 쏟아지는 햇살을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지 않으면 방금 막 문을 연 빵집과 카페로부터 흘러나오는 빵 냄새와 음악소리에 계속 흘끔거리게 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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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9.07.03 22:00


빌니우스 구시가에 성당이 정말 많다. 빌니우스 대학 근처의 종탑에 올라 재미삼아 그 성당들을 세어보는 중이라면 성당들이 워낙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탓에 이미 센 성당을 또 세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성당이라면 좀 예외이다. 이는 그들 성당의 무리에서 외톨이처럼 뚝 떨어져서 고고하게 언덕 위를 지키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의 카톨릭 국가 중 가장 꼴찌로 카톨릭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 와중에 정교를 비롯한 다양한 종파가 혼재했고 종교 자체가 금기시되었던 소련의 지배를 반세기 이상 거치고도 연합국이었던 폴란드의 영향 때문인지 구교도들이 절대우위를 차지하는 독실한 카톨릭 국가로 남았다.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왕으로 기록된 민다우가스가 13세기 초반에 왕의 칭호를 얻기 위해 로마 교황으로 부터 개별적으로 세례를 받은 이후 나라 전체가 카톨릭화 된 것은 고작 그로부터 한 세기 반이 지난 1387년의 일이다. 얼추 조선이 건국된 시기와 비슷하다. 세례를 받으면 옷을 준다는 소리를 듣고 대량의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고 그냥 강 속에 몸을 담궜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어찌어찌해서 카톨릭 국가가 되었지만 그러고도 한참동안 리투아니아의 지방 곳곳에는 개종을 하지 않고 이교도로 남은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여기저기 목조 성당들이 생겨났다. 성당이 생겨나면서 학교가 생기고 기록 문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13세기 이전의 리투아니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문서는 거의 없다고 보면된다. 당시 유럽 곳곳에는 이미 으리으리한 성당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의 성당들은 동시대에 유행하는 건축 양식으로 지어지지 못하고 줄곧 지각을 했고 또 전쟁이며 화재로 무너져서 계속 재건을 하다보니 하나의 성당에서도 다양한 시대의 건축 양식이 혼재한다. 그럼에도 지금 빌니우스의 성당들을 보면 가장 두드러진 양식은 바로크이다. 잘 정돈된 성당들의 외관은 거의 닮아있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바로크 성당들을 지금의 형태로 최종적으로 다듬은 사람은 18세기 건축가 요나스 크리스투파스 글라우비차스 라는 사람이다. 무슨 일감 몰아주기의 흔적처럼 정말 그가 거의 대부분의 성당 건축에 참여했다. 건축가 자신은 신교도였는데 일에 있어서는 딱히 종파를 가리지 않았다. 

 성자의 이름이 들어간 성당들의 이름은 비교적 쉽게 외워지지만 아무리 듣고 또 들어도 잘 외워지지 않는 성당들이 있다. 이 건축가가 마무리한 성당 중 난 이 성당이 비교적 고풍스럽고 사실적이라고 느끼는데 항상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언덕 위의 성당이라고 부르곤 했다. '거기 언덕 위에 그 성당 있잖아'라고 말하면 또 대부분은 아무도 이 성당 이름을 모른다. 위치에 걸맞게 이 성당의 이름은 승천 성당이다. 구석구석 자리 잡은 성당의 모퉁이를 돌며 구시가를 걷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빌니우스의 전체를 사랑하지만 사실 복원된 성당들이나 명소들은 지나치게 인위적인 느낌을 줄때가 많다. 그래도 이 성당은 나름 가장 자연스럽다. 그래서일까. 굳건히 닫혀있다. 성당은 구시가 중심에서는 좀 떨어져있고 우주피스에서 근처 언덕을 두리번거린다면 뾰족하게 솟은 두개의 탑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래전에 이 성당 옆에 길다랗게 자리잡은 옛 수도원에 위치한 병원에 지금은 돌아가신 이웃집 할머니가 입원해 계신적이 있다. 병원은 아주 어두컴컴했고 쥐죽은듯 조용했다. 그때 시장에서 훈제 햄과 절인 오이를 사들고 200밀리 짜리 소용량 보드카를 들고 할머니를 방문했었다. 여든을 넘긴 할머니는 몹시 기뻐하셨다. 그것은 음주였다기 보다는 하나의 상징이었으니. 아주 작은 잔에 한 잔씩 나눠 마시고는 누가 볼까 서둘러 보드카 병을 내 가방에 다시 찔러 넣으셨다. 할머니는 유리컵 속에 달걀 거품기처럼 생긴 작은 기계를 넣어 물을 데워 차를 끓여주셨다. 그 보드카 병은 가져와서 비우고 위스키와 바닐라 빈을 넣어 익스트랙트를 만들었다. 그러니 주방 서랍 속의 그 병을 보면 할머니부터 그 성당까지 그리고 이 성당을 보면 할머니부터 그 보드카 병까지 생각이 나는 것이다.

지금은 그 성당 근처의 언덕 기슭에는 고급 주택이 지어지고 있다. 몇해 전 부터 우크라이나인지 벨라루스인지 그쪽 사업가의 건축 부지 매입때부터 정말 말이 많았던 프로젝트이다. 다리 하나를 잘못 지어서 유네스코 문화 유산 지위를 박탈당한 드레스덴 같은 꼴이 날까봐 말이다. 이 정도까지 시공이 진척되었다면 결과적으로 별 문제 없다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누군가는 그럴듯한 파노라마를 가지겠다. 결과적으로 건물이 몇 층까지 올라갈지 모르지만 두개의 탑은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성당에도 언젠가는 다시 빛이 빼곡히 차오를 날이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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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9.06.24 05:30


6월의 오늘은 하지. 1년 중 가장 짧은 밤, 가장 늦은 저녁의 석양과 이별하기 위해 지금 어딘가에선 높게 쌓아 올린 커다란 장작이 불타오르고 곱게 만든 화관들 가운데에 놓인 양초에서 피어난 불빛이 고요한 강 위를 수놓고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늘부터 긴 겨울로 접어드는 이른 여정이 시작된다. 7월은 여전하고 8월이 멀쩡히 남아 있으나 여름은 항상 6월까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6월의 오늘을 기점으로 여름은 이제 막 봄을 떠나왔다기보다는 좀 더 겨울을 향하고 있는 것이 맞다. 6월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어떤 소설들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와 까뮈의 이방인이다. 6월만큼 짧은 이 소설들을 왠지 가장 긴 여름밤을 지새우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6이라는 숫자. 1년의 반, 마치 6개월에 달하는 긴긴 겨울을 지나서 비로소 도달한 여름의 문턱, 그리고 그 문턱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여름이 절정을 이루는 하지가 속해있는 6월. 빌니우스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뻬쩨르부르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뻬쩨르부르그의 6월과 그의 백야는 더더욱 부서질듯 아슬아슬 찬란할 것이다. 백야의 주인공은 모두가 등지고 떠나는 도시 뻬쩨르부르그를 가여워한다. 남겨진 도시, 혹은 그 자체로 어딘가로 이사 가버린듯한 텅 빈 도시를 위해 끝없는 우수에 젖는다. 빌니우스가 그 어떤 폭염으로 신음한다고 해도 까뮈의 소설에 땀처럼 배어서 찐득하게 묻어나는 북아프리카 특유의 기후에 비할바 아니겠지만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몇 날이긴 해도 빌니우스의 어떤 6월도 분명 타들어 간다. 뜨거운 태양 아래를 너무 느긋하게 걷는다면 햇빛은 독이 되겠지만 또 너무 빨리 걷는다면 그런대로 땀을 흘린 나머지 차가운 성당 안에 들어서면 감기에 걸리게 된다는 어떤 구절. 구시가의 말끔히 정돈된 성당들과 비교해서 끝없이 원시적이고 허름하며 뜨거운 여름 앞에 가장 적나라하게 서있는 성당이 한 곳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이방인의 그 구절이 떠오른다.



이 성당은 주중의 일정상 거의 매일 지나치게 된다. 성당의 입구에는 몇 해가 지나도 여전히 시멘트 자루들이 놓여있다. 정리되지 않은 성당 바닥에는 마치 회교 사원을 떠올리게 하는 아라비아 카펫이 규칙적으로 펼쳐져 있다. 방치된 성당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남아있는 성당의 궁륭 사이로 칠이 다 벗겨진 희미한 벽화들이 보인다. 겨울의 이 성당은 기분나쁠 정도로 추웠다. 카펫 근처 어딘가에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 담긴 벽난로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여름의 이곳은 청량하다 못해 으스스하다. 감기가 들 정도로 한 낮의 땀을 식혀버리는 성당에 대한 묘사가 뇌리를 스치지 않을 수 없다. 이 성당의 정원에는 볕을 피할 수 있는 나무 그늘이 그 어느 성당보다 많지만 결국은 공사장처럼 헐벗은 그 성당 내부를 향하게 된다. 그리고 6월의 오늘은 선선하다. 거의 항상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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