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2021. 4. 5. 06:00

Vilnius 2021


대성당과 종탑이 있는 곳은 구시가에서도 저지대에 속해서 그쪽 방향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어떤 거리가 됐든 경사진 길을 통해야 한다. 오른쪽은 리투아니아 국방부의 옆모습이고 정면으로는 새까맣게 타들어간 눈을 가진 버려진 수도원과 그 지붕 너머로는 성당 종탑이 보인다. 왠지 모를 음습함과 삼엄함의 앙상블인 이 짧은 오르막길을 좋아한다. 이 수도원 건물은 빌니우스에 손님이 오면 데려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장소이다. 복원과 재정비가 필요한 대상으로 늘 분류되지만 시 재산이 아니라 특정 종파의 소유물인 경우가 많아서 투자자가 없으면 기약 없이 버려지는 구시가의 많은 장소들에 연민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그런 이유로 그나마 계속 회자되고 부담 없이 눈길을 줄 수 있음에 안도하기도 한다. 세상엔 좋아진다고 해서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들이 많더라. 구시가의 애물단지 같은 장소들은 옛 귀족들의 호화 저택 컨셉으로 재건축되어서 위화감을 주거나 상업용 건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갑자기 대변신을 하고 나타난 친구 모습에 눈 둘 곳을 모르듯 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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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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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21.04.10 23:38 [ ADDR : EDIT/ DEL : REPLY ]
  2. 왠지 모를 음습함과 삼엄함...... 저는 꼭 제 눈으로 보고 싶은 걸요? ^^
    새삼..... 이 포스팅, 영원한 휴가님의 문체에 오늘 또 반하고 갑니다 ^^

    2021.04.22 15: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잘 지내시죠? 요며칠 기온이 엄청 내려간대다 오늘은 우박까지 내려서 저 오르막길을 올랐더라면 음습한 정취가 상당했을거라 생각됩니다..ㅎㅎ

      2021.04.24 06:3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