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5분 거리에 있어서 통계적으로 가장 자주 가는 동네 로스터리 카페. 2년 전에 중국 대사관 옆의 허름했던 건물이 재단장을 하더니 스타트업이 들어섰고 카페도 동시에 문을 열었다. 카페가 정상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물론 최근 1년 사이다. 작년에 생긴 공유 오피스가 카페 내부에서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간혹 가볍게 입고 노트북만 들고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면 약간 대학 동기가 살던 대형 고시원의 휴게실이 떠오른다. 대형 고시원들이 다 그랬던 건지 전기밥솥에 담긴 쌀밥이 기본 옵션이었는데 한동안 친구 준다고 반찬 가져다 놓고 거기서 친구랑 밥을 많이 먹었었다. 이 카페에 아침 일찍 가면 빵을 공급하는 조그만 배달차량이 도착하는데 그 차량이 떠나고 나면 정말 단 시나몬바브카나 라즈베리잼이 들어있는 크러핀과 애플파이 같은 것들을 종류별로 가지런히 담은 쟁반이 카운터 근처에 놓인다. 약간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뽑아서 들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하나씩 집어 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그런 느낌도 든다. 아마 그래서 고시원 생각이 난 모양이다. 이것은 1월 언젠가 먹었던 카푸치노와 셈라. 이 카페의 셈라는 이케아에서 2월의 기름진 화요일 즈음해서 애국적으로 대량 판매하는 셈라에 비하면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맛있다. 이케아의 셈라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자세로 원가를 절감 또 절감한 결과물이라면 이 셈라는 마지막으로 딱 한 개만 더 만들고 이제 지겨워서 안 만들겠다는 구스타프손 같은 사람이 또 자신의 성정을 거스르지 못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느낌이다. 겨울이기에 더 공감이 가는 디저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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