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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겨울을 사랑한다면 3월에도.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어떤 향기가 나는지 심지어 소곤 될 것인지 혹은 박장대소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가고 싶은 카페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옷장의 검은 옷들이 저마다의 검음으로 망설임을 유발하고 기름 종이 한 장 차이의 구름의 채도가 고만고만한 비옷들 사이에서 머뭇거리게 하듯 빌니우스의 몇 안 되는 카페들도 나에겐 그렇다. 극장 앞에 위치한 이 카페는 왜인지 겨울에만 집중적으로 가게 된다. 보통의 카페의 창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상현달처럼 보여주지만 이곳의 넓은 통유리창은 구시가를 향해 미세한 가속도가 붙어 하강하는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을 제법 완전하게 보여준다. 케이블을 붙들고 언덕을 오르는 트롤리버스의 꽁무니를 따라가다보면 소실점에 걸쳐있는 어린 로맹 가리의 동상을 만나게 하는 곳. 공연 시작 전 사람들이 몰려들 때를 제외하곤 눈에 띄는 붐빔이나 혼란 없이 늘 차분한 곳. 어두운 겨울의 이 거리를 가장 따뜻하게 밝히는 것 역시 이 카페의 조명이다. 이 사진은 하루도 안 빠지고 눈이 몰아쳐 내리던 성탄절 전의 12월.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의 두상이 거의 에디 레드메인의 그것에 가까웠다. 사실 봐도 봐도 딱히 좋아지지 않는 배우인데 그 단단하게 마른 형태와 어딘가 침울한 뒷모습은 계속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는다. 3월에 내리는 눈이 그렇게 에디 레드메인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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