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카페 건너편 광장에는 바닥분수가 솟구친다. 광장의 벤치도 잔디도 야외 도서관도 놀이터도 모두 트롤리버스 정거장으로부터 싱그럽게 뻗어나간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이 이미 여름으로의 입장이다. 겨울에는 대체로 광장을 등지지만 그 조차도 절반의 배반에 그친다. 그냥 앉아 있으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트롤리버스에서 굳이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 카페로 온다. 창밖을 무심하게 내다보고 있는 커피가 내가 마실 커피 임에 미소 지으며 커피 한 모금에 몇 겹 너머의 광장을 덤으로 얻는 커피지런한 삶. 좋은 음악, 한 두 뼘 정도의 좋은 문장, 각자의 아침을 향해 걷는 사람들. 이른 아침부터 두 명의 바리스타가 유쾌하게 일하던 날. 주문을 착각한 남자는 의심의 여지 없는 에스프레소를 내밀고 뒤돌아 다른 커피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내 잔을 다시 끌고 가서 남자 동료를 귀엽게 흘겨보며 뽀송뽀송한 우유 거품을 차곡차곡 쌓았다. 에스프레소 샷 하나에 스팀밀크 몇 스푼을 끼얹는 마키아또 잔도 사실 상당히 작은데 극초미니 초코 푸딩으로 인해 거의 점보라떼에 가까워 보인다. 이 카페 메뉴에 표기된 푸딩겔리스 Pudingelis 는 푸딩 Pudingas의 지소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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