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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에스프레소와 에그타르트

 

 
 
이 카페는 처음 갔던 날이 선명히 떠오르는데 2019년 7월 3일이었다. 병원 정기 검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그날 커피를 마시며 정말 오랜만에 전자서점 현금충전을 했었다. 매월 1.2.3일에 현금충전을 하면 포인트를 두 배 주던가 했는데 충전을 해도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아 규칙이 바뀐건가 하고보니 시차 때문에 한국이 이미 4일이었던 것. 그때의 날짜와 시간이 여전히 충전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전자서점은 이제 거의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 빵집은 한창 개업을 해서 사워도우빵에 진심인 컨셉으로 홍보를 많이 했는데 아침에 가면 갓 구운 빵냄새가 진동을 해서 아침마다 들러서 빵을 사게하는 베이커리로는 거듭나지 못했지만 그 후에도 지점 몇 개를 내면서 여전히 살아남았다. 당시엔 브런치 카페가 많지 않기도 했고 도로변이긴 하지만 우거진 야외 공간이 있어서 아마 구시가의 카페들을 답답해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물론 그 야외공간을 야외공간답게 싱그럽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은 1년중 2개월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렇기에 그때 마신 커피들도 그때 나눈 대화들도 진한 여름의 추억을 가진채 선명하다. 이 빵집은 옛날 식기만을 사용하고 홀에 딸린 주방에서 간단한 메뉴들이 뚝딱뚝딱 만들어져 나오는 편안한 곳이다. 내가 이곳을 좋아했던 이유는 사실 딴 게 아니라 당시에는 이곳이 잉글리시 머핀이나 에그타르트를 파는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 빵을 많이 먹는 나라고 어디에나 빵이 있지만 있을법한 것이 없는 경우도 많은 빌니우스이다. 집에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자주 가는 방향이 아니라 중앙역에서 아침 일찍 누군가를 배웅하거나 할때에만 하나의 의식처럼 들르곤 하는데 오랜만에 출근한 식당의 바로 옆집이 공교롭게도 이 빵집이었다. 그래서 간혹 요기를 하러 간다. 하지만 내가 간혹 먹곤 했던 음식인 터키식 수란은 이 지점에선 팔지 않아서 아쉽다.
 
 

 
 
오늘 마신 에스프레소와 타르트. 눈이 확 떠지는 그런 놀랄만한 맛은 아니지만 이 둘은 정말 잘 어울린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시나몬롤은 뭔가 뒤꿈치가 안 맞는 큰 양말처럼 벅차고 카푸치노에 에그 타르트하나는 아직 주문한 음식이 덜 나온 것처럼 뒤숭숭한데 이 둘은 커피 한 모금에 타르트 한 조각이 마지막까지 딱 맞아 떨어지면서 서로에게 깍듯하게 빈 접시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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