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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리가의 어느 카페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아늑하게 느껴진다면 으레 짐작할 수 있는 도시의 일조량이 있다. 햇살을 지워낸 회색 하늘 속에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겨진 달력의 흔적이 있다. 열린 채로 흔들거리지 않는 창문 곁에는 바람이 잠시 고여있다. 테이블 위의 빗방울이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그곳엔 그친 비의 마지막 움직임이 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앉을 곳을 찾고 있다면 이제 곧 피어오를 연기가 있다. 물기를 닦아낸 벤치를 발견했다면 그곳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불건전한 취미를 비벼 끄고 카페를 향했거나 카페와 작별 했을 사람.

리가에서 두번 갔던 이 카페에서는 두 장소가 떠올랐다. 지금은 없어진 동네 티룸과 다르질링에서 들렀던 후덥지근했던 2월의 여행자 카페.


전자인 빌니우스의 티룸은 이 카페와 비슷하게 거리에서 비껴나 여러 주택들로 연결되는 폐쇄된 중정에 있었다. 포석들 사이로는 잡초들이 자라나고 중정과 연결되는 낮은 아치 아래에서 잠시나마 비를 피할 수 있었던 곳. 후자의 여행자 카페는 초보 트레킹 여행자들의 미니 베이스캠프와 흡사했다. 겹겹의 등산복을 반정도만 벗어 몸에 걸친 채 체스를 두던 사람들, 감지 않은 드레드 머리를 늘어뜨린채 명상을 하듯 마리화나를 말던 이스라엘 여행자들, 두꺼운 인도 론리플래닛에 코를 박은채 각자의 고귀한 궁상에 여념 없던 사람들까지.

없어진 곳과 없어졌을지 모르는 공간 사이를 뚫고 나온 기억들이 살아있는 리가의 카페로 자리를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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