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109) 썸네일형 리스트형 비 내린 다음. 윗줄은. 카푸치노와 카사블랑카라는 이름의 도나스. 아랫줄 왼쪽으로부터는. 카페에서 읽으려고 가져 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럽 인상기. 카페 가는 길목에 있는 거리 도서관에 있길래 습관적으로 집어 온 톨스토이의 부활. 카페에 비치되어있던 빌니우스 관련 계간지 순이다. 이들이 모두 우연인데 어떤 면에서는 비교할 구석을 주었다. 따끈따끈한 계간지는 늘 그렇듯이 빌니우스가 발굴해서 기억하고 지켜나가야할 가치가 있어보이는 과거의 것들에 대한 감상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부활은 보통 카츄사와 네흘류도프가 법정에서 조우하는 순간까지는 나름 생명력있는 서사에 사로잡혀 순식간에 읽지만 그 이후부터는 뭔가 새로움을 주입하며 혼자 앞으로 막 내달리는듯한 느낌에 오히려 마음속은 정체된듯 오글거린다. 겨울에 쓴 유럽의 여름 인상기는.. 수집 거리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곳들. 누구나 안 보는 책들을 넣을 수 있고 또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는 일종의 도서 교환함이다. 보통 오래된 교과서들과 소설들, 표지만 딱 봐도 발행연도를 짐작케 하는 그런 책들이 대부분이다. 구시가에서 중앙역으로 가는 길목에 특히 19세기 말경에 지어진 임대용 주택들이 많이 있다. 벽난로로 난방을 하던 시기에 지어진 집들이어서 여전히 장작 태우는 집들이 많다. 이 동네의 거리 도서관에 책이 가득 채워져 있어도 돌아오는 길에 보면 텅 비어 있을 때가 많은데 그것은 누군가에게 그 책들이 땔감용으로 유용하기때문. 리투아니아의 교과서는 학생들이 사용하고 학교로 돌려주는 구조라서 돈 주고 사지 않으면 구하기가 어려워서 쓸만한 교과서는 나도 챙겨둔다. 얼마 전에 가져다 놓은 옛날 4학년.. 10월 입문 짧았던 여름을 뒤로하고 지속적으로 비가 내렸다. 비와 함께 무섭게 추워지다가도 다시 따뜻해지길 몇 번을 반복하다가 9월에 내리는 비들은 아직은 꽤 남아 있던 가을과 그 가을 속에 또 아주 미묘하게 엉겨붙어있던 늦여름을 전부 말끔히 탈탈 털어 헹궈버렸다. 낙엽은 3분의 1 정도 떨어졌다. 난방이 시작되기 전, 이 시기의 집안 공기는 때로는 옷을 잘 챙겨 입고 바깥에 있는 것이 더 아늑하다 느껴질 만큼 야멸차고 스산하다. 정점에 이른 겨울이 풍기는 중후한 낭만과는 또 다른 까탈스러운 매력으로 충만한 시기. 그와 함께 커피는 또 얼마나 빨리 식는지 말이다. 어릴 적 가지고 있던 주니어 고전 전집 리스트를 기준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고전 다시 읽기 축제를 하고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주최자도 참가자도 나뿐인.. 9월 절정 오전에 마시기 시작한 커피가 늦은 오후까지 어딘가에 남아있을 때가 있다. 사실 오후 늦게 새로 커피를 끓일 일이 없기 때문에 그때 마시는 그 의도치 않은 한 모금의 커피야말로 사실상 그 순간을 배경으로 완벽하게 새롭게 편집된 커피이다. 명백히 다 식었으며 심지어 아주 조금 남아있어서 가라앉은 커피 침전물이 입에 들어갈 때도 있으나 아마도 나를 기다려줬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건지 선물받은 느낌으로 마신다. 그래서 웬만하면 남의 찻잔이나 커피잔은 씻지 않게 된다. 어쩌다보니 잊혀졌던 한 모금이거나 잊혀짐으로 가장된 충분히 의도된 한 모금일 수 있기때문이다. 30/8/2021 생각해보면 지난 8월은 이렇다 할 날씨가 없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듯 딱히 취향도 성질도 없는 완전히 정체된 공기 속에서 다 마른 것 같기도 하고 덜 마른 것 같기도 한 질긴 청바지 같은 날씨였다면. 간간히 실수인 듯 햇살을 내비치기도 하며 그렇게 8월이 흘러간다. 지갑 속에 웬일로 동전이 있어서 시장 근처의 오래된 과자 가게에서 과자 몇 개를 사서 돌아왔다. 깨물면 여기저기서 투박한 크림이 삐져나오는 묵직한 커피에 잘 어울리는 옛날 과자. 며칠 계속 비가 왔다. 이성경이 어떤 영화에서 불렀던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와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인상 깊었던 영화 주제곡들을 찾아들었다. 갑자기 이런 노래들이 뜬금없이 생각나는 순간이 있다. 후자는 특히나 옛날 그룹 모노의 메인 보컬과 목소리가 너.. 7월 종료 쓰레기이지만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만 쓰레기인 것과 그저 아름다운 것에 관해 이야기하며 마시는 커피. 7월 중순 일주일간은 매우 무더웠다. 하지만 이 여름이 어처구니없이 짧을 걸 알기에 혹은 서울의 무더위를 (서울에서의 나의 마지막 여름이 15년 전 이었단걸 감안하면 또 지금의 여름과는 비교가 안 될 더위겠지만)아는 나에겐 이곳의 여름은 현지인들의 아우성과는 달리 완전히 견딜만한 종류의 것이다. 몇 번의 비가 가기싫다 버티고 있던 여름을 완전히 몰아낸것처럼 보일때도 있지만 8월에 내리쬐던 어떤 태양을 분명히 기억한다. 대나무 막대기 에스프레소 신도심의 구석진곳에 있던 로스터리인데 얼마전에 구시가에 카페를 열었다. 이 카페 이름이 오래 전 자주갔던 신촌의 음악 감상실과 같아서 그냥 정이 간다. 피칸 파이가 너무 맛있어보여 잠시 뜨거운 커피를 먹을까 망설였지만 처음 온 카페의 신선하고 청량한 여름의 인상을 위해서 계획했던대로 토닉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가능하면 구겨지는 잔이 아닌 깨지는 잔으로 마시는 커피가 더 맛있지만 특히 에스프레소 토닉은 다소 촌스럽기조차한 골진 도톰한 투명 유리잔 이외의 경우를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날씨가 꽤 무덥다가 비를 한번 내리더니 민망할 정도로 서늘해졌지만 잠시 비가 갠 상태에서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태양은 부정할 수 없이 여름 태양이다. 물론 얼음 조각은 다 마시고 난 후에도 한참 머물러있겠지만. 다른 동네 커피 오랜만에 기차 여행. 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게 빌니우스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가장 처음으로 정차하는 역으로의 여행이다. 대략 8분 정도 걸리니 구시가 중심까지 걸어가는 시간이랑 비슷하고 결국 빌니우스인데 늘 올때마다 꽤나 먼곳으로 떠나왔다는 느낌이 든다. 한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빌니우스행 기차를 기다리며 역 근처 슈퍼마켓 건물 뒤쪽 지하에 의심쩍은 모습으로 위치한 카페에 들렀다. 간판에 앵무새가 그려져있는 마틸다라는 카페. 주인은 당황했다. 주스나 잔술 따위를 파는 이 카페는 사실상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낮부터 술을 마시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구비해 놓은 것 같은 커피 기계를 이리 저리 만지더니 거의 15분만에 커피를 만들어냈다. 일주일째 30도가 웃도는 무더위이지만.. 이전 1 2 3 4 5 6 7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