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106) 썸네일형 리스트형 커피들 빌니우스에서 13번의 겨울을 나는 동안 가장 따뜻한 겨울이다. 모든 생명체가 예고를 하고 나타나듯 카페도 예외는 아니다. 카페의 삶도 '이곳에 곧 카페가 생깁니다' 라는 문구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생긴다고 하는 카페가 생기지 않은 적도 있으니 첫 잔을 마주하기전까지는 경건한 마음으로 잠자코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는 열었을까 하고 찾아 갔던 어떤 카페. 사실 구시가의 척추라고 해도 좋을 거리이지만 차량통행이 일방통행이고 반대 차선으로는 트롤리버스만 주행이 가능해서 유동인구가 적고 저 멀리에서 신호라도 걸리면 온 거리가 적막에 휩싸여버리는 거리이다. 건물 1층의 점포들은 대체로 뿌연 회색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누구에게 임대를 해서 뭘 해도 잘 안되니 왠지 건물 주인이 뭐라도 해보겠다고 궁여지책으로 시작.. 커피와 메도브닉 얼마 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케익을 배달해 주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케익 한 조각을 예쁘게 잘 포장해서 배달해주는 곳이 있다면. 당연히 그런 곳은 없다. 생수와 양파 감자등 무거운 것을 집으로 주문하는김에 찾아봤더니 몇 종류의 매우 짐작가능한 맛의 저렴한 케익과 파이들이 보였다. 이 메도브닉도 그 중 하나였다. 바르보라의 디저트 리투아니아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우는 역사 속 인물이 있다. 지그문트 아우구스트라는 대공주와 그의 두번째 부인 바르보라 라드빌라이테이다. 라드빌라이티스 가문은 우리나라로 치면 파평 윤씨나 풍산 홍씨처럼 그 여식을 왕궁에 들인 권세 가문이었다. 바르보라는 아우구스트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비밀 연애를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두번째 부인이 되지만 병으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죽는다. 그 죽음이 며느리를 싫어했던 이탈리아 혈통의 시어머니의 음모라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그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고 그로 인해 대가 끊긴 리투아니아에는 마치 상속자가 없는 거대한 기업에 외부 인사가 수장으로 임명되듯 다양한 유럽 출신의 귀족들을 데려와 왕으로 앉히는 연합국 시대가 열린다. 구시가의 가장 드라마틱한 거리 .. 두 잔의 커피를 지나치며 카페의 테이블이 거리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지만 의외의 햇살과 그림자, 의외의 커피는 어디에나 있다. 그 어떤 빛보다 반가운 1월의 햇살과 함께 여지없이 추위가 찾아왔음에도 여전히 눈은 내리지 않는다. 많은 것이 있다. 이브부터 새해를 넘겨 이어진 긴 휴일의 적막을 뚫고 도로 위에 얕게 흘러내린 비를 훑고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놀이터에는 어른 넷이 들어가고도 남는 커다란 낙엽 자루가 발아래에 놓인 흙과 함께 쓸어 담겨 잔뜩 무겁고 둔해진 나뭇잎들로 반쯤 채워져 덩그러니 놓여 있고 그네질을 멈추게 하던 발길질로 움푹 팬 땅에는 이제 서서히 얼기만을 기다리는 빗물들이 한 꺼풀 고여있다. 물을 뿜고 있는 듯 축축하고 앙상하기만 한 나뭇가지들은 봄의 햇살보다는 오히려 흰 눈을 기다린다. 더 깊은 겨울이 되면.. 오후 4시의 커피 빛이 어둠을 향해 달려간다고 하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날들이다. 아침에 일어나도 점심을 먹고 나서도 저녁을 먹을 즈음에도 주위의 빛깔은 한결같다. 나의 경우 1년을 쪼개고 또 쪼갰을 때 가장 선명하게 남는 것은 겨울이다. 돌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은 여행지에서 그 여행을 마음껏 기다리던 순간의 설레임이 오히려 그리워지듯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떠올리게 되는 풍경은 결국 그 여름을 원없이 열망할 수 있었던 긴긴 겨울이다. 코코아와 카푸치노를 채운 우유 거품이 가장 포근하게 느껴지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향하는 커피 9월의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을때 머리속에 떠오른것은 을씨년스럽고 외롭기 짝이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흑백의 풍경이었다. 그런 풍경이라면 좋았다. 천국보다 낯선에서 에바와 윌리와 에디가 마주한 텅 빈 바닷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생각하니 급속히 바다가 가고 싶어졌다. 9월의 발트해는 12월의 동해 만큼 차갑겠지. 한여름의 붐비는 바다,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뜨거운 모래 사장에서 햇살을 만끽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없으니 어쩌면 다행이다. 신발만 젖지 않았으면 좋겠다. 젖은 양말속에서 불어서 얼어버리는 발가락은 너무 절망적이니깐. 왠만해서는 뭔가를 미리 예약하지 않게 된다. 새벽 일찍 샌드위치까지 만들어서 첫차를 타러 기차역에 갔는데 일반석표가 없다고 했다. 다행히 딱 필요한 명수 만..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 빌니우스는 사실 그다지 작지 않지만 중앙역과 공항이 구시가에서 워낙 가까워서 구시가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겐 작고 아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중앙역에 내려 배낭을 매고 호스텔이 있던 우주피스의 언덕을 오르던 때가 떠오른다. 한때는 꾹꾹 눌러쓴 연필자국처럼 짙고 선명했던 여행의 많은 부분들은 이제 서너장 넘긴 공책 위에 남은 연필의 흔적처럼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역에 내려 처음 옮기는 발걸음과 첫 이동 루트는 한 칸 들여쓰는 일기의 시작처럼 설레이고 선명하다. 몇 일 집을 떠나 머물었던 동네는 공항가는 버스가 지나는 곳이었다. 낮동안 오히려 더 분주하게 날아다녔을 비행기이지만 막 이륙한 비행기인지 착륙을 시도하는 비행기인지 그들이 내뿜는 굉음이 오히려 밤이 되어 한껏 더 자유분방해진채로 어둠을.. 나의 커피와 남의 커피 개학전에 벼락치기로 일기장을 채워야 한다면 날씨란에 어떤 날씨를 적을까 순간 멈칫하곤 했다. 일기를 검사하는 선생님이라고 해서 그날의 날씨를 알았을까 생각하면 결국은 참으로 순진무구한 어린시절이었구나 생각한다. 정말 기억에 남았던 날에 대한 일기만을 아주 정성스럽게 적을 생각이었다면 날씨는 물론 입었던 옷 조차 힘들이지 않고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 다름이 아니라 근래에는 가끔 마시는 커피마다 너무나 맛있어서 커피 일기를 쓰라고 한다면 벼락치기라도 그 커피의 날씨를 다 기억해낼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커피의 온도는 물론 커피의 색상부터 그 모든 배경이 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이번 여름에는 에스프레소를 시키며 얼음을 채운 유리잔을 따로 부탁하곤 했다. 커피잔의 반 정도 채워진 고귀한 커피에 설탕을 넣어.. 이전 1 ··· 4 5 6 7 8 9 10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