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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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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오늘은 11월 날씨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진작에 마쳤는데 이즈음 날씨가 원래 이랬나 싶을 정도로 느릿느릿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겨울. 마치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설 채비를 하다가 가까스로 잊은 겨울을 떠올리고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가지고 나올까 신고 들어갈까를 생각하다 지체 되어버린 시간처럼. 너무 따뜻하다는 방정맞은 말로 아직 서두르지 않는 이 추위를 앞당길 생각은 없다. 늘상 그런 말들은 댓가를 치르곤 하지. 하늘은 조금씩이지만 능청스럽게 검어진다.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를 열기를 툭툭 건드리며 살살 돌려서 빼낸 전구다마를 서랍 속에 넣어 놓고 침침해진 방 한가운데에 서있는 느낌. 이곳의 날씨는 나를 아주 단순하게 만든다. 조금씩 지하 터널로 미끄러져 들어가듯 짧아지는 낮을 떠올리다 고작 한 달 앞으로 다가 ..
바다를 향하는 커피 9월의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을때 머리속에 떠오른것은 을씨년스럽고 외롭기 짝이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흑백의 풍경이었다. 그런 풍경이라면 좋았다. 천국보다 낯선에서 에바와 윌리와 에디가 마주한 텅 빈 바닷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생각하니 급속히 바다가 가고 싶어졌다. 9월의 발트해는 12월의 동해 만큼 차갑겠지. 한여름의 붐비는 바다,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뜨거운 모래 사장에서 햇살을 만끽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없으니 어쩌면 다행이다. 신발만 젖지 않았으면 좋겠다. 젖은 양말속에서 불어서 얼어버리는 발가락은 너무 절망적이니깐. 왠만해서는 뭔가를 미리 예약하지 않게 된다. 새벽 일찍 샌드위치까지 만들어서 첫차를 타러 기차역에 갔는데 일반석표가 없다고 했다. 다행히 딱 필요한 명수 만..
흔들린 커피 10월의 어느 날 마셨던 커피들의 향기가 유독 진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포터필터 가득히 담겨지는 균일하고도 포실포실한 커피 가루들처럼 마음속으로는 앞으로 할 수 있을 법한 내가 아직 모르는 이야기들에 대한 단어들과 상상들이 차곡차곡 쌓여갔고 우유저그를 갖다 댄 스팀 파이프에서 순식간에 쏴하고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처럼 지나고 나서야 마음 놓고 회상 할 수 있을 순간들에 대한 인내와 아련함도 동시에 늘어만가던 시간들. 추출되는 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다 담아내고 나니 어느새 11월이 되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감동적인 영화들이 보고 싶어졌고 어떤 영화들은 조금씩 머리밖으로 꺼내서 회상하고 싶어진다. 조금씩 스멀스멀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시기. 이미 시작된 난방이지만 아직..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 빌니우스는 사실 그다지 작지 않지만 중앙역과 공항이 구시가에서 워낙 가까워서 구시가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겐 작고 아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중앙역에 내려 배낭을 매고 호스텔이 있던 우주피스의 언덕을 오르던 때가 떠오른다. 한때는 꾹꾹 눌러쓴 연필자국처럼 짙고 선명했던 여행의 많은 부분들은 이제 서너장 넘긴 공책 위에 남은 연필의 흔적처럼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역에 내려 처음 옮기는 발걸음과 첫 이동 루트는 한 칸 들여쓰는 일기의 시작처럼 설레이고 선명하다. 몇 일 집을 떠나 머물었던 동네는 공항가는 버스가 지나는 곳이었다. 낮동안 오히려 더 분주하게 날아다녔을 비행기이지만 막 이륙한 비행기인지 착륙을 시도하는 비행기인지 그들이 내뿜는 굉음이 오히려 밤이 되어 한껏 더 자유분방해진채로 어둠을..
커피기계 지난 달에 아트 빌니우스라는 행사가 열렸다. 도서 박람회가 열렸던 그 리텍스포라는 행사장으로 날이 좋아서 바람도 쐴 겸 움직였다. 리투아니아의 갤러리들이 개별 부스를 차리고 소장 작품을 전시하는데 원한다면 누구나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는 전시회이다. 1층 홀에 돌체구스토가 자체 카페를 차렸는데 행사장 한 켠에 3D 프린터로 프린트한 돌체구스토 머신들을 전시해놨길래 인상적이어서 한 컷. 캡슐커피기계는 동네 마트에도 팔아서 사실 눈으로는 익숙했지만 실제적으로 캡슐커피를 마셔 본 적도 없고해서 낯설게만 느끼다가 이번에 서울에서 동생이 사은품으로 받아 온 머신을 잠시 써 볼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친척언니집에 놀러 가면 발을 들여놓는 동시에 센서가 달린 듯 작동되던 머신과 커피 냄새가 이제는 추억으로 남았다. ..
겨울의 카페 케익의 첫인상은 항상 작다. 스모 선수를 보지 않아도 그는 거대할것이라 짐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맛없을 케익도 그는 항상 작게 느껴진다. 그 케익을 커보이게 하는 유일한 존재는 작은 데미타세 잔이다. 작은 에스프레소가 가져다 주는 희열이라면 어떤 케익을 먹어도 보통은 그 보다는 크다라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케익을 다 먹었는데도 커피가 남아있는것이 싫다. 커피가 부족하다고 느끼는것이 훨씬 더 정당하다. 커피는 새로 마시면 되니깐. 겨울의 카페는 두 종류이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가는 카페가 늘 그렇듯 그 중 하나이겠고 하나는 단지 추워서 들어가는 카페이다. 오후 8시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중. 이대로 집까지 걷다간 죽을 것 같아 몸을 좀 녹이기 위해 카페에 들어갔다. 물론 장갑을 벗고, 모자를 제..
커피 매거진 두 권 지난 여름에 사서 본 커피 매거진 두 권. 시간이 얼마 흐른 것 같지 않은데 그때 잡지 읽으면서 마신 커피들이 꽤나 오래 전 녀석들처럼 아련하다. Drift 는 뉴욕에서 6개월마다 발간되는 커피 잡지이다. 한 도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최근에 6호 멕시코 시티 편이 발간됐는데 내가 산건 5번째 도시 멜버른편이었다. 딱히 멜버른편이 궁금했다기보다는 이미 그 전 호들은 거의 절판되었고 아마존에서 중고도 비싸게는 200 파운드까지 거래되고 있었다. 반면 멜버른편은 가장 최근호였기에 5파운드 남짓에 중고로 구입할 수 있었다. 아마존에서 중고로 뭔가를 구입해도 새 것인 경우가 많은데 비오는 날 우체국에서 잡지를 수령해서는 무거운 물건이 담기면 바닥에 쓸리는 유모차 바구니에 넣고 끌고 다니다가 천가방 안으로..
커피들 이 카페에는 파묻혀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소파가 있다. 빌니우스에서 소파 감자가 아니라 소파 커피가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카페이다. 책이든 잡지든 이만큼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가면 보통은 다 읽어내게 하는 마법의 소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소파 자리를 항상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때엔 높은 의자가 놓여진 창가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 구경을 할 수 있다. 한국과 리투아니아의 시차가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어난 어제, 항상 그렇듯 온 종일 비가 내렸다. 커피 빛깔 만큼이나 익숙해진 어두컴컴한 낮의 빛깔, 어찌됐든 리투아니아의 이런 날씨를 사랑한다.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혼자서 앉기엔 좀 미안한 가장 넓은 자리에 앉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동석한 낯선 이들과 짧게 나마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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