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_2017)
어제 티비에서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라오스의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은 체구의 사람들이 질퍽한 진흙탕길을 걸어 들어가 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는 빽빽한 커피 나무 숲에서 허리춤에 큰 광주리를 차고 하루종일 커피 열매를 딴다. 여인들은 울긋불긋한 커피 열매를 채반에 넣고 근처 개울에서 흔들어 씻으면서 쓸만한 콩들을 분류해 햇볕 아래에서 말렸다. 골고루 잘 마를 수 있도록 몇십번을 뒤집으며 또 분류해서는 자루에 담아 작은 트럭에 싣는다. 갑자기 내린 비로 여기저기 움푹 패인 1 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움직이는데 다들 밀고 끌며 급기야는 바퀴가 걸린 트럭을 견인하러 다른 트럭이 도착해서야 긴긴 작업은 끝이났다. 말린 콩은 장작위의 커다란 드럼통속에 넣고 장작을 지피고 물로 불세기를 조절하며 2시간 가량 뜬눈으로 볶는다. 다행히 드럼통은 기계 엔진으로 돌아갔다. 50세 나이의 남자는 경력이 40년이었다. 방송은 힘들게 일해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착취당하거나 하는 사람들의 자기연민을 조명하진 않았다.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긴 했지만 나름의 열정과 자부심으로 가득차 보였다. 저렇게 평생을 커피나무에 붙어서 손이 부르트도록 커피열매와 씨름하는 그들에게 커피 한잔을 어떤 의미일까. 유명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려면 하루 일당의 반을 써야하는 그들에게 커피가 꼴도 보기 싫은 지긋지긋한 어떤것이면 어쩌지. 비록 반토막이 나고 화해도 타협의 여지도 두려고 하지 않고 몰상식이 상식이 되어버린 나라여도 최소한 커피 한잔 마시는 호사를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이곳에서 태어난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하나.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때 드디어 그들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사오정 머리 보다 더 길고 깊은 잠자리채 같은 천 필터속에 스스로 따고 씻고 말리고 볶고 분쇄한 원두를 가득넣고 라면 네개는 족히 끓일수 있을것 같은 투박한 냄비에 펄펄끓는 소나기 같은 물로 커피를 내리고는 깡통을 뜯어 연유를 부어 섞었다. 작고 투명한 유리컵 속의 커피는 진흙탕에 고여있던 물색깔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달콤했으리라.
사진속 카페는 경복궁 영추문 건너편의 카페인데 이번에 우연히 발견해서 2번을 더갔다. 나중에 왔을때도 그 자리에 계속 있었으면 하는 카페를 발견하고 가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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