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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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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농담 2 문을 연 빵집이 있어서 나폴레옹 한 덩어리를 사와서 커피를 끓였다. 커피를 섞고 달리 스푼을 놔둘 곳이 적당치 않을때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10명의 사람이 차를 마시는데 그 중 러시아인이 누군지 알고 싶으면 바로 스푼을 담근 채로 차를 마시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이야기. 그런데 그 10명 중 아무도 스푼이 담긴 차를 마시지 않는데도 러시아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바로 차를 마실때 한 쪽 눈을 찡긋하는 사람이 바로 러시아 사람이란다. 스푼을 꺼내지 않는게 습관이 되어서 없을때조차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 자전거가 없어지면 폴란드인한테 먼저 물어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나 둘 셋 혹은 넷의 우연이 굳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겨다닌 나라에 함께 뿌리를 내린 여러..
커피와 농담 이렇게도 따뜻한 3월에 추억해보는 가장 추웠던 어느해 3월. '야, 넌 외국에 친구보러 여행씩이나 와서 카페에서 커피씩이나 마시며 사과 컴퓨터로 일하며 돈버는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구나' 같은 시덥지 않은 농담을 던지고 또 받아치는 와중에 마시던 커피. 그리고 난 그 앞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친구는 열심히 일했을까.
드레스덴의 커피 유일한 커피들에 대해 늘 생각한다. 때로는 모든 커피를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잊어버리는 커피가 있다는 걸 잊는다는 전제하에서. 베를린이나 독일에 대한 생각은 원래도 자주 하는데 요새 들어 더 그렇게 되었다. 드레스덴은 또 폭격당한 도시의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요즘 시국에 뭔가 더 어울리는 것도 같다. 이 커피는 드레스덴에서 만난 토끼님과 점심을 먹고 마셨던 두 잔의 커피인데. 카페 이름은 기억이 안난나. 그것은 알았지만 또 몰랐기도 했던 사람을 만났음으로 인한 흥분과 기쁨과 초조와 감동으로 인한 정신없음 때문이었을 거다. 이 카페는 혹시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극장 같은 곳에 딸려있던 구내카페였던가? 카페 내부의 사진이나 주문을 받는 중년 여성들에게서 뭔가 그런 느낌을 받았었는데 제대로 된 기억인지는..
400 ml 의 커피 언젠가 친구집에 갔더니 커피를 내려주는데 커피 필터를 마치 오리가미하듯 접고 자르고 하는 거다. 쓸데없이 비싸고 큰 필터를 사서 번거롭게 찢고 접고 해야한다는 푸념과 함께 방울 방울 떨어지는 커피는 비싼 필터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서인지 남이 내려주는 커피여서였는지 몹시 맛있었다. 친구가 그 필터를 제대로 쓰려면 케멕스 서버를 사는 것이 맞다. 그러려면 대략 50유로 정도는 다시 투자해야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우선은 당장 2유로씩 투자해서 제 3자가 내려주는 커피를 먹자 결정하고 카페를 향했다. 400밀리에 4유로하는 커피를 사이좋게 나눠마셨다. 저 시나몬롤은 감히 내가 먹어 본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먹으면 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될까봐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커피들 빌니우스에서 13번의 겨울을 나는 동안 가장 따뜻한 겨울이다. 모든 생명체가 예고를 하고 나타나듯 카페도 예외는 아니다. 카페의 삶도 '이곳에 곧 카페가 생깁니다' 라는 문구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생긴다고 하는 카페가 생기지 않은 적도 있으니 첫 잔을 마주하기전까지는 경건한 마음으로 잠자코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는 열었을까 하고 찾아 갔던 어떤 카페. 사실 구시가의 척추라고 해도 좋을 거리이지만 차량통행이 일방통행이고 반대 차선으로는 트롤리버스만 주행이 가능해서 유동인구가 적고 저 멀리에서 신호라도 걸리면 온 거리가 적막에 휩싸여버리는 거리이다. 건물 1층의 점포들은 대체로 뿌연 회색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누구에게 임대를 해서 뭘 해도 잘 안되니 왠지 건물 주인이 뭐라도 해보겠다고 궁여지책으로 시작..
커피와 메도브닉 얼마 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케익을 배달해 주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케익 한 조각을 예쁘게 잘 포장해서 배달해주는 곳이 있다면. 당연히 그런 곳은 없다. 생수와 양파 감자등 무거운 것을 집으로 주문하는김에 찾아봤더니 몇 종류의 매우 짐작가능한 맛의 저렴한 케익과 파이들이 보였다. 이 메도브닉도 그 중 하나였다.
바르보라의 디저트 리투아니아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우는 역사 속 인물이 있다. 지그문트 아우구스트라는 대공주와 그의 두번째 부인 바르보라 라드빌라이테이다. 라드빌라이티스 가문은 우리나라로 치면 파평 윤씨나 풍산 홍씨처럼 그 여식을 왕궁에 들인 권세 가문이었다. 바르보라는 아우구스트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비밀 연애를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두번째 부인이 되지만 병으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죽는다. 그 죽음이 며느리를 싫어했던 이탈리아 혈통의 시어머니의 음모라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그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고 그로 인해 대가 끊긴 리투아니아에는 마치 상속자가 없는 거대한 기업에 외부 인사가 수장으로 임명되듯 다양한 유럽 출신의 귀족들을 데려와 왕으로 앉히는 연합국 시대가 열린다. 구시가의 가장 드라마틱한 거리 ..
두 잔의 커피를 지나치며 카페의 테이블이 거리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지만 의외의 햇살과 그림자, 의외의 커피는 어디에나 있다. 그 어떤 빛보다 반가운 1월의 햇살과 함께 여지없이 추위가 찾아왔음에도 여전히 눈은 내리지 않는다. 많은 것이 있다. 이브부터 새해를 넘겨 이어진 긴 휴일의 적막을 뚫고 도로 위에 얕게 흘러내린 비를 훑고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놀이터에는 어른 넷이 들어가고도 남는 커다란 낙엽 자루가 발아래에 놓인 흙과 함께 쓸어 담겨 잔뜩 무겁고 둔해진 나뭇잎들로 반쯤 채워져 덩그러니 놓여 있고 그네질을 멈추게 하던 발길질로 움푹 팬 땅에는 이제 서서히 얼기만을 기다리는 빗물들이 한 꺼풀 고여있다. 물을 뿜고 있는 듯 축축하고 앙상하기만 한 나뭇가지들은 봄의 햇살보다는 오히려 흰 눈을 기다린다. 더 깊은 겨울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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