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106) 썸네일형 리스트형 빌니우스 카페_Bulkinė 교회와 같은 종교 건축을 제외하고 나면 보통 도시의 가장 오래 된 건물들은 중앙역 같은 공공 건물들인 경우가 많은데 집에서 멀지 않은 빌니우스의 중앙역은 2차 세계 대전때 심하게 훼손되어 전후 다시 재건축된 케이스라 별로 유서 깊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세계 대전 이전에 지어진 이 대형 아파트가 더 견고한 느낌을 준다. 이 건물은 1911년에 지어졌다. 이 건물을 좋아한다. 집으로 가는 도중 대부분의 경우 마주치는 동네의 터줏대감 같은 건물이기도 하고 가장 친숙하게 드나드는 동네 빵집이 바로 건물의 1층 모서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4년전 빵집이 생겼을때 정말 환호했었다. 두 개의 횡단보도 사이를 거의 꽉 채우고 있는 이 건물. 다른 유럽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빌니우스에서도 거리에서 바라.. 커피 매거진 두 권 지난 여름에 사서 본 커피 매거진 두 권. 시간이 얼마 흐른 것 같지 않은데 그때 잡지 읽으면서 마신 커피들이 꽤나 오래 전 녀석들처럼 아련하다. Drift 는 뉴욕에서 6개월마다 발간되는 커피 잡지이다. 한 도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최근에 6호 멕시코 시티 편이 발간됐는데 내가 산건 5번째 도시 멜버른편이었다. 딱히 멜버른편이 궁금했다기보다는 이미 그 전 호들은 거의 절판되었고 아마존에서 중고도 비싸게는 200 파운드까지 거래되고 있었다. 반면 멜버른편은 가장 최근호였기에 5파운드 남짓에 중고로 구입할 수 있었다. 아마존에서 중고로 뭔가를 구입해도 새 것인 경우가 많은데 비오는 날 우체국에서 잡지를 수령해서는 무거운 물건이 담기면 바닥에 쓸리는 유모차 바구니에 넣고 끌고 다니다가 천가방 안으로.. 빌니우스 카페_Conditus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구시가지 지점에 갔는데 리노베이션 한다고 문을 닫았다. 요즘 리투아니아는 은행 지점을 계속 줄이고 있는 추세. 구시가지에만 지점 세개가 있었는데 하나만 남았고 그나마도 갈 곳 없는 고객들을 다 받아내려니 좁은 장소가 미어터진다. 결국 좀 멀리 떨어진 더 큰 지점을 가야했는데 다른 방향에서는 자주 가던 동네였지만 구시가지에서 빙 돌아가려니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못보던 빵집을 발견하고 순식간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은행일을 보고 되돌아오면서 가 볼 생각에 힘이 났다. 약간 스산한 기운이 도는 한국의 오래된 양옥집 같은 가정집 1층에 자리 잡은 이 빵집은 케익 주문 제작을 주로 하는 빵집이었는데 그런 케익들을 팔기 위해 소박하게 만들어 놓은 카페였다. 이런 곳들은 둔.. 커피들 이 카페에는 파묻혀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소파가 있다. 빌니우스에서 소파 감자가 아니라 소파 커피가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카페이다. 책이든 잡지든 이만큼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가면 보통은 다 읽어내게 하는 마법의 소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소파 자리를 항상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때엔 높은 의자가 놓여진 창가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 구경을 할 수 있다. 한국과 리투아니아의 시차가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어난 어제, 항상 그렇듯 온 종일 비가 내렸다. 커피 빛깔 만큼이나 익숙해진 어두컴컴한 낮의 빛깔, 어찌됐든 리투아니아의 이런 날씨를 사랑한다.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혼자서 앉기엔 좀 미안한 가장 넓은 자리에 앉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동석한 낯선 이들과 짧게 나마 대화를.. 빌니우스 카페_Her Excellency 빌니우스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이 길을 한 번 정도는 지난다. 종탑이 개방된 성 요한 교회가 속한 빌니우스 대학과 대통령 집무실이 자리잡고 있는 Universiteto 거리. 이 거리에는 내가 빌니우스에 왔던 첫 해, 이른 아침의 리투아니아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가서 빵을 사곤 했던 작은 베이커리가 있었다. 그곳을 몹시 좋아했는데 없어지고 이태리식 베이커리가 생겼었고 그곳도 문을 닫고 지금 그곳엔 중국 식당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근처에 카페가 생겼다. 비오는 어느 날 커피 마시러 갔다. 요새 빌니우스 카페 어딜 가도 이런식의 브루 바가 있는데. 난 잘 모르겠다. 제빵업을 겸하고 있는 식당 동료가 모양이 안 예뻐서 팔 수 없는 까늘레를 한 접시씩 가져와서 부엌에 놔두곤 했다. 그때 너무 먹어서.. 커피와 도넛 2 도넛은 낙엽의 색이었구나. 넌 가을이었구나. 커피 넌 계절이 뭔지도 모르지. 항상 따뜻해. 남겨진 커피 불안은 오히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커피를 두 잔을 마신다. 인류 평화의 정점이다. 문 근처에서 끽연을 마친 카페 직원이 멀리서부터 내 얼굴과 커피잔을 번갈아 보며 다가온다. 불안함이 존 트라볼타처럼 스테이지로 미끄러진다. 당연한 표정으로 빈 잔 하나를 치워주려는 행동을 취한다. 불안함이 칸첸중가 즈음에 머문다. 나는 전혀 설득력없는 어조로 나지막히 그냥 놔둬도 된다고 말한다. 너무나 사려깊고 칭찬 받아야 마땅한 그의 행동인데 그는 나로 인해 상처를 입고 두번 다시 그 누구의 빈 잔도 치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멋쩍어져 걸어들어가는 그의 뒤로 앞치마가 민망함에 뒤로 쭈뼛쭈뼛 펄럭인다. 그제서야 불안함이 깍아지른 크레바스로 빨려 들어간다. 나를 떠나도 될 것들은 테이블 귀퉁이에 슬쩍 밀어.. 누군가의 커피 2 농축된 인스턴트커피 속에서 거침없이 녹아내리는 빙하들은 혀를 데일 위험이 없는 상냥한 온도의 커피를 남겨놓고 사라지곤 한다. 한 꺼풀 한 꺼풀 시간을 두고 덧입혀지는 옷들은 좀 더 웅크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안고 서서히 겨울을 맞이한다. 겨울은 생각만큼 급진적이지 않다. 오히려 앙칼진 바람은 아직 난방이 시작되지 않은 이 시기의 방구석으로부터 불어온다. 자비롭지 못한 것은 한겨울의 눈보라라기보다는 인기척 없는 한밤중에 정체되어 있던 10월의 실내 공기이다. 언제나 좀 더 쌀쌀맞은 것은 스카프를 잊은 초가을이고 장갑을 포기한 늦봄이다. 겨울은 결백하다. 겨울의 유배지는 그래서 겨울 그 자신이다. 10월의 방구석은 아직 늦여름에 멈춰져 있는 잠옷을 탓한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겨울 니트를 꺼내 입는..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