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109) 썸네일형 리스트형 커피에 연유 이 유리잔은 컵홀더가 따로 있는 소련시절 잔인데 차보다는 베트남식 커피를 내릴때 더 자주 쓰게 된다. 차가운 연유 위로 똑똑 떨어지는 커피 방울을 감상하기에 딱이기 때문이다. 숟가락으로 휘젓지 않는 이상 커피와 연유는 섞이지 않는다. 연유의 두께가 좀 도톰해야 커피의 모습이 예쁘다보니 이 커피는 항상 달아진다. 겨울의 에스프레소 토닉 열심히 분쇄한 원두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추출하여 얼음도 채우지 않은 미지근한 토닉에 부어 마시는 느리고 시큰둥한 에스프레소 토닉. 명절의 커피 이것을 커피와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상상하며 열심히 요리하는 와중에 홀짝이는 커피는 정말 그 음식과 함께 먹는 커피만큼 맛있다. 어쩌면 더 맛있는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회상하는 크리스마스, 호떡 반죽이랑 너무 비슷해서 몇개는 설탕을 넣어야겠다 생각하다 무심코 반죽을 다 써버린 빵. 지난 여름 커피 세 잔. 작년에 벨라루스 대사관 앞에 생긴 카페. 십이 년간 지나다녔지만 이 자리에서 잘 되는 가게가 단 한 곳도 없었고 카페만 생기기에도 어색한 공간이었는데 발리에서 공수해온 가구며 소품을 파는 가게와 예쁜 화분 가게가 카페와 복층 매장을 공유하며 나름 선방하고 있다. 오전부터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중의 매우 무덥고 목말랐던 어느 여름 저녁. 혹시나 해서 연락이 닿아 만난 동네 친구와 잠시 앉았다. 차가운 음료를 만드는데 서툰 이 곳 사람들은 얼음을 채운 잔에 커피를 붓기보다는 커피가 담긴 잔에 얼음 하나를 동동 띄울 뿐이다. 가만히 앉아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다 보면 결국 땀을 식히는 바람은 알아서 불어온다. 갑자기 커피 걷다가 비가 오기 시작해서 계획에 없던 마트에 들어갔고 장을 다 봐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예보에 비가 온다던 날 비가 안 오길래. 비가 안 온다는 날도 비가 안 올 줄 알았지. 빨래는 또 젖고. 한 모금 들이키고 나니 비가 또 그쳤다. 서두르지 않는시간 어둑어둑해지다가 기습적인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익숙한 아침 풍경. 그럼에도 그것이 여름이라면 그 차가움은 매섭게 느껴지진 않는다. 바람이 지나자마자 볕이 한가득 들어 근처 빵집에 갔다. 눈앞에서 트롤리버스가 급커브를 트는 좁은 도로 앞에 위치한 빵집은 이 시간 즈음에는 햇살로 차오른다. 커피를 다 마시고도 한참을 앉아 맛있는 것들을 한 접시 한 접시 비우던 몹시 따뜻했던 8월의 어떤 날이었다. 여름이 끝나는 중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아차렸겠지만 이렇듯 급하게 날씨가 바뀌어버릴 줄은 몰랐다. 한두 번 겪는 9월도 아닌데 옷깃을 여미게하는 찬 공기가 새삼스럽다. 마치 눈깜짝할새에 비어버린 접시 같은 여름. 잘 포개두어 치워가지 못한 그날의 접시처럼 좀 더 머물러준다면 좋겠지만. 한강 같은 블랙커피 어릴때 엄마에게 커피를 타준다고 물을 부어놓으면 매번 엄마가 하던 말이 '아이고 물을 한강처럼 부어놓았구나' 였다. ㅋ 지금도 인스턴트 커피를 마실때면 결국은 정량보다 물을 많이 붓게된다. 그리고 늘 다 안마시고 남긴다. 이 빵집의 블랙 커피를 보면 그 한강 커피 믹스가 늘 생각난다. 얕고 넓은 잔이어서 더 그렇겠지만. 커피와 농담 2 문을 연 빵집이 있어서 나폴레옹 한 덩어리를 사와서 커피를 끓였다. 커피를 섞고 달리 스푼을 놔둘 곳이 적당치 않을때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10명의 사람이 차를 마시는데 그 중 러시아인이 누군지 알고 싶으면 바로 스푼을 담근 채로 차를 마시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이야기. 그런데 그 10명 중 아무도 스푼이 담긴 차를 마시지 않는데도 러시아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바로 차를 마실때 한 쪽 눈을 찡긋하는 사람이 바로 러시아 사람이란다. 스푼을 꺼내지 않는게 습관이 되어서 없을때조차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 자전거가 없어지면 폴란드인한테 먼저 물어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나 둘 셋 혹은 넷의 우연이 굳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겨다닌 나라에 함께 뿌리를 내린 여러.. 이전 1 ··· 3 4 5 6 7 8 9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