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106)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난 여름 커피 세 잔. 작년에 벨라루스 대사관 앞에 생긴 카페. 십이 년간 지나다녔지만 이 자리에서 잘 되는 가게가 단 한 곳도 없었고 카페만 생기기에도 어색한 공간이었는데 발리에서 공수해온 가구며 소품을 파는 가게와 예쁜 화분 가게가 카페와 복층 매장을 공유하며 나름 선방하고 있다. 오전부터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중의 매우 무덥고 목말랐던 어느 여름 저녁. 혹시나 해서 연락이 닿아 만난 동네 친구와 잠시 앉았다. 차가운 음료를 만드는데 서툰 이 곳 사람들은 얼음을 채운 잔에 커피를 붓기보다는 커피가 담긴 잔에 얼음 하나를 동동 띄울 뿐이다. 가만히 앉아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다 보면 결국 땀을 식히는 바람은 알아서 불어온다. 갑자기 커피 걷다가 비가 오기 시작해서 계획에 없던 마트에 들어갔고 장을 다 봐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예보에 비가 온다던 날 비가 안 오길래. 비가 안 온다는 날도 비가 안 올 줄 알았지. 빨래는 또 젖고. 한 모금 들이키고 나니 비가 또 그쳤다. 서두르지 않는시간 어둑어둑해지다가 기습적인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익숙한 아침 풍경. 그럼에도 그것이 여름이라면 그 차가움은 매섭게 느껴지진 않는다. 바람이 지나자마자 볕이 한가득 들어 근처 빵집에 갔다. 눈앞에서 트롤리버스가 급커브를 트는 좁은 도로 앞에 위치한 빵집은 이 시간 즈음에는 햇살로 차오른다. 커피를 다 마시고도 한참을 앉아 맛있는 것들을 한 접시 한 접시 비우던 몹시 따뜻했던 8월의 어떤 날이었다. 여름이 끝나는 중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아차렸겠지만 이렇듯 급하게 날씨가 바뀌어버릴 줄은 몰랐다. 한두 번 겪는 9월도 아닌데 옷깃을 여미게하는 찬 공기가 새삼스럽다. 마치 눈깜짝할새에 비어버린 접시 같은 여름. 잘 포개두어 치워가지 못한 그날의 접시처럼 좀 더 머물러준다면 좋겠지만. 한강 같은 블랙커피 어릴때 엄마에게 커피를 타준다고 물을 부어놓으면 매번 엄마가 하던 말이 '아이고 물을 한강처럼 부어놓았구나' 였다. ㅋ 지금도 인스턴트 커피를 마실때면 결국은 정량보다 물을 많이 붓게된다. 그리고 늘 다 안마시고 남긴다. 이 빵집의 블랙 커피를 보면 그 한강 커피 믹스가 늘 생각난다. 얕고 넓은 잔이어서 더 그렇겠지만. 커피와 농담 2 문을 연 빵집이 있어서 나폴레옹 한 덩어리를 사와서 커피를 끓였다. 커피를 섞고 달리 스푼을 놔둘 곳이 적당치 않을때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10명의 사람이 차를 마시는데 그 중 러시아인이 누군지 알고 싶으면 바로 스푼을 담근 채로 차를 마시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이야기. 그런데 그 10명 중 아무도 스푼이 담긴 차를 마시지 않는데도 러시아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바로 차를 마실때 한 쪽 눈을 찡긋하는 사람이 바로 러시아 사람이란다. 스푼을 꺼내지 않는게 습관이 되어서 없을때조차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 자전거가 없어지면 폴란드인한테 먼저 물어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나 둘 셋 혹은 넷의 우연이 굳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겨다닌 나라에 함께 뿌리를 내린 여러.. 커피와 농담 이렇게도 따뜻한 3월에 추억해보는 가장 추웠던 어느해 3월. '야, 넌 외국에 친구보러 여행씩이나 와서 카페에서 커피씩이나 마시며 사과 컴퓨터로 일하며 돈버는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구나' 같은 시덥지 않은 농담을 던지고 또 받아치는 와중에 마시던 커피. 그리고 난 그 앞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친구는 열심히 일했을까. 없어진 카페 어떤 낯선 도시의 중앙역 근처 비스트로에나 어울릴법한, 흡사 서서 마시는 것이 더 편해보이는 키가 큰 탁자와 의자가 놓여져 있던 카페. 길게 난 창문으로 언덕 진 거리를 올라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그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몇 번의 커피를 마셨었다. 카페들이 깡그리 문을 닫은 요즘, 바닥을 보이는 커피콩을 세어보며 없어진 카페와 가본 적 없는 카페들을 회상한다. 사라지는 것들을 그저 셀 수 있다는 것만큼 선정적인 것이 또 있을까. 드레스덴의 커피 유일한 커피들에 대해 늘 생각한다. 때로는 모든 커피를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잊어버리는 커피가 있다는 걸 잊는다는 전제하에서. 베를린이나 독일에 대한 생각은 원래도 자주 하는데 요새 들어 더 그렇게 되었다. 드레스덴은 또 폭격당한 도시의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요즘 시국에 뭔가 더 어울리는 것도 같다. 이 커피는 드레스덴에서 만난 토끼님과 점심을 먹고 마셨던 두 잔의 커피인데. 카페 이름은 기억이 안난나. 그것은 알았지만 또 몰랐기도 했던 사람을 만났음으로 인한 흥분과 기쁨과 초조와 감동으로 인한 정신없음 때문이었을 거다. 이 카페는 혹시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극장 같은 곳에 딸려있던 구내카페였던가? 카페 내부의 사진이나 주문을 받는 중년 여성들에게서 뭔가 그런 느낌을 받았었는데 제대로 된 기억인지는.. 이전 1 ··· 3 4 5 6 7 8 9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