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109) 썸네일형 리스트형 에스프레소와 에그타르트 이 카페는 처음 갔던 날이 선명히 떠오르는데 2019년 7월 3일이었다. 병원 정기 검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그날 커피를 마시며 정말 오랜만에 전자서점 현금충전을 했었다. 매월 1.2.3일에 현금충전을 하면 포인트를 두 배 주던가 했는데 충전을 해도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아 규칙이 바뀐건가 하고보니 시차 때문에 한국이 이미 4일이었던 것. 그때의 날짜와 시간이 여전히 충전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전자서점은 이제 거의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 빵집은 한창 개업을 해서 사워도우빵에 진심인 컨셉으로 홍보를 많이 했는데 아침에 가면 갓 구운 빵냄새가 진동을 해서 아침마다 들러서 빵을 사게하는 베이커리로는 거듭나지 못했지만 그 후에도 지점 몇 개를 내면서 여전히 살아남았다. 당시엔 브런치 카페가 많지 않.. 토요일 오전 11시 알렉산드라의 커피 지난 토요일에 '주문하지 않은 블랙커피를 덤으로 가져다줬으니 식은 커피 잘 마시는 네가 와서 마시라'는 친구의 메시지를 받았다. 밖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상상하며 느릿느릿 주섬주섬 겉옷만 걸치고 나간다. 크리스마스 지나고 몇 번 눈이 녹고 내리기를 반복하더니 제설용 모래를 비롯하여 더러운 먼지들이 제법 씻겨나가서 거리들이 오래된 전화의 보호 필름을 벗겨낸 것처럼 좀 미심쩍게 깔끔하다. 지난주만 해도 거리가 미끄러워서 진짜 긴장하고 걸었어야 했는데 카페까지 금방 걸어갔다. 배가 고파서 샌드위치 하나를 시켜서 반 갈라 먹는다. 이 카페는 사람이 늘 많고 테이블 마다 번호도 적혀있어서 실제로 예약도 가능한데 이렇게 이름이 적혀 있는 경우는 처음 본다. 창문 근처에 놓여 있던 이 명.. 이런 저런 와중의 커피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친구네 시골집 마당에서 서두를 곳 없이 나른한 상태였는지 이것저것 마셔도 몸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이따금 닭들이 울었고 고양이들은 추격전을 벌였다. 선물로 가져간 바나 탈린 리큐어를 친구 어머님이 기어코 뜯으셨다. 주어진 커피를 갈았고 커피와 번갈아 가며 마셨다. 이것이 무슨 맛일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스카치 캔디 맛이었나 싶다. 불평할 여지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습관이 되면 없었던 것 처럼 되어버릴 감정들이 문득문득 보였다. 모든 좋은 것들의 본질은 '가끔'이 부리는 기교에 불과하다는 것. 숲속의 커피 월초에 팀빌딩으로 1박 2일 하이킹에 다녀왔던 친구가 나름 재밌었다고 비가 오지 않는 주말에 언제든 한번 캠핑을 가자고 제안했었다. 친구와는 당일치기로 짧은 거리의 하이킹을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챙길 것 많은 캠핑은 둘 다 늘 망설였다. 여행을 갈 때면 먹을 일이 생길까 봐 약도 안 챙기고 붙일 일이 생길까 봐 밴드 같은 것도 챙기지 않게 된다. 그렇게 짐을 챙기는 것은 물론 무겁게 드는 것도 싫어하는 나로선 캠핑은 늘 모든 귀찮음의 전시장처럼 다가왔지만 고향집에 다 있으니 몸만 오라는 말에 솔깃했다. 나는 최소한의 옷과 아이와 함께 당일 먹을 도시락과 일회용 커피와 차만 넣고 친구의 고향집을 향하는 버스를 탔다. 리투아니아에서의 캠핑은 더울 때마다 수시로 뛰어들 수 있는 호수와 젖은 옷이 저절로 마를.. 후라칸에서, 소중한 인연, 감동적인 재회, 기나긴 여운, 그리고 많은 모든 이야기들, 커피와 감자 소련 사람들은 감자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커피와 함께 먹을 감자를 발명해내었다. 우주선 타러 가는 가가린에게 어머니가 주머니에 찔러 넣어줬을지도 모를 감자이다. 커튼과 에스프레소 오늘은 설마 장갑을 다시 꺼내야 하나 진심 고민했을 정도로 날씨가 차가웠다. 아마 비가 와서 더했을 거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쁜 날씨는 없다. 옷을 잘못 입었을 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해서 눈 앞에 보이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그냥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비를 맞고 좀 걸어서 그래도 이 카페로 갔다. 비오는 날에 유난히 어울리는 곳들이 있다. 이곳은 잔술을 파는 바 겸 카페인데 층고도 높고 중간에 문으로 연결되는 구조라 조금만 더 변화를 주면 좀 더 오래된 카페의 느낌이 날 것 같은데 벽과 탁자의 일관된 색상이 가끔 아쉽다. 그래도 빨간 커튼이 항상 묵묵히 에스프레소에 대꾸해준다. 13시의 엠빠나다와 커피. 스포티파이에서 슈게이징과 로우 파이 장르를 랜덤으로 걸어놓고 듣다가 Bubble Tea and Cigarettes 란 밴드를 알게 되었다. 요즘 같아선 드림팝을 베이스로 한 음악들이 유행을 하는 세월도 찾아오는구나 싶어서 신기하다가도 너무 귀에 쏙들어오는 멜로디들에선 아쉽게도 곡 전체가 산으로 가는 듯한 슈게이징 특유의 헤매는 멋은 없는것같아 결국 90년대 슈게이징 시조새들의 음악에 더 빠져들게 된다. 아무튼 이 밴드도 등록곡이 많지 않아서 들은 곡을 듣고 또 듣고 했는데 조금은 검정치마를 떠올리게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공일오비의 멜로디를 슈게이징화한듯한 느낌에 꽂혀서 오히려 90년대 가요들이 많이 생각났다. 제일 먼저 듣고 귀를 쫑긋 세우게 했던 노래는 5AM Empanada with you. 빌니우스에.. 이전 1 2 3 4 5 6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