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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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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커피 월초에 팀빌딩으로 1박 2일 하이킹에 다녀왔던 친구가 나름 재밌었다고 비가 오지 않는 주말에 언제든 한번 캠핑을 가자고 제안했었다. 친구와는 당일치기로 짧은 거리의 하이킹을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챙길 것 많은 캠핑은 둘 다 늘 망설였다. 여행을 갈 때면 먹을 일이 생길까 봐 약도 안 챙기고 붙일 일이 생길까 봐 밴드 같은 것도 챙기지 않게 된다. 그렇게 짐을 챙기는 것은 물론 무겁게 드는 것도 싫어하는 나로선 캠핑은 늘 모든 귀찮음의 전시장처럼 다가왔지만 고향집에 다 있으니 몸만 오라는 말에 솔깃했다. 나는 최소한의 옷과 아이와 함께 당일 먹을 도시락과 일회용 커피와 차만 넣고 친구의 고향집을 향하는 버스를 탔다. 리투아니아에서의 캠핑은 더울 때마다 수시로 뛰어들 수 있는 호수와 젖은 옷이 저절로 마를..
후라칸에서, 소중한 인연, 감동적인 재회, 기나긴 여운, 그리고 많은 모든 이야기들,
커피와 감자 소련 사람들은 감자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커피와 함께 먹을 감자를 발명해내었다. 우주선 타러 가는 가가린에게 어머니가 주머니에 찔러 넣어줬을지도 모를 감자이다.
커튼과 에스프레소 오늘은 설마 장갑을 다시 꺼내야 하나 진심 고민했을 정도로 날씨가 차가웠다. 아마 비가 와서 더했을 거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쁜 날씨는 없다. 옷을 잘못 입었을 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해서 눈 앞에 보이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그냥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비를 맞고 좀 걸어서 그래도 이 카페로 갔다. 비오는 날에 유난히 어울리는 곳들이 있다. 이곳은 잔술을 파는 바 겸 카페인데 층고도 높고 중간에 문으로 연결되는 구조라 조금만 더 변화를 주면 좀 더 오래된 카페의 느낌이 날 것 같은데 벽과 탁자의 일관된 색상이 가끔 아쉽다. 그래도 빨간 커튼이 항상 묵묵히 에스프레소에 대꾸해준다.
13시의 엠빠나다와 커피. 스포티파이에서 슈게이징과 로우 파이 장르를 랜덤으로 걸어놓고 듣다가 Bubble Tea and Cigarettes 란 밴드를 알게 되었다. 요즘 같아선 드림팝을 베이스로 한 음악들이 유행을 하는 세월도 찾아오는구나 싶어서 신기하다가도 너무 귀에 쏙들어오는 멜로디들에선 아쉽게도 곡 전체가 산으로 가는 듯한 슈게이징 특유의 헤매는 멋은 없는것같아 결국 90년대 슈게이징 시조새들의 음악에 더 빠져들게 된다. 아무튼 이 밴드도 등록곡이 많지 않아서 들은 곡을 듣고 또 듣고 했는데 조금은 검정치마를 떠올리게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공일오비의 멜로디를 슈게이징화한듯한 느낌에 꽂혀서 오히려 90년대 가요들이 많이 생각났다. 제일 먼저 듣고 귀를 쫑긋 세우게 했던 노래는 5AM Empanada with you. 빌니우스에..
비 내린 다음. 윗줄은. 카푸치노와 카사블랑카라는 이름의 도나스. 아랫줄 왼쪽으로부터는. 카페에서 읽으려고 가져 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럽 인상기. 카페 가는 길목에 있는 거리 도서관에 있길래 습관적으로 집어 온 톨스토이의 부활. 카페에 비치되어있던 빌니우스 관련 계간지 순이다. 이들이 모두 우연인데 어떤 면에서는 비교할 구석을 주었다. 따끈따끈한 계간지는 늘 그렇듯이 빌니우스가 발굴해서 기억하고 지켜나가야할 가치가 있어보이는 과거의 것들에 대한 감상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부활은 보통 카츄사와 네흘류도프가 법정에서 조우하는 순간까지는 나름 생명력있는 서사에 사로잡혀 순식간에 읽지만 그 이후부터는 뭔가 새로움을 주입하며 혼자 앞으로 막 내달리는듯한 느낌에 오히려 마음속은 정체된듯 오글거린다. 겨울에 쓴 유럽의 여름 인상기는..
수집 거리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곳들. 누구나 안 보는 책들을 넣을 수 있고 또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는 일종의 도서 교환함이다. 보통 오래된 교과서들과 소설들, 표지만 딱 봐도 발행연도를 짐작케 하는 그런 책들이 대부분이다. 구시가에서 중앙역으로 가는 길목에 특히 19세기 말경에 지어진 임대용 주택들이 많이 있다. 벽난로로 난방을 하던 시기에 지어진 집들이어서 여전히 장작 태우는 집들이 많다. 이 동네의 거리 도서관에 책이 가득 채워져 있어도 돌아오는 길에 보면 텅 비어 있을 때가 많은데 그것은 누군가에게 그 책들이 땔감용으로 유용하기때문. 리투아니아의 교과서는 학생들이 사용하고 학교로 돌려주는 구조라서 돈 주고 사지 않으면 구하기가 어려워서 쓸만한 교과서는 나도 챙겨둔다. 얼마 전에 가져다 놓은 옛날 4학년..
10월 입문 짧았던 여름을 뒤로하고 지속적으로 비가 내렸다. 비와 함께 무섭게 추워지다가도 다시 따뜻해지길 몇 번을 반복하다가 9월에 내리는 비들은 아직은 꽤 남아 있던 가을과 그 가을 속에 또 아주 미묘하게 엉겨붙어있던 늦여름을 전부 말끔히 탈탈 털어 헹궈버렸다. 낙엽은 3분의 1 정도 떨어졌다. 난방이 시작되기 전, 이 시기의 집안 공기는 때로는 옷을 잘 챙겨 입고 바깥에 있는 것이 더 아늑하다 느껴질 만큼 야멸차고 스산하다. 정점에 이른 겨울이 풍기는 중후한 낭만과는 또 다른 까탈스러운 매력으로 충만한 시기. 그와 함께 커피는 또 얼마나 빨리 식는지 말이다. 어릴 적 가지고 있던 주니어 고전 전집 리스트를 기준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고전 다시 읽기 축제를 하고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주최자도 참가자도 나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