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ffee

(109)
커피와 텅빈 기차 커피 마시고 점을 친다는 사람이 터키 사람들이었나? 커피점까지는 아니어도 혹시라도 커피가 사라져가며 아쉬워서 나에게 무슨 흔적이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가끔 물끄러미 조금은 기대에차서 보게된다. 누르면 뭉개질듯한 조그만 방울 방울로 우유거품이 엉겨붙어 있을때도 있고 녹지않고 바닥에 남은 황금빛 설탕은 한두방울의 커피와 묘하게섞여 라이트박스 위에 그려진 모래그림처럼 보일때도 많다. 거품위에 흩뿌려진 시나몬 가루도 일회용 뚜껑에 옮겨붙은 거품과 시럽들도 어떤식으로든 자취를 남긴다. 잔밖으로 쏟아져 나온 커피들도 아직 입을 대지 않은 커피들도 하나의 완전무결한 그림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텁텁한 커피가 생각나 빌니우스에서 가끔 마시던 식으로 갈아진 원두위에 바로 물을 부어 마셨다. 커피를 다 마시고 보니 멀리 산 ..
커피와 물 3 외대 후문에서 경희대 후문으로 향하는 경사진 언덕에 자리잡은 이 카페에서 날이 추워지기 전 어떤 날, 바깥에 앉아서 카푸치노를 마신 적이 있다. 좁은 카페는 커피를 준비하는곳과 테이블이 놓인 곳으로 길다랗게 나뉘어져 있다. 손님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항상 완전하다는 느낌을 주는곳들이 있다. 사실 폐소공포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옆사람의 커피 홀짝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것은 불편함이라기보다는 은밀한 공유에 가깝다. 커피를 들고 이층으로 삼층으로 올라가야하는 넓은 카페를 메운 대화 소리는 둑에서 터져 흘러 나오는듯한 정제되지 않은 주제의 자극적인 소음인 경우가 많지만 밀도 높은 카페속에서 사람들이 한톤 낮춰 조심스럽게 속삭이는 대화는 가볍게 끄적여진 수필같은 느낌에 가깝다. ..
밤의커피 흔히 인생의 낙 이라고 여기는 어떤 것. 그런것이 있기 위해서 꼭 아주 불행해야하거나 무의미하고 무료한 인생을 살아야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종류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전복시키고도 남는 아주 강력하고 환상에 젖게되는 얼마간의 순간이 존재한다는것은 분명하다. 열망할 가치가 있는 순간말이다. 종종 오후 9시가 넘은 늦은 시각에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카페를 찾아가서 밤의 커피를 마시게 된다. 나는 카페인이 더 이상 나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늦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을때 어둠속에 누워서 저녁에 마신 커피를 떠올리는 순간이 좋다. 커피잔의 갈색 표면에 톡톡 거리며 녹아들어 얼마간 별처럼 반짝이던 설탕들. 기름진 원두 찌꺼기를 쓰레기통으로 털어내는 요란하고도 향기로운 소음. 소란스런 ..
Tequila 꿈으로 가득 찬 대화를 하고싶다.
횡단보도와 커피 어릴때 학교 가는 길에도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어김없이 건너야했던 횡단보도들이 있다. 어릴적에는 대학 정문부터 지하철역까지 이어지는 도로로 데모 구경도 자주갔다. 최루탄 냄새가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까지 이어져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야 했다. 이 건물 아래의 시계집과 복사집은 여전했고 또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것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층 전체를 차지하고 전망까지 확보하고 있는 이 카페는 잘 모르겠다. 오래전 누군가는 이 자리에 난 창문앞에 서서 대치중인 경찰과 학생들 구경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커피는 에스프레소치고는 양이 많았다. 내가 단지 습관에 얽매여 찾고있는 그 커피에 아주 근접하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는것이 정말 좋다. 다음에 올때엔 사라질지도 모를 카페라는 생각에 있는 동..
폴 바셋_ 룽고 꼭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어도 눈에 띄는 카페는 그냥 들어가서 메뉴판이라도 확인하고 나오게 된다. 이 카페는 얼마전 종각에서 교보문고 가는 도중에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갔다 나왔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부산에서 가보게 되었다. 아직 분점 수도 적은것 같고 5년전에 왔을때는 아마도 없었던 카페였던것 같고 결정적으로 커피 메뉴에 내가 먹고 싶은 커피가 있을것 같은 기대때문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빌니우스의 카페 메뉴에 보면 보통 에스프레소에서 라떼로 넘어가는 사이에 juoda kava 라는 커피가 있다. 직역하면 블랙 커피 인데. 근데 그 블랙커피에 상응하는 커피를 파는곳을 서울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빌니우스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그 특별할것 없는 '블랙 커피' 라는것은 에스프레소 두샷을 부운것도 ..
커피와 초콜릿 (Seoul_2016) 스키니라는 단어를 스모키로 오해하고 집어든 편의점의 스타벅스 커피. 커피를 집어들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 커피 로고의 바탕색과 유사한 녹색 킷캣이 눈에 들어와 하나 집었다. 내가 기대했던 진한 커피는 아니었지만 이 커피와 이 초콜릿은 제법 잘 어울렸다. 이곳에서 커피와 함께 먹어서 의외로 맛있는 음식들을 하나둘 발견하고 있지만 역시나 이 검고 텁텁하고 변화무쌍한 액체 앞에서 녹아내리는것이 나뿐만이 아니라는것을 가장 자신만만하게 증명하는것은 초콜릿인것 같다. 나무 벤치 위로는 잣나무가 가득했다. 간간이 잣방울이 떨어졌다. 딱딱하게 굳은 잣방울 사이의 잣을 꺼내먹고 나뭇가지위의 청설모가 놓쳐버리던 잣방울이었다. 잣나무 꼭대기에 아슬아슬 올라 잣을 따는 사람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
티타임 (Seoul_2016) 거리거리 커피자판기, 곳곳의 카페, 한 블럭 건너서 뒤돌아서면 비싸지 않은 커피를 파는 편의점이 즐비하지만 오랜만에 찾아 온 서울에는 의외로 바깥에 앉아서 조용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커피가 식을것을 감안하고 조금 더 걸어 찾아가서 앉고 싶은 공간은 생긴다. 동네 구석진곳에는 버릴듯 내다놓은 낡은 소파와 플라스틱 의자가 넘쳐난다. 이곳에서도 역시 손에 쥐어야 할 것은 시간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