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오히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커피를 두 잔을 마신다. 인류 평화의 정점이다. 문 근처에서 끽연을 마친 카페 직원이 멀리서부터 내 얼굴과 커피잔을 번갈아 보며 다가온다. 불안함이 존 트라볼타처럼 스테이지로 미끄러진다. 당연한 표정으로 빈 잔 하나를 치워주려는 행동을 취한다. 불안함이 칸첸중가 즈음에 머문다. 나는 전혀 설득력없는 어조로 나지막히 그냥 놔둬도 된다고 말한다. 너무나 사려깊고 칭찬 받아야 마땅한 그의 행동인데 그는 나로 인해 상처를 입고 두번 다시 그 누구의 빈 잔도 치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멋쩍어져 걸어들어가는 그의 뒤로 앞치마가 민망함에 뒤로 쭈뼛쭈뼛 펄럭인다. 그제서야 불안함이 깍아지른 크레바스로 빨려 들어간다. 나를 떠나도 될 것들은 테이블 귀퉁이에 슬쩍 밀어놓으면 된다. 크림이 굳어진 숟가락이나 굴러 떨어진 블루베리 한 알이 무심하게 굴러다니는 그런 디저트 접시 같은 것들. 그렇지 않은 것들은 끝끝내 붙잡고 있고 싶은 것이다. 빈 소주병을 줄 세우는 취객들처럼 커피잔 밑바닥에 고스란히 남은 설탕이 아직 내것이라 여기며. 끝끝내 커피잔을 사수하지 못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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