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kow_2008
오늘 즐로티 대 원화 환율을 보니 1 즐로티가 318 원 정도. 9년 전 새벽의 크라쿠프에 내려서 마신 역 근처 키오스크의 커피는 지금 돈으로는 570원 정도이다. 홍차는 480원. 물론 십년 전 환율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겠지만. 작은 스티로폼 컵이 새벽의 찬 기운에 꿋꿋이 맞서는 커피의 열기에 녹아내리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내며 마셨던 그때 그 커피. 오늘 왜 갑자기 그 커피가 떠올랐을까. 오늘은 집 근처 빵집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이따금 내리는 비로 축축해진 아침의 거리. 그런 날만 가고 싶은 빵집이 한 군데 있는것이다. 그런데 그 빵집도 저 빵집도 문을 열지 않았다. 작년에 부산 가기전에 서울역에서 새벽에 먹은 에그 맥머핀이 생각나서 맥도날드를 향한다. 그리고 마주친 배낭 여행자들. 배낭 커버에 이슬처럼 맺힌 빗방울들, 빈 자리를 찾는 동행을 보려고 몸을 돌렸을때 뒷 손님들을 미세하게 건드리며 함께 방향을 트는 육중한 배낭 그리고 낯선 도시에 내려 얼마간을 배회했을 그들이 뿜어 내는 차가운 공기 냄새. 계산을 끝내고 매장 구석으로 비껴서서 배낭에 기댄 채 음식을 기다리는 그런 움직임들... 밤 기차를 타고 내린 유럽의 일요일 아침에 커피를 마실 곳은 흔치 않다. 나 역시도 그런 상황이 되면 보통은 이 한없이 헌신적인 패스트 푸드점을 찾거나 역 근처에서 뜬눈으로 보초를 서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런 허름한 키오스크를 찾곤 했다. 이곳은 화장실 암호가 적힌 영수증을 건네지도 커피에 초코바라도 하나 먹지 않겠냐는 상냥한 술수를 쓰지도 않는다. 계산을 끝낸 후 재빨리 뒤돌아 서서 갈아져 나온 커피를 포터필터에 소복히 담아 기계에 장착하는 능숙한 몸짓도 쏟아져 나오는 스팀 소리에 맞춰 세련되게 재생되는 음악도 없다. 그들은 전기 포트에 물을 부어 버튼을 누른다. 필요 이상의 많은 물을 채워 담는다. 졸음에 힘겨운 그들의 새벽을 깨우는 커피도 낯선이를 위한 커피와 함께 어둠 속의 흰 구름을 만들어 내며 그렇게 끓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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