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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나의 커피와 남의 커피


개학전에 벼락치기로 일기장을 채워야 한다면 날씨란에 어떤 날씨를 적을까 순간 멈칫하곤 했다. 일기를 검사하는 선생님이라고 해서 그날의 날씨를 알았을까 생각하면 결국은 참으로 순진무구한 어린시절이었구나 생각한다. 정말 기억에 남았던 날에 대한 일기만을 아주 정성스럽게 적을 생각이었다면 날씨는 물론 입었던 옷 조차 힘들이지 않고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 다름이 아니라 근래에는 가끔 마시는 커피마다 너무나 맛있어서 커피 일기를 쓰라고 한다면 벼락치기라도 그 커피의 날씨를 다 기억해낼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커피의 온도는 물론 커피의 색상부터 그 모든 배경이 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이번 여름에는 에스프레소를 시키며 얼음을 채운 유리잔을 따로 부탁하곤 했다. 커피잔의 반 정도 채워진 고귀한 커피에 설탕을 넣어 한 모금 정도 마시고 유리잔에 남은 커피를 부은 후 얼음 하나가 사라져서 다른 얼음들이 차례로 똑 떨어질때까지 섞어서 뜨거움이 가실 즈음 남은 커피를 다 마신다. 다음으로는 군데군데 커피빛을 머금은 얼음을 하나씩 먹는 것이다. 며칠 전 커피를 놓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의 테이블 풍경이 짐 자무쉬의 커피와 시가렛에 등장하는 수많은 커피들을 떠올리게 했다. 영화 속의 테이블만 보고도 어떤 이들의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기억해낼 수 있을만큼 보고 또 본 영화. 어제의 커피 사진을 나도 흑백으로 바꾸고 잠깐 영화 감상을 했다. '나는 심지어 자기 전에도 커피 마셔요' 라고 말하는 스티븐 라이트가 등장하는 다섯잔의 커피 에피소드부터 드립 서버채로 커피를 마시던 빌 머레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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