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오늘의 여행. 여행 루트의 편의상 북인도의 여러 도시에 들렀지만 내가 꼭 가야겠다 계획했던 도시는 단 두곳이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를 맡은 챤디가르와 네팔과 티벳에서 멀지 않은 다르질링. 홍콩에서 환승을 하며 또래의 한국 친구들을 만나 얼마간 동행했지만 챤디가르에 가겠다는 친구들은 없었다. 사실 챤디가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여행하는 인도의 도시들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현대적이었고 자로 잰든 명확하고 반듯했으며 사람에 빗대어 묘사하자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차갑고 깐깐한 느낌의 도시였다. 다르질링에서 챤디가르로 바로 가는 기차가 없어서 엉겁결에 머물게 된 알라하바드에서 열 시간이 넘는 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챤디가르.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여과없이 스며들어 침낭을 꺼내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깊이 잠들었다가 내려야 할 역을 놓치거나 누가 스윽 훑고 지나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기차 속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내가 어디쯤에 와 있다는 것은 기차역에서 도착 기차를 알리는 방송을 통해서야 어렴풋이 짐작 할 수 있었다. 아직 날이 밝기 전에 도착한 그 곳에서 난 역 밖으로 나서지 않고 아침이 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인도는 어둠에 인색하지 않은 곳이니깐. 기차역에는 잠시 말동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럿있었다. 그리고 네스카페 커피 자판기도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소개했었다. 연락처도 받았었지. 인도에서 만난 많은 이들의 연락처가 적힌 미피 수첩은 어디에 있는걸까. 이미 재생 화장지로 부활하여 하수구를 타고 내려가 아메바보다 작은 놈들로 분해되었을지도. 하지만 머리속에 수첩속의 그들의 필체가 떠오른다는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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