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과 2월은 머리 한켠을 인도 여행에 비워주기로 결심했으니 매일 오늘의 날짜가 찍힌 사진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14년전의 오늘 나는 이 곳 바라나시에 있었구나. 인도인들이 죽어서 화장되어 뿌려지기를 원한다는 강 가, 갠지스 강변을 따라 쭉 걷다보면 화장터, 버닝가트가 나온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형형색색의 헝겊에 휘감겨져 차례대로 운반되어 들어오던 시체들. 마치 영원히 사라졌음이 인정되기 직전 다시 한번 세상 공기에 맞닿으려 안간힘쓰며 솟아 나와있던 누군가의 얼굴과 발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시체들 곁에서 튕겨져 나온 뼛조각이라도 있을까 미련에 차 서성거리던 개들. 낯선 장면, 낯선 냄새를 맡고 삐죽삐죽 삐져나오는 상념들이 사라질까 초조해하던 여행객들. 화장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맞서 구경꾼들이 질세라 피워대던 담배 연기들. 그리고 그 버닝 가트를 빠져나와 다시 생의 한가운데에 섰을때 다시 시작되는 흥정들. 호객에 열중하는 마사지꾼들. 작은 곤로와 후라이팬 하나를 놓고 거리 구석에서 볶음 국수를 만들어 팔던 인도인들. 벽에 붙은 요가와 시타르 수업의 광고들 그리고 사라진 여행자들의 얼굴이 담긴 미싱 리스트들. 좁은 골목 곳곳에 놓인 힌두교의 성상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이 한껏 뒤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순간의 고요함도 허용하지 않으며 바라나시는 그렇게 폭발하고 있었다.
뜬금없지만 오늘 구글 초기 화면에 이런 그림이 올라와서 눌러 보니 오늘이 암리타 쉐어 길(Amrita Sher Gil) 이라는 인도의 현대 여류 화가의 출생일이라고 한다. (1913.01.30) 항상 느끼지만 구글은 하루에 한번 정도는 들어가보는게 좋은듯. 쉽게 잊혀질 수 있는 지식들이지만 그래도 평생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던것들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기회를 주기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녀의 가장 유명한 Three girls 이라는 작품이라 함. 그녀의 작품은 인도의 국보로도 지정되어 있고 그녀는 인도의 프리다 칼로라고도 불린단다. 인도와 멕시코의 화가인데 프리다 칼로의 아버지가 헝가리계 독일인이었고 암리타의 어머니가 헝가리계 유태인이었다는 혈통의 유사성도 있다고. 그런데 이 화가는 28세의 나이로 요절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바라나시를 여행하던 날 인도의 어딘가에서는 그녀의 출생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겠지. 이 화가의 작품 이미지를 넘기고 있자니 얼마전에 타계한 천경자 화가도 그렇고 프리다 칼로나 수잔 발라동까지 평범치 않은 삶을 살았다고 여겨지는 많은 여류 화가들이 떠올랐다. 암리타라는 이 젊은 화가의 인생이 좀 더 길었더라면 그녀의 인생도 다른 그녀들처럼 그토록 파란만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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