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를 만들어내는 것은 바람과 모래. 우거지면 우거질수록 결국 그 본연의 사구 자체는 사라지는 중이라는 것이 그저 아이러니하다. 모래 사와 죽을 사 사이의 언덕 어디쯤으로 새벽 5시에 일출을 보러 간다.
캄캄한 찻길에서 여우를 만났는데 라군이 내려다보이는 모래 더미 위에도 여우의 발자국이 지나갔다. 동일한 여우였다면 참 부지런한 여우다. 숙소에서 사구까지 거의 20킬로미터 거리였으니깐. 전 날 저녁 해지는 것을 보고 새벽이 되어서야 도시로 돌아오는 중이었다면 정녕 여우는 기다림의 대명사이다. 물론 여우가 절대 그랬을리는 없겠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해 뜨는 것을 본 게 아마도 20년 전의 시나이 산 같다. 홍해 바다와 태양의 색감은 기억나지 않지만 떠오른 후부터 시나이 산 바위 여기저기에 묻어나며 자리를 옮겨 가던 붉은 빛깔은 충분히 각인되었다. 태양은 매일 가장 높은곳을 향해 떠오르겠지만 그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언젠가 없어질것들에 늘 더 끌린다. 리허설이 끝나고도 미처 무대에서 치워지지 못한 의자가 금방이라도 다시 공연이 시작될 것 같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것처럼 이제 곧 해가 떠오를 거라 짐작하게 했던 건 오히려 저 앙상한 나무 한 그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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