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20. 2. 26. 07:00

 

 

러시아의 까르또슈카에 해당하는 '감자' 라는 이름의 디저트가 리투아니아에도 있으니 일명 '불비떼'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감자는 불베 Bulvė 라고 하고 불비떼 Bulvytė 는 지소체. 뭔가 트러플 초콜릿과 비슷한 맛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먹기 시작 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진 않다. 그렇다고 감자맛도 당연히 아니다. 단면을 자르면 다 식은 찐 감자처럼 묵직할뿐이다. 여러형태가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그냥 저렇게 둥근 것.촌스럽지만 정겹고 향토적이며 그 첫만남이 언제였고 몇 번 만났느냐와 상관없이 한 입 먹는 순간 개인의 추억이 밀려오는 디저트. 그런데 이 디저트를 아무곳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게 아니다. 빌니우스 구시가에서 이 감자를 파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런 빵집에는 항상 아이들이 있거나 할머니들이 계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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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앗 먹고파요! 저에게 이것은 초코찹쌀떡이란 첫느낌으로 남아있어요 근데 리투아니아 감자는 동글동글하네요 러샤는 길쭉한데 ㅋㅋ

    2020.03.16 01: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고보니 초코찹쌀떡이랑 비슷한것 같네요. 길쭉한것도 본것같은데 대부분은 이렇게 똥그래ㅛ

      2020.03.16 03:05 신고 [ ADDR : EDIT/ DEL ]

Lithuanian Language2020. 2. 14. 07:00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는 어린이 도서관 창가 풍경. Meilė iš pirmo sakinio '첫 문장에 반하다. 첫 문장에 반한 사랑'이라는 뜻의 문장이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책 위에 책의 일부 문장이 적혀있었다. 이것을 집어서 직원에게 가져가면 포장이 안된 상태의 책을 따로 꺼내어주는 줄 알았는데 그냥 포장된 채로 대출을 해서 가져가는 거였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누군가는 가장 짧은 문장이 적힌 책을 골랐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뭔가를 고심 끝에 고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겠지.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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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2019. 7. 17. 17:07


도서관 입구에 책 교환 수레가 있다. 매 번 갈때마다 빈 손이어서 쉽게 다른 책을 들고 올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어떤 날에 수레에 놔두고 올 책 한 권을 챙겨서 도서관에 갔는데 이 책이 보였다. 카라마조프 형제들의 리투아니아어 번역본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굵직한 장편들은 한국어든 리투아니아어든 여러 다른 번역으로 읽고 싶다.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쓸 수 없는 작가를 지속적으로 기억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 복잡한 번역이 있고 또 좀 수월한 번역이 있기도 하니깐. 살짝 집어 든 책은 몹시 가벼웠고 정갈했고 게다가 한 권짜리. 하지만 첫 잔상이 사라지고 몇 초후에 선명하게 포착한 O 자 위의 사선. 내가 읽을 수 없는 노르웨이어였다. 하지만 어쨌든 들고 왔다. 집에 돌아와서 러시아 찻 잔에 차를 담고 버섯 빵을 대동하고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말 대작가의 이름과 카라마조프의 카리스마는 어떤 언어로도 지울 수 없구나. 작가가 단 몇 년 만이라도 더 살았어서 막내 아들 알료샤의 이야기를 끝맺을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그랬을까. 써야 했던 책이라면 그는 분명 써내려갈 수 있지 않았을까. 남은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 작품은 정말 미완성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리투아니아어로 남자 형제는 Brolis. 복수는 Broliai. 노르웨이어의 형제들도 러시아의 영어의 형제들도 거의 비슷하지만 노르웨이어는 뭔가 몹시 빵이라는 단어를 연상케한다. 언어를 몰라도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냥 구석구석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이즈음이겠지 하고 펴서 보면 생각했던 등장인물들의 대화체가 등장하고 그들의 논쟁이 들리는 듯 하다. 마차가 눈 앞을 지나 달리고 누군가가 황급히 담을 넘는 모습이 펼쳐진다. 첫 장에는 어김없이 이 책을 안나에게 바친다는 문구와 요한복음 12장 24절의 구절이 적혀 있었다. 모르는 언어를 들여다 본 다는 것이 기억의 점자를 더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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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2019. 7. 4. 18:00

어제 트롤리버스에서 내리니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무지개. 이번 주에 갑자기 기온이 크게 떨어졌고 봄가을 코트를 다시 꺼내 입었다. 비도 자주 온다. 보통은 지나가는 비라 우산을 챙길 필요는 없다. 비가 오고 해가 나고 해가 난 상태에서 비가 오는 경우도 많으니 무지개도 자주 보인다. 리투아니아어로 무지개를 Vaivorykštė 바이보릭싀테 라고 한다.  Vaivas 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는 단어이고 그만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데 우선 빛이라는 뜻이 있단다. Rykštė 는 채찍까지는 아니지만 무지개와 같은 구부러짐을 보이며 찰싹찰싹 거리면서 때릴 수 있는 회초리를 칭할때 쓰인다. 그런데 빛의 채찍이라니. 채찍이라는 단어도 빛이라는 단어와 합성하니 퍽이나 시적이다. 들판에서 들꽃을 꺽어서 길다랗게 묶었다면 그것도 나름 릭싀테라고 부를 수 있다. 마당의 나뭇가지를 꺾어 마님한테 대드는 자식에게 마님 보란듯이 회초리를 드는 경남댁 생각이 나는 그런 나뭇가지뭉치도 릭싀테라고 볼 수 있는 것. 그러니 어쩌면 저 색색의 빛이 겹겹이 쌓여 길다랗게 묶어 놓은 듯한 빛의 형상을 한 무지개에 그런 단어를 붙인것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어제의 빛의 채찍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보랏빛까지 선명하게 드러냈다. 

마당 놀이터에도 언젠가 빛의 회초리가 나타났다. 이번 주에 무지개로 세 번 정도 더 맞고 다음 주에는 또 조금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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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단어를 보는 순간 왠지 바이올렛이 떠올랐는데..
    아무런 상관은 없네요.
    빛의 채찍이라.. 멋진 표현이네요.
    궁금해서 무지개 무슨뜻인가 찾아보니 순우리말이네요.
    북한말로는 빛고리.

    2019.07.04 21:51 [ ADDR : EDIT/ DEL : REPLY ]
  2. 되게 로맨틱한 이름이네요 이쁘다. 근데 길고 어렵당 노어는 짧은데... 라두가. 근데 이 단어는 발음이 안이쁘다고 혼자 생각 ㅋㅋ

    2019.07.07 05: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Lithuanian Language2019. 5. 3. 06:00

아침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보통 그 시간이면 새로 구운 빵을 내놓는 마트가 있어서 집 앞 마트를 놔두고 그냥 들어갔다. 이런저런 식품들을 주워 담고 잡지까지 한 권 넣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지갑이 없었다. 큰 가방 작은 가방을 번갈아 사용하니 가끔 지갑을 옮기는 걸 잊곤 한다. 아 집에 가서 따끈한 빵 먹어야 되는데 결국은 주워 담은 식품들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기가 귀찮아서 장바구니를 맡겨두고 집에서 지갑을 가지고 다시 와서 계산을 했다. 결과적으로 시간을 절약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끔은 그냥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계산대 옆 진열대에 스니커즈가 딱 한 개 놓여있는데 '배고파요' Alkanas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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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사진을 보니 러시아도 아니고 프라하의 작은 구멍가게가 하나 생각났어요. 몇년 전 두어달 살았던 골목에 있던 가게인데 집에서 젤 가까워서 종종 들렀거든요. 너무너무 그때를 연상시키는 광경이에요.

    2019.05.04 21: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