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thuania

(6)
리투아니아의 늪(Pelkė)과 미국의 장갑차(Šarvuotis) 빌니우스에서 47.5km 정도 떨어진 곳에 파브라데(Pabradė)라는 도시가 있다. 벨라루스 국경까지 10km 떨어진 이 도시에는 리투아니아의 군사 훈련장이 있다. 칼리닌그라드의 국경도시 키바르타이(Kyvartai)와 함께 군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이다. 지난 수요일 이 파브라데의 늪지대에 70톤 규모의 미국 장갑차가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미군 4명도 함께 실종됐다. 나토 가입국인 리투아니아에는 1000명가량의 미군 병력이 순환 주둔한다. 이런 장갑차는 전투에 나가는 기갑장비들이 어딘가에 빠지거나 파괴됐을 때 끌어내거나 작동에 문제가 생겨 고쳐야 할 때 투입되는 장비이다. 궤도나 엔진 등만 보면 전차 장비와 흡사하지만 공격용 무기는 탑재되지 않았고 대신 크레인 같은 장비들이 있어서 전투 장비들의..
우즈가베네스(Užgavėnės), 기름진 화요일, 사순절 전야 그리고 팬케이크,팬케이크,팬케이크 지난 4일 화요일은 리투아니아의 우즈가베네스(Užgavėnės) 였다. 우즈가베네스가 뭐냐면 사순절 전야, 팬케이크를 왕창 먹는 날, 스웨덴에서는 셈라를 먹는 날. 기름진 화요일 (Fat tuesday) 참회의 화요일 (Shrove tuesday), 마슬레니차, 마르디그라, 페티스다겐... 독어, 핀란드어, 스페인어 등등의 말로도 다 있을 거다. 한국 달력이 생겨서 벽에 걸었다. 음력 날짜와 24절기가 적혀있어서 너무 좋다. 부모님은 아직 음력 생일을 지내시니깐 1년에 한 번 인터넷에서 음력 날짜를 확인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이게 은근히 일이고 그마저도 때를 놓친다. 한국 종이 달력이 생겨서 또 좋은 점은 어제도 먹고 일주일전에도 먹은 그 팬케이크를 '작정하고 왕창 먹는 화요일'이 언제인지 계산하..
리투아니아식 서양 자두 잼 만들기 2주 전쯤 마트의 할인 광고인데. 마트들이 가끔 이상한 방법을 써서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바로 이런 식이다. '특가 (Super kaina) 푸른 자두, 54프로 할인' 이라고 쓰여있으나 할인된 가격은 적혀있지 않고 자두는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그 아래 아주 정직하게 2.79 유로라고 쓰여있는 엄청난 물량의 과일은 알고 보면 그 할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복숭아라는 것. 착각하고 얼떨결에 좀 더 비싼 복숭아를 사게 하려는 건지 괜히 이런 꼼수를 쓰다가 자두마저 못 팔게 되는 건 아닌지 가끔 의문이 생긴다. 어쨌든 자두잼은 시판 제품이 거의 없고 텃밭이 있는 사람들이 주지 않으면 먹기도 힘들어서 이런 기회가 오면 보통 잼을 만들어 먹는다. 복숭아를 미련 없이 지나쳐서 자두를 찾아 나섰다. 껍질을 ..
리투아니아의 빵집에서 유용한 단어들 가끔 들춰보는 11년 전 나의 리투아니아어 교과서. 나의 선생님이 매일 아침 프린트해서 주신 것을 제본해서 간직하고 있다. 스승의 대학 강의가 시작되기 전 아침 7시에 1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18번의 수업. 지금 생각해도 그 수업은 굉장히 명료했고 유익하고 즐거웠다. 대학에서 어학당 선생님도 겸하고 계셔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 본 스승의 노하우도 있었겠지만 현지에 지내면서 현지어를 알파벳부터 배운다는 첫 경험은 짜릿한 일이었기에. 리투아니아어 수업이 끝나고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일 중 하나는 빌니우스 대학 근처의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일이었다. 그곳은 지금 중국식당으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이름을 몰라도 사기야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빵들에 잼이나 크림이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아서 빵 속..
와인 코르크 와인병과 작별한 와인 코르크를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냄비 뚜껑 손잡이가 뚜껑 재질과 똑같아서 열전도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코르크를 통과 시킬 수 있는 구멍이 뚫린 뚜껑이라면 말이다. 오랜시간 묵묵히 포도주를 틀어막는 임무를 끝까지 완수한 코르크의 인생에 부여된 또 다른 먼 여정이다.
리투아니아의 자린고비 이야기 간장 한번 찍어 먹고 천장에 걸어 둔 굴비 한번 쳐다보며 밥을 먹는다는 한국의 자린고비 이야기를 언젠가 남편에게 해준적이 있다. 부채를 가만히 들고 부채가 닳을까 아까워 부채 대신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이야기도 덤으로 해줌. 음식을 적게 먹다보니 확실히 치즈며 버터며 크림을 주로 이용하는 느끼한 음식들이 갈수록 맛있어짐을 느낀다. 이것은 뭐랄까. 고추장에 익숙치 않았던 외국인이 매운 맛이 두려워 밥을 비빌때 커피 숟가락 만큼 고추장을 넣다가 고추장의 진면목을 깨닫고 밥 숟가락으로 고추장을 퍼대기 시작하는 변화와 비슷한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외국인이 있다면 말이다. (글을 다 쓰고 네이버에서 자린고비를 검색해보니 자린고비는 심지어 간장 조차 찍지 않고 그냥 굴비를 올려다 본단다. 간장을 낭비하는 자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