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쯤 마트의 할인 광고인데. 마트들이 가끔 이상한 방법을 써서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바로 이런 식이다.
'특가 (Super kaina) 푸른 자두, 54프로 할인'
이라고 쓰여있으나 할인된 가격은 적혀있지 않고 자두는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그 아래 아주 정직하게 2.79 유로라고 쓰여있는 엄청난 물량의 과일은 알고 보면 그 할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복숭아라는 것. 착각하고 얼떨결에 좀 더 비싼 복숭아를 사게 하려는 건지 괜히 이런 꼼수를 쓰다가 자두마저 못 팔게 되는 건 아닌지 가끔 의문이 생긴다.
어쨌든 자두잼은 시판 제품이 거의 없고 텃밭이 있는 사람들이 주지 않으면 먹기도 힘들어서 이런 기회가 오면 보통 잼을 만들어 먹는다. 복숭아를 미련 없이 지나쳐서 자두를 찾아 나섰다. 껍질을 따로 벗기지 않으니 껍질이 주는 식감이 또 남다르다. 반값이나 할인했던 자두 치고는 상태도 좋다.
자두를 반으로 잘라서 씨를 걷어내고 원한다면 더 여러 등분으로 잘라도 된다. 칼집내서 비틀면 잘 분리된다.
한없이 뭉그러지고 싶은 과일들의 영원한 동반자인 설탕을 넣어주는데. 자두:설탕 비율은 3:1 정도. 그래서 1kg의 자두에 설탕은 300g 정도를 넣는다. 다른 잼들보다 확실히 설탕이 덜 들어가기도 하지만 장기 보관용이 아니므로 설탕이 꼭 많이 필요하진 않다.
설탕을 뿌리고 가끔 뒤섞어 주면서 놔둔다.
말랑말랑 촉촉해진 것이 눈에 보인다. 이런 자두는 그냥 어디 타르트 생지 같은 곳에 넣어 버리고 싶을 정도이다. 설탕이 다 녹고 즙이 많이 빠져나왔다 싶으면 이제 팬으로 옮겨 끓이는데 이때 원한다면 사슴뿔 같은 정향 두세 개 정도를 넣어준다. 정향이 잼에 뭔가 따뜻한 겨울 특유의 냄새를 가미한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12시간 정도 그 상태로 놔둔다. 그 상태에서 알아서 또 더 퍼진다. 그리고 다시 한번 끓인 후에 끓는 물로 그냥 휘휘해서 열심히 헹군 병에 옮겨 담는다. 병 소독을 하는 것은 잼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과정으로 느껴져서 웬만해선 생략한다.
잼은 보통 빵이나 크레페, 와플 등에 바르거나 오트밀이나 요거트와 함께 먹겠지만 고기 요리에 건자두나 통 사과를 넣어 오븐 구이 하는 것처럼 자두잼은 구운 닭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요리에 의외로 잘 어울린다. 처음에는 고기 요리에 자두나 리투아니아에서는 브루크네 (Bruknė)라고 하는 링곤베리 잼 같은 것을 곁들이는 것이 생소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그냥 당기기 시작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마침 꽃 한 다발이 있어서 기념 촬영. 한 병은 여전히 남아있고 한 병은 거의 다 먹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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