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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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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Flynn (2012) 며칠간 본 영화들을 쭈욱 늘어놓고 생각에 잠겼다. 알고 있었지만 세상엔 재밌고 좋은 영화들이 정말 많구나. 그러니 재미없는 영화들이 단순히 재미없음을 넘어 괘씸하게 느껴질 수밖에. 아이리쉬 맨을 볼 날을 기다리며 로버트 드 니로의 출연작을 다시 훑어보다 듣도 보도 못한 영화가 있어서 보기 시작했다. 존 말코비치 되기도 재밌었으니 플린 되기도 재밌겠지. 로버트 드 니로와 폴 다노라니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언젠가 알 파치노와 조니 뎁,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그랬듯이. 슬픈 영화가 아니길 바랬다. 이제 슬픈 영화를 보는 것은 너무나 쓸쓸한 일이다. 영화는 꽤나 도발적인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미국에 위대한 작가 3명이 있으니 마크 트웨인과 샐린져 그리고 나, 조나단 플린이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
Beyond the hills (2012) 제목이 비슷해서 더 그랬겠지만 빛이 바랜 사진 느낌의 포스터에서 오래전 영화 비포 더 레인을 회상하며 보기 시작했다. 멀리 펼쳐진 언덕을 뒤로하고 또 다른 언덕 어딘가로 급히 오르고 있는 짐가방을 든 두 여자의 느낌도 좋았다. 언덕 너머에 뭐가 있을까. 뭐가 있을 거라고 기대에 부풀어서 오르는 언덕은 아니길 바랬다. 저런 목가적인 풍경은 역설적으로 누군가의 불행을 도드라지게 했고 세상은 또 나 몰라라 하고 그들에게 등을 돌리곤 했다. 부디 이들에게는 너무 가혹하지 않기를. 비포 더 레인에 마케도니아의 어느 높은 절벽에 홀연히 위치한 정교회가 등장했다면 이 영화는 루마니아의 궁벽한 정교 수도원이 배경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들 나라들은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어디가 시작인지도 모를 그런 산과 평원, 가까운..
Can you ever forgive me (2018) 많은 좋은 영화들을 보지만 저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친구가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영화를 보고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이나 천국보다 낯선의 에바, 칼리토 같은 내가 두고두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영화 캐릭터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너무나 행복했다. 누군가가 생각나면 그의 사진을 꺼내보는 것처럼 어떤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내 마음을 뺏어간 인물의 습관, 그의 유머, 말투, 그의 생활공간들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허구의 인물에 어떤 추억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나에겐 그것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매력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매일의 일상으로 채워진 우리의 삶 자체가 내일이라는 명백한 허구를 향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
워킹데드 시즌 10을 보다가 잡담 특정 드라마들을 수년에 걸쳐서 보긴 하지만 드라마 공식 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제작과정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살피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몇 시즌을 이끌어가던 주연급 배우들이 뚱딴지 같이 갑자기 사라져서 나오지 않고 그래도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검색 한 번 이면 알게 될 이야기들이겠지만 육아휴직 갔나?라는 식으로 웃고 넘어갈 뿐 사실 그다지 궁금하지가 않다. '뭐지? 왜 이러는 거야 이 드라마' 하는 물음표를 안고 영향력 있는 주연들의 공백을 메우려 급히 수혈된 또 다른 주연급 배우들의 역할에 그저 이끌려 가며 어떤 식으로든 기사회생하려고 애쓰는 드라마의 생존 방식을 지켜보는 것이 스토리 자체에서 얻는 즐거움보다 더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 드라마는 무슨 나루토나 원피스 같은 일본 만화영..
Marriage story (2019)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면 이것이 노아 바움백의 자전적인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할 거다. 공식적으로 감독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제니퍼 제이슨 리라는 걸출한 배우와의 결혼과 이혼이 극중 연극 연출가인 아담 드라이버와 배우인 스칼렛 요한슨의 결혼 생활과 이혼 공방에 투영 되었으리라 넘겨짚게 된다. 사진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저 장면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빰엔 아마 눈물이 흘러 내렸다. 왜 날 사랑하지 않느냐며 펑펑 우는 수동적인 눈물이 아니라 계속 작아지고 작아져서 이대로 매몰될 수는 없다는 독립된 자아의 능동적인 눈물이다. 그래서 그녀의 눈은 한편으로는 이글거린다. 짧게 자른 머리, 무채색의 얼굴, 손목에 찬 시계, 시종일관 남성적인 패턴의 셔츠와 바지를 입고 나오는 그녀는 남편을 ..
기생충 (2019) 이 영화도 거의 3시간 가까이나 돼서 더럭 겁이 났지만 너무나 재밌다는 가장 강력한 스포일러를 지닌 채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실망할까 봐 최대한 자중했던 그 노력이 불필요했다 느낄 만큼 좋은 영화이기를 기대하면서 보았다. 이것은 확실히 너무나 잘 만든 영화임이 분명하지만 사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봉준호 최고 영화가 마더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마 괴물을 기점으로 더없이 확장된 봉준호 영화의 스케일과 누구라도 공감할만한 사회 비판적 메시지, 냉소적 유머를 가미한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그의 영화가 이제는 내 개인적 추억과 애정을 가지고 대하기엔 너무 거대하게 느껴져서이기도 하겠지만 인공적인 웃음을 뺀 마더 특유의 일관된 긴장감과 분위기가 결국 그의 연출에 있어서는 가장 오리지널 했다고 느끼기 때문..
Once upon a time...in hollywood (2019) 영화를 재생하는 순간 러닝타임 2시간 40분을 가리키는데 이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보는데 재미없거나 디카프리오 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그가 연기 자랑하는 영화라면 억울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3시간 가량을 투자한것이 아깝지 않았고 심지어 아주 재밌어서 보람있었다. 포스터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면 그래서 타란티노의 이름을 포착했다면 제목 속의 저 쩜쩜쩜의 뉘앙스를 마음껏 예상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영화를 봤을거다. 오히려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라면 오며가며 길거리에서 저 포스터를 본 것 말고는 이 영화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같다.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어쩌다가 결말까지 알고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엾을 정도이다. 영화관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브루스 윌리스는 귀신이다..
Virgin mountain (2015) 핑크색으로 쓰인 영화 제목이 전체적으로 차갑고 엄격한 포스터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며 눈에 확 들어왔다. 난 이 포스터를 보고 이 영화가 무슨 현대판 무소르그스키 전기 영화쯤 되려나 생각했다. 레핀이 그린 빨간 코 무소르그스키와 너무 닮지 않았는가. 비록 남자는 술 대신 우유를 들고 비교적 말끔한 차림새에 또렷한 눈빛을 하고 있지만 왠지 무소르그스키의 인생 말미가 떠올라서 서글퍼졌다. 제발 우유를 든 이 남자의 삶은 순탄하기를 바랐다. 이 영화는 공항의 수화물 파트에서 일하는 남자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헤비메탈을 즐겨 듣고 금요일마다 태국 식당에 가서 팟타이를 먹고 전쟁 장면을 재연하는 미니어처들을 섬세하게 손질하며 여가를 보내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우유에 시리얼 말아먹기를 좋아하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