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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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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ft (2014) 내가 본 대부분의 제니퍼 코넬리의 영화는 참 우울했다. 그렇기때문에 굳이 그의 영화라면 찾아보는건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며 21그램에서의 나오미 왓츠 역을 제니퍼 코넬리가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한때 두 아이의 엄마였던 나나 쿠닝은 불치병을 앓던 둘째 아들을 사고로 잃고 첫째 아들은 할아버지에게 맡겨둔채 극지방으로 떠난다. 자연 치유사로서의 스스로의 능력을 받아들이고 누군가를 돕고자 하지만 자신의 아들은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그 상실감으로부터도 도피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아픈 동생으로 인해 항상 희생을 강요받았던 남겨진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엄마와의 이별은 가혹하다. 다행히 그는 사냥용 매를 조련하는 할아버지와 자라나고 가정을 이룬다. 하지만 엄마에게 받은 상처는 그대로 지닌채이다...
바이킹스 시즌 6을 기다리며 잡담 3일 간의 짧았던 베르겐 여행. 축축하고 을씨년스러웠던 베르겐의 기운이 아직 콧잔등에 남아있는 채로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보기 시작한 히스토리 채널 드라마 바이킹. 베르겐의 날씨, 하이킹하는 동안 밟았던 이끼 낀 바위산 그리고 어둑어둑해지는 평평한 산 정상으로 불어오던 날카로운 바람들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생각났다. 실제로 얕은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베르겐은 드라마의 배경이자 인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노르웨이의 군소 왕국의 지배자들도 호시탐탐 노리는 노르웨이 바이킹의 거점 도시, 카테가트와 거의 동일했다. 베르겐은 13세기에 노르웨이의 수도였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보다 훨씬 이전의 바이킹이 전성기를 이루던 시절부터 수백 척의 배들이 그 항만을 빠져나가 지금의 영국으로 프랑스로 발트해 연안에 닿았을것이다...
The hunt (2012) The hunt_Thomas Vinterberg_2012 이런 영화를 보고 났을때 가장 기분이 좋다. 우연히 보게 됐는데 생각지도 못한 긴장감으로 눈을 뗄 수 없을때, 보고 나서도 한참동안 여운이 남아서 계속 생각하게 될때, 그러다가 곧 잘 꿈도 꾸게 하는 영화들. 우습게도 얼마전에 빌니우스 거리에 사슴 네 마리가 무리지어 뛰어 가는 꿈을 꾼 것은 아마도 매우 이 영화 때문일거다. 물론 포스터 속에 매즈 미켈슨이 아니라 모르는 배우의 얼굴이 있었다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결국 배우의 힘이 가장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의미하는 표정일까. 어떤 장면일까. 고아로 태어나 용병으로 길러진 슬픈 남자의 이야기인가. 거대한 권력에 철저하게 이용당하다 피를 흘리며 터벅터벅 어두운 아파트로 돌아와 위스키 병 ..
Lost in Paris (2016) 좀 더 이전에 본 파리 배경의 영화 한 편 더. 에펠 탑 위의 이들은 캐나다인 사서 피오나와 그녀의 이모 마르타 그리고 파리의 노숙자 돔이다. 피오나는 파리에 사는 이모 마르타로부터 엽서 한 통을 받고 배낭 하나를 달랑 짊어지고 이모를 찾아 파리에 도착한다. 마르타는 피오나가 아주 어렸을때 파리를 꿈꾸며 이민을 왔고 이제는 보호자도 없는 고령의 노인이 되어 요양 시설에 보내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녀는 피오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비록 약간의 치매 증상을 보이지만 시설에 옮겨져서 지금껏 누려온 자유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피오나가 배낭과 함께 센 강에 빠지면서 모든 일이 꼬인다. 그리고 그 배낭을 파리의 노숙자 돔이 발견하면서 그들은 연결된다. 돔은 센 강변의 텐트 속에 살며 쓰레기 통에서 ..
La melodie (2017) La melodie_Rachid hami_2017 영화를 보고 나서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점점 잦아 진다. 최근 들어서 부쩍 자주 그러는듯. 심지어 배우나 감독 이름을 몰라서 영영 기억해내지 못하는 영화가 있을 정도. 영화 내용을 대충 적었을 때 검색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학창시절에는 영화를 보고나면 작은 수첩에 기본 정보 정도는 기록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때처럼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 조차 잊고마니 우스울 뿐이다. 가끔 보는 프랑스 영화들은 특히나 배우나 감독의 불어 이름들이 입에 붙지 않아서 기억하는데에 더 애를 먹는다. 이렇게 한 번 정도 쓰면서 되새겨보는 이 영화는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파리의 초등학교 음악 수업에 강사로 초대 받는 어떤 바이올린 연주..
워킹데드 시즌 9를 기다리며 짧은 잡담 릭- 그래서 우리 둘다 계약 연장 한다는 거야?니건- 그러니깐. 난 나는 이번에 죽는 줄 알았어. 라고 말하며 웃고 있는것 같다. 죽음을 맞이할 줄 알았던 니건은 그렇게 또 살아남았네. 올 봄에 끝난 워킹데드 시즌 8. 드라마 자체가 끝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끝이 나질 않아 시즌 9 기다림의 글을 쓰려고 반년 넘게 이 사진을 저장해놓고는 발행만 연장하다 지겨워서 이제 시즌이 시작될 시기에 임박하여 그냥 올리는 사진. 수년에 걸쳐 방영되는 드라마들을 보고 있자면 아 이 분은 여기서 끝인가보다. 죽겠구나. 다음 시즌엔 안나오겠구나. 그런 생각 항상 하게되고 그러면 싸워서 계약 연장을 못했나봐 이런 생각도 장난스럽게 하고. 실제로 그런 일들은 있을 수 있겠지. 이제는 누가 어떤식으로 죽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
연극 백치 얼마전에 본 연극. 텍스트 연극이라기보단 발레 연극. 그냥 현대 무용극이라고 해야하나. 모르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대사없이 춤동작만으로 구현해낸 연극이지만 그렇다고해서 현란한 발레 동작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투아니아 안무가 안젤리카 홀리나의 또 다른 작품,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안나 카레리나를 8년전에 본 적이 있다. 과연 몸 동작 만으로 그 방대한 소설을 표현해내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한편으로 춤을 통한 은유를 극대화 하기 위해 완벽하게 절제된 색상과 소품 그리고 예민하게 배치된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구경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러시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말고도 오델로, 카르멘 같은 작품이 있지만 안나 카레리나의 영향 ..
My summer in Provence_ Rose Bosch_2014 한국어로는 러브 인 프로방스로 번역된 영화. 영어 제목에는 사랑 대신 여름을 프랑스어 제목에는 미스트랄이 들어간다. 사실상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사랑도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여름도 거센 미스트랄도 어느것 하나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느낌이다. 양 옆으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비포장 도로를 막무가내로 달리는 트럭 기사에게 조금 천천히 달려주세요 하는데 운전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속도를 밟는 듯한 느낌, 기분좋게 물컹거리며 입속에서 퍼지는 올리브 향기를 기대하다 덜 익은 올리브를 깨문듯한 느낌, 씨가 제거되지 않은 올리브 통조림을 스스로 선택해놓고도 으례 씨 없는 올리브인줄 알고 먹다가 이 사이에 매몰차게 들어차는 올리브씨에 화들짝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래서 올리브는 항상 덜 익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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