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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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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off then_Julia von Heinz_2015 한국에서는 '나의 산티아고' 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이 영화. 제목만 보고서는 칠레가 배경인 줄 알았다. 아마도 그 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배경인 영화를 봐서 더 그랬던 듯. 영화는 극심한 과로로 무대에서 쓰러진 유명 배우 한스 페터가 3달 동안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는 극약 처방을 받고 집에서 뒹굴 거리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는 내용. 순례길에 오른다는 그의 결심을 저지해보려는 친구에게 '그럼 나 이제 떠날게' 라는 유쾌한 말을 남기고선 짐을 꾸린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원제목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정에 대한 순수한 설레임의 어조라기 보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더 듣고 있다가는 설득당해서 시작도 못하고 끝나버릴지 모르는 여정에 대한 두려움에 가깝다. 누군가는 답을 찾아 떠나는 ..
로베르토의 둘체데레체 Chinese Take-out_Sebastian Borensztein_2011 한국에서는 이라고 번역된 이 영화. 스페인어 한 마디 못하는 중국인 쥔이 유일하게 남은 혈육을 찾으러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한다. 그가 가진 유일한 정보는 팔목에 새긴 동네 이름과 백부의 이름. 작은 철물점을 운영하는 아르헨티나인 로베르트는 오갈데 없는 그를 돕게 된다. 하지만 쥔은 백부를 찾을 수 없고 그 동네까지만 데려다주면 될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그의 작은 선행은 결국 기약없는 동거로 이어진다. 로베르토라는 지푸라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중국인 쥔은 눈치껏 행동한다. 영화는 국적이 다른 낯선 이방인과의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하나의 시공간에서 맞물린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I.T._ John Moore_2016 아빠가 몹시 부자인데 이런 딸이 등장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이런 딸에게 문제가 생긴다. 부러울 것 없이 자랐으니 이런 딸은 아주 순진하거나 아주 되바라졌다. 오히려 그 문법을 벗어나면 아쉬울 지경. 그래서 이왕 생겨야 할 문제라면 좀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는데 제작자들이 그런 패턴은 싫어하는지 그냥 항상 비슷하다. 나에겐 30년이 지나도 그저 레밍턴스틸일 뿐인 피어스 브로스넌. 007 골든아이를 당시에 극장에서 본 것도 전부 레밍턴스틸이 갑자기 제임스 본드가 된다고 해서 너무 신기해서였다. 레밍턴스틸의 짝꿍이었던 로라는 비비언 리처럼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그다지 예쁘지 않았구나. 어쨌든 골든아이 조차도 이미 22년전 영화가 되어버려서 피어스 브로스넌의 언제쯤의 이미지에 이제 촛점을 ..
Jane Wants a Boyfriend_William Sullivan_2015 Jane wants a boyfriend_2015 남자친구가 있고 싶지 않은, 남자친구가 있지 않고 싶은, 남자친구가 없고 싶은 영화 속 여주인공은 흔하지 않은데. '배고플 땐 라면먹자' 식의 이런 제목을 당당하게 붙이면 뭐라도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다 . 사실 포스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이퍼텍 나다 같은 곳에서 상영할 것 같은 느낌. 따끈따끈한 크라이테리온 타이틀 같은 느낌. 물론 일반적인 로맨틱 영화 팬들을 흡수하기에도 잔잔한 저예산 영화 팬들을 홀리기에도 뭔가 한 방이 모자란 영화이지만 유쾌하게 공손한 마음으로 보았다. 공손한 마음이라는 것은 주인공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가짐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까 누가 제인인지를? 불투명 스타킹 위에 양말을 덧신고 방울 달린 ..
5 to 7_Victor Levin_2014 외교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뉴욕에 살고 있는 프랑스 여인 아리엘. 작가 지망생 미국인 브라이언. 그들은 뉴욕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브라이언이 먼 발치에서 끽연중인 아리엘에 반해 다가가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우연인듯 말을 걸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아리엘이 반대편에서 걷고 있는 브라이언을 먼저 보고 그가 건너오기를 기다린 것 같은 뉘앙스로 아리엘의 관점에서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관객인 나는 왜 그 장면에서 브라이언을 좀 덜 동정해도 된다는 것에 안도한 걸까. 그것은 먼저 반한 사람이 더 사랑하는 것이고 그가 더 많은 것을 잃는 존재라고 끊임없이 암시하던 많은 사랑 영화의 문법에 세뇌당한 까닭이다. 몹시 없어 보이는 그런 관념을 이젠 좀 떨쳐내고 싶다. 그들은 항상 같은 시간에 호텔 앞..
Walking Dead 시즌 8을 시작하며 잡담 릭 그라임즈의 카우보이 모자가 시즌 몇까지 저 형태를 유지 했었는지 모르겠다. 로스트, 프리즌 브레이크의 계보를 이으며 장황한 미국 드라마의 전형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는 워킹 데드. 언젠가 왜 꾸역꾸역 계속 만드는걸까 라는 우문에 친구가 현답을 해주었다. 너처럼 보는 사람이 있으니깐. 맞다. 나 처럼 보는 사람이 있는 이상 시즌 20이 문제랴. '우리 드라마를 봐주시는 단 한명의 시청자분이 남을때까지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의 모토로 사력을 다해 만들고 있는것이다. 이제는 지금까지 본 시즌들, 좀비 엑스트라들의 노고 때문에라도 끝까지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쨌든 재밌다. 시즌 4였는지 언제였는지 이 드라마 이거 이제 안되겠네 싶었던 지지부진하던 때가 있었지만 어쨌든 그 고비를 넘기고 여전히 살..
Wind River_Taylor Sheridan_2017 소설도 그렇지만 영화도 추운지방이 배경이면 더 보고 싶어진다. 영화가 추우면 보통은 재밌다. 그 추위를 잔혹하지만 세련되게 묘사할 수 있다면 그 영화는 또 멋있다. 그런 영화들은 또 얼마나 폐쇄적인가. 그들은 절대 추위를 남겨두고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로 날아가지 않는다. 그들은 철저하게 고립된다. 낯선 곳에서 어쩔 수 없이 흘러들어와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만 있을뿐이다. 의 알파치노나 의 카일 맥라클란 같은 사람들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사건의 심각성을 평가 절하한채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혈혈단신 파견되는 FBI 요원 엘리자베스 올슨이 그렇다. 주인공들은 그 어떤 눈보라와 폭풍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더 이상 적절할 수 없는 옷을 입고 등장한다. 추위를 일상적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방어해 낼..
Fargo 시즌 4 를 기다리며 잡담 Fargo_1996 파고 Fargo 시즌 3 이 끝났다. 한때 코엔 형제를 많이 좋아했었다. 특히 파고는 학창시절에 비디오 테잎이 아닌 스크린으로 본 유일한 그들의 영화이기도 해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파고는 그냥 정말 재밌고 웃긴 영화였다. 영화속에서 목격자들이 범인 스티브 부세미의 신상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그냥 웃기게 생겼어요, 그냥 웃겨요' 라고 말하는 딱 그 식이다. 그냥 웃긴 영화이다. 어쩌다 영화가 저런식으로 진행이 되는것이고 어쩌다가 평범한 주인공은 또 꼼짝없이 나락에 빠지게 되는것인지 처량한 주인공의 인생을 되돌려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고 나쁜 놈들은 또 그들의 사정이 있어서 저렇게 나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모두에게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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