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테리언 컬렉션 페이지에 이번 달 발매 타이틀로 소개되었길래 찾아보았다. 타이틀 커버의 결코 편안해 보이지 않는 남자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제 이런 영화는 보기가 좀 불편한데 라고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그의 삶이 내 생각보다 수월하기만을 기대한다.
파키스탄 이민자 아흐메드는 새벽 3시의 맨해튼을 달린다. 이른 시간에도 이미 자동차로 빽빽한 위험한 도로에서 무거운 커피 카트를 손수 운반한다. 자신의 일터를 손수 주차하고 나면 비좁은 카트 속에서 베이글을 진열하고 종이컵을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오손도손 함께 일하던 부인은 죽고 없다. 아들을 손수 키울 수도 없게 되었다. 빨리 자리를 잡고 아들을 데려와 함께 살고 싶지만 당장은 갓 태어난 길고양이만을 집에 데려와 보살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조차 쉽지 않다. 뉴욕 한복판을 누비는 무슬림계 이민자의 삶. 누군가를 감당하기에 앞서 그 조차도 지금은 울타리가 필요하다.
일터를 향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차와 베이글을 기다리는 동안 아흐메드와 짧은 대화를 나눈다. 누군가는 다시 찾아오고 그는 누군가를 기억한다. 그것이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이다. 그는 소외되어있다. 이미 불행은 깊이 내재되어있고 이 모든 것을 그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그가 살아내는 하루의 본질이 되어버렸다.
맨해튼 어딘가를 달리는 저런 커피차에서 커피를 사서 마셨다면 그것은 한편으론 낭만적인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파키스탄 친구들을 몇 명 알고 있어. 그들이 이따금 파코라나 비리야니를 요리해서 가져오곤 했어.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라며 아흐메드와 짧은 대화를 이어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돌아와서도 그와의 대화를 기억하겠지만 그는 아마 기억하지 못할 거다. 하루하루 수십 명의 사람들과 주고받는 짧은 대화들은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끌고 달려야 하는 바퀴 달린 커피차처럼 기약 없이 되풀이될 뿐 그런 일상은 그의 현실을 눈속임하지 못한다.
왠지 저 남자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에 한편으론 그가 여전히 저 자리에서 저런 표정으로 서있을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의 본질은 살아본 적도 없는 남의 삶을 훔쳐보고 나보다 힘든 삶이라고 단정짓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안도하는 자신을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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