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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Ben is back (2018)


오랜만에 줄리아 로버츠가 보고 싶어서 비교적 최근 작이 있어서 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예전에 살던 동네 서점 주인아저씨 이야기를 하다가 노팅힐의 휴 그랜트가 떠올랐더랬다. 그렇다면 어찌 그가 서점에 들어서던 줄리아 로버츠를 보던 그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여전히 영화 귀여운 여인의 발랄한 티브이 광고가 기억난다.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 역은 알 파치노와 멕 라이언이 거절한 역이라고 하지. 지금의 멕 라이언은 너무나 변해버렸지만 너무 여위었다면 또 여윈 대로 여전히 싱그러운 줄리아 로버츠를 본다. 이제는 저렇게 큰 청년의 엄마 역할을 할 수 있는 줄리아 로버츠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려나 예상하고 보는데 의외로 굉장한 긴장감 속에서 보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매즈 미켈슨의 헌트가 뿜어내던 불안감과 흡사했다. 겨울. 크리스마스이브.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폐쇄적인 작은 마을. 불안은 여전히 지속될 것임을 암시하는 열린 결말도 그랬다. 벤은 돌아왔지만 그가 되돌아온 세상도 그 자신도 이미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옷을 사러 쇼핑센터에 가서 벤은 우연히 친구와 마주치고 친구는 벤을 보며 죽은 줄 알았다며 어안이 벙벙해져 뒤돌아 선다. 벤 스스로에게 조차 그 존재는 단지 원래부터 살아 숨 쉬는 존재라기보다는 죽다가 살아난, 죽을 수도 있었던 혹은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는 존재로 변질되었다. 그런 아들에게 엄마는 살라고 살아남은 것이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마약 과다 복용으로 죽다 살아 난 벤이지만 동네의 여자 아이는 살아 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지내려고 요양소에서 예고 없이 돌아오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려는 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변의 마약상, 마약 공급책이기도 했던 벤으로 인해 마약에 빠져든 어떤 사람들, 그리고 이미 죽고 없는 사람조차 현실의 그를 옭아맨다. 마약 중독에 관한 영화가 널리고 널렸지만 유난히 어둡고 음울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아마 중독된 자들이 지극히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 속의 평범한 인물들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어려서 함께 자라고 뛰어놀던 동네 아이가 마약에 빠져 알아볼 수 없는 몰골로 변해서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순간, 한 중독자의 엄마는 빨리 엄마에게 돌아가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하나의 악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평범한 다수의 불행이 요구되어야 하는 걸까. 무엇이 그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가족들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라는 말조차도 타성에 젖은 무책임한 말로 들릴뿐이다. 조폭들의 칼받이가 되어서 칼에 찔려가며 엄마를 절규하던 아주 평범한 소년들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엔딩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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