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17) 썸네일형 리스트형 동네 식당의 라그만 2 지난 번에 라그만을 먹었던 동네식당은 중앙아시아 쪽에서 이주해 온 손님들로 요일불문하고 문전성시를 이룬다. 게다가 대부분의 손님이 남성들이라서 그런지 타슈켄트나 알마티에 기사식당이 있다면 왠지 그곳과 비슷할 것 같다. 간혹 지나칠 때 카운터에 사람이 서있으면 들어가서 베이글 비슷한 중앙아시아 빵 한두 개를 사곤 한다. 그 빵을 카운터 밑에서 바로 꺼내서 비닐에 담아주기 때문이다. 그 식당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영업 중인 또 다른 중앙아시아 식당은 동네 오르막길에 태국식당, 멕시코 식당과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이 동네에서 단순히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맛집으로 거듭나는 경우는 사실 없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적당히 맛있는 음식에 술을 곁들여서 도란도란 앉아있기에 아늑한 곳들이라면 보통 사람들이 모인다.. 체코식 절인 치즈와의 작별 체코식 절인 치즈에 있던 올리브 기름으로 마지막으로 파스타를 해먹었다 . 구워진 야채든 말린 야채든 치즈든 그들을 품고 있는 올리브기름들은 너무나 소중하다. 파스타는 무엇보다도 기름맛으로 먹고 싶다. 면 삶고 남은 펄펄 끓는 면수를 싱크대에 흘려보내지 않고 남겨뒀다가 다 먹은 접시 위에 부으면 기름이 그냥 다 쓸려 내려간다. 다 먹은 파스타 접시와의 가장 바람직한 엔딩이다. 동네식당의 라그만 우리 동네 베트남 식당이 안타깝게도 문을 닫아 일 년간 비어있던 자리에 할랄표시가 붙은 꽤 진지해 보이는 무슬림 식당이 생겼다. 새로 생긴 식당의 운명이란 것이 음식이 맛있음에도 불구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손님이 많아지면 처음과 달리 뭐가 변해도 변하게 되니 최대한 빨리 아직은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순간 한번 정도는 꼭 가보게 된다. 이 식당 건너편에는 십 년도 끄떡없는 아르메니아 식당이 있고 이 골목의 끝에는 작년 여름에 생겨 성업 중인 케밥집이 있는데 이들은 보기 좋게 삼각편대를 이루게 되었다. 이 식당들 특유의 동향들의 커뮤니티 같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 낯섦은 배타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여행을 하다가 알게 된 현지인 집에 초대받은 것처럼 얼떨떨하면서도 푸근하다. 카이로의 시리아 대사관 앞에.. 파슬리 버터 파슬리는 리투아니아어로 페트라죨레 Petražolė 라고 한다. 마트에 파는 허브들은 아예 조그만 화분에 심어져 있거나 25그램 정도로 포장이 돼있어서 이렇게 많이 살 이유도 살 수도 없는데 갑자기 집에 파슬리가 다발채로 생긴 것은 식당의 주방 직원이 고수와 파슬리를 혼동했는지 고수 대신 별안간 파슬리 2킬로그램이 배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사람끼리 나눠가졌다. 여러 허브들 사이에서 그나마 고수와 파슬리가 닮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파슬리 잎사귀가 좀 더 조화처럼 빤짝거리고 굵고 억세다. 우리는 멋쩍어하는 동료를 한껏 위로했다. 고수 대신 파슬리를 뿌렸어도 심지어 맛을 보고도 모를 손님도 분명 많았을 거라고. 그래서 우선 파슬리 버터를 만들기로 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파슬리를 차로도 곧 잘 끓여 .. 체코식 절인 치즈 Nakládaný hermelín 마트에 또 금방 없어질 포스로 진열이 되어있길래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라 호기심에 집어온 체코식 절인 치즈. 딱 보니 먹다가 남는 브리 치즈나 까망베르 이런 걸 양념에 섞고 그냥 기름에 담금질해서 놔두면 유용하겠다 싶어 맛보고 배워보려고 샀다. 체코 펍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안주라고 한다. Hermelin 은 거의 까망베르에 가까운 체코 치즈. 맵다고 써있고 통고추도 들어가 있고 파프리카 가루에 빨갛게 물들어 있는 기름이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전혀 맵지 않다. 약간 후각을 자극하는 달콤한 매움 정도이지 고추 조차도 별로 맵지 않음. 저런 기름은 나중에 어디든 쓰이기 때문에 치즈를 어떻게 상처 내지 않고 잘 꺼낼지 생각했다. 이런 볼록한 병은 보관하기는 힘들지만 뭐든 나중에 담으면 예쁘다. 가장.. 케피르 우유 2리터를 주문했는데 우유 대신 케피르 2리터가 배달되었다. 너무하다고 생각하며 주문 목록을 보니 절망적인 것은 내가 내 손으로 케피르를 주문한 게 맞다. 그런데 며칠 후 또 우유를 주문하려고 보니 우유 페이지의 첫 상품에 동일한 케피르 사진이 또 올라와있었다. 그러니 그것은 쌍방과실로 인한 케피르 폭탄이었음을. 우유와 케피르의 경우 회사가 같으면 제품 디자인이 거의 같고 품명만 달리 표기하기 때문에 혼동해서 잘못 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케피르는 정말 마시고 싶을 때 계획하고 사서 마셔야 상하기 전에 다 마시곤 하는데 계획에도 없이 2리터가 생겼으니 어쩔 수 없이 틈날 때마다 마셨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요거트 대용으로 시리얼 같은 것을 넣어 먹는 것인데 떠먹기엔 너무 묽으니 거의 .. 콤포트 콤포트는 리투아니아에서는 남성어미 붙여서 콤포타스라고 부른다. 보통 학교 식당이나 아주 전형적인 리투아니아 음식을 파는 식당의 카운터 근처에 이렇게 놓여있다. 이들은 항상 이렇게 놓여있다. 채도도 항상 비슷하다. 이들은 더 진해서도 더 큰 잔에 담겨서도 안된다. 이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기때문에 실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캅카스의 사카르트벨로 요즘 마트에 뼈대가 보이는 비교적 매끈하고 친절하게 생긴 등갈비가 팔기 시작해서 한번 사 와봤다. 친절한 등갈비는 오래 삶아서 그냥 소스를 발라 구워 먹었고 다음날 냄비에 남은 육수를 보니 본능적으로 쌀국수가 생각이 나서 팔각과 카다멈, 시나몬 스틱 등의 향신료의 왕족들을 살포시 넣으니 은근슬쩍 쌀국수 육수가 만들어졌다. 쌀국수에 몇 방울 간절히 떨어뜨리고 싶었던 스리라차 같은 소스가 없어서 뭘 넣을까 하다가 조지아 그러니깐 그루지야 그러니깐 사카르트벨로의 양념장인 아지카를 꺼내서 대충 피시소스와 섞어서 함께 먹었다. 아지카라는 이 이름부터 캅카스적인 소스는 빌니우스를 처음 여행하던 시기에 처음 알고 즐겨 먹게 되었는데 캅카스식 뻴메니나 샤슬릭 같은 것과 주로 먹지만 때에 따라서는 고추장처럼 사용하게도 ..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