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트에 뼈대가 보이는 비교적 매끈하고 친절하게 생긴 등갈비가 팔기 시작해서 한번 사 와봤다. 친절한 등갈비는 오래 삶아서 그냥 소스를 발라 구워 먹었고 다음날 냄비에 남은 육수를 보니 본능적으로 쌀국수가 생각이 나서 팔각과 카다멈, 시나몬 스틱 등의 향신료의 왕족들을 살포시 넣으니 은근슬쩍 쌀국수 육수가 만들어졌다. 쌀국수에 몇 방울 간절히 떨어뜨리고 싶었던 스리라차 같은 소스가 없어서 뭘 넣을까 하다가 조지아 그러니깐 그루지야 그러니깐 사카르트벨로의 양념장인 아지카를 꺼내서 대충 피시소스와 섞어서 함께 먹었다. 아지카라는 이 이름부터 캅카스적인 소스는 빌니우스를 처음 여행하던 시기에 처음 알고 즐겨 먹게 되었는데 캅카스식 뻴메니나 샤슬릭 같은 것과 주로 먹지만 때에 따라서는 고추장처럼 사용하게도 된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영어식인 조지아 대신 러시아식 명칭인 그루지야를 거의 공식적으로 쓰다가 몇 년 전에 그루지야 정부가 영어식도 러시아식도 아닌 그들 고유의 이름인 사카르트벨로를 공용화 하기 시작한 이유로 이 명칭을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아무튼 이 사카르트벨로. 뭔가 성스럽고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 들긴하지만 개인적으로 뾰족뾰족한 캅카스의 자연이나 체첸인이나 오세트인 같은 소수 민족들, 캅카스의 죄수, 페초린, 푸슈킨 이런 이미지로 이어지게 하는 느낌은 결국 그루지야라는 명칭으로부터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해서 키예프를 키이우로 쓰는 등 여러 명칭들을 그들 모국어에 따른 명칭으로 바꿔서 표기하는 걸 보니 요새 사카르트벨로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된다. 침공 당시보다 요새 더 언급이 많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 전쟁은 여전히 조지아 침공으로 표기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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