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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티 세트. 회상이라 하면 뭔가가 좀 오래 지나서 어렴풋한 가운데에 즐겁고도 가슴 뛰었던 일들에 관한 지극히 선택적이고 편파적이며 멜랑콜리한 골몰이라고 생각하는데 신기하게도 가장 가까운 아침에 벌어진 일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에 벌어진 일들이 아주 오랜 기억 저편으로 서서히 스러져 그것을 회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했다. 누군가의 여행이 나의 여행처럼 느껴졌으니 그것이 마치 소설 속 화자가 자신의 여행 중에 읽고 있는 여행 에세이의 유쾌한 농담의 한 귀퉁이를 몰래 읽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리하여 나는 지금까지의 들뜬 기분을 최대한 금이 안 나게 꼬깃꼬깃 접어서 이제는 좀 지상으로 내려와야겠다. 바르샤바에 내렸다가 가까스로 빌니우스에 당도한 새콤달콤과 카라멜 그리고 작설차와 함께.
Vilnius 165_성당 정원에서 손에서 놓으면 대부분은 그냥 미련없이 날아가 버리지만 하나 정도는 나무에 걸린다. 그렇다고 또 계속 나무를 붙들고 있는것은 아니다.
커피와 감자 소련 사람들은 감자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커피와 함께 먹을 감자를 발명해내었다. 우주선 타러 가는 가가린에게 어머니가 주머니에 찔러 넣어줬을지도 모를 감자이다.
리투아니아어 91_킥보드 Paspirtukas 이들이 이렇게 정갈하게 주차되어 있는 모습은 정말 드문 경우다. 요새 거리 곳곳 거의 어디든 서있어서 그냥 계획없이 충동적으로 올라타게 되는 경우가 잦은데 확실히 모든 지난 움직임들을 곱씹어보면 안전한 물건은 아니다. 직접 탈때는 보통 그 사실을 망각하지만 남이 타는 것을 보면 정말 위험해보인다는 것. 리투아니아에서는 Bolt 라는 앱을 통해 음식 배달과 더불어 택시와 스쿠터를 이용할 수 있다.
쉬어가는 커피 사실 부활절 이후로 거의 3주간 커피를 안마셨는데 아쉬움 서운함 패배감 따위에 휩싸일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개운해지는 느낌에 의외의 인공적 해방감을 맛보았다. 알고 있었지만 고작 하루 한 잔 마시는 커피가 생각보다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서 좋은 날씨에 긴 시간 바깥을 돌아 다니며 3일 연속 흡수하는 몇 모금의 카페인은 정말로 놀라운 것이어서 이 소량의 커피를 세모금에 걸쳐 조금씩 들이킬때마다 마치 안경점에서 얼굴에 씌우는 벌칙같은 묵직한 프레임에 새로운 렌즈를 넣을때마다 저 멀리 시력표의 숫자가 점점 더 훤희 보이는 것과 유사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런 느낌이라면 가끔 커피를 의도적으로 접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굳이?
Vilnius 164_비 피하며 잠깐. 비가 무지막지 쏟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멈춰서 기다려줘야겠다 생각해서 들어 선 곳은 필리에스 거리에서 빌니우스 대학의 작은 마당을 잇는 낮은 궁륭을 이고 있는 통로. 빌니우스 대학 인문학부가 구시가 한복판에 있는데 이 길을 통하면 크고 작은 대학 정원들을 거닐다 대통령궁 앞광장으로 바로 빠져나올 수 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많다. 가끔은 나무 아래에 서있을 수도 있고 성당안으로 들어 갈 수도 있고 건물의 중정으로 이어지는 이런 통로들도 그렇다. 비를 감상하는 동안의 머릿속은 어떨까. 집을 나오기 전 우산을 집을까 말까 망설이던 순간에 대한 짧은 회상, 금방 그칠 것이라는 기대감과 대부분의 경우 그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는 비에 대한 고마움. 비를 관람하고 있는 모두가 함께 어..
에스프레소님의 말씀 만남의 여운은 결코 시간과 양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커튼과 에스프레소 오늘은 설마 장갑을 다시 꺼내야 하나 진심 고민했을 정도로 날씨가 차가웠다. 아마 비가 와서 더했을 거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쁜 날씨는 없다. 옷을 잘못 입었을 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해서 눈 앞에 보이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그냥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비를 맞고 좀 걸어서 그래도 이 카페로 갔다. 비오는 날에 유난히 어울리는 곳들이 있다. 이곳은 잔술을 파는 바 겸 카페인데 층고도 높고 중간에 문으로 연결되는 구조라 조금만 더 변화를 주면 좀 더 오래된 카페의 느낌이 날 것 같은데 벽과 탁자의 일관된 색상이 가끔 아쉽다. 그래도 빨간 커튼이 항상 묵묵히 에스프레소에 대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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