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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식 절인 치즈와의 작별 체코식 절인 치즈에 있던 올리브 기름으로 마지막으로 파스타를 해먹었다 . 구워진 야채든 말린 야채든 치즈든 그들을 품고 있는 올리브기름들은 너무나 소중하다. 파스타는 무엇보다도 기름맛으로 먹고 싶다. 면 삶고 남은 펄펄 끓는 면수를 싱크대에 흘려보내지 않고 남겨뒀다가 다 먹은 접시 위에 부으면 기름이 그냥 다 쓸려 내려간다. 다 먹은 파스타 접시와의 가장 바람직한 엔딩이다.
리투아니아어 105_노랑 Geltona 올여름 바닷가에서 발견한 자잘한 호박들과 지난여름에 주워서 말린 꾀꼬리버섯. 발트의 호박이 만들어낸 우연의 실루엣이 흡사 페루에서 칠레로 이어지는 해안선 같다. 어쩌면 여름을 맞이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해변에서 그리고 숲에서 코를 박고 찾는 이것들이 리투아니아의 대표적 노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찾는다는 표현이 심히 전투적이고 상업적으로 들릴만큼 그 발견의 과정들은 차라리 여름 낮잠의 잠꼬대만큼이나 우연적이고 정적이다. 한여름에 꾀꼬리버섯을 말릴 때엔 이들이 자취를 감출 겨울이 되면 먹겠다는 생각에 입맛을 다시지만 그 타고난 철이 여름인지라 결국 여름이 되어 커스터드 빛깔의 신선한 버섯을 본 뒤에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말린 버섯은 또 유예되고 여름은 겨울로 수렴되지 못하고 돌고 돈다.
굳이 마시는 커피 에스프레소 토닉을 마시면 뚜껑을 딴 250ml 토닉워터를 잔에 부은 후 병에 남은 음료도 커피와 함께 주는 카페가 있는 반면 남은 음료를 냉장고에 다시 넣는 곳도 있다. 그럼 김 빠진 토닉을 나 다음에 와서 나랑 똑같은 거 마시는 사람의 에스프레소에 붓는 걸까. 에스프레소 토닉에 들어가는 토닉의 양도 카페마다 다른데 적당히 붓고 얼음 몇 개 띄워주고 라임 한 조각 넣어주면 그게 가장 맛있다.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의 차이가 물 위에 커피를 붓느냐 커피 위에 물을 붓느냐라고 하는데 토닉 워터에 에스프레소를 붓는 것과 에스프레소 위에 토닉 워터를 붓는 것에 따라서 명칭이 바뀌진 않는 것 같다. 사실 그 형상과 맛은 참으로 다르다. 왠지 호주 어디에선 다른 명칭이 있을 것만 같다. 날이 더워서 하루 종일 이 커피..
누구의 바다도 아닌 발트 홍상수 감독이 영화 제목은 참 잘 짓는다 생각했다.
리투아니아어 104_그네 Sūpynės 소나무 숲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소련 그네. 2년 전과 변함없이 남아 있어서 반가웠다. 절대 그네 줄 돌려서 빌빌 꽈서 풀고 할 수 없는 참으로 경직되고 올곶은 그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뭐냐고 한다면 사람 없는 깜깜한 숲에서 앞뒤로 움직이다가 서서히 멈춰서는 그네이다.
뺑 오 쇼콜라의 여름과 겨울 직장 근처의 이 빵집은 지난 1월과 2월에 매우 자주 드나들었다. 격일 출근을 하며 거의 매일 이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샌드위치와 케익을 제외한 모든 빵을 다 먹어보고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들은 한 번 더 먹고 나니 한겨울 패딩 정도는 사양할 수 있는 날씨가 되었다. 1월 초에 문을 연 빵집은 손님이 정말 많았다. 8시에 문을 여는데 9시 반 정도에만 돼도 진열대가 텅 비었고 오후 2시면 재료소진으로 문을 닫았다. 불과 몇 달 전의 일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 시기가 빵이 가장 맛있었다. 만드는 즉시 진열되었고 곧장 팔렸기 때문에 정말 갓 구워져 나온 빵들을 먹을 수 있었다. 빵을 전문적으로 굽는 베이커리치곤 커피도 맛있었다 . 지금은 직원이 늘었고 판매수량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게 되었는지 언제나 트레이..
리투아니아어 103_정상 Viršūnė 11일과 12일 열리는 나토 회의로 빌니우스는 바쁘다. 리투아니아어에서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설악산 정상에도 나토 정상 회의에도 동일 단어인 비루슈네 Viršūnė 를 사용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복수2격을 써서 '정상들의 만남 Viršūnių susitikimas'이 된다. 100여 대가 넘는 비행기가 결항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항과 회의장 주위, 구시가에는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운행 금지이고 대통령궁이 있는 구시가 중심은 회의 당일 보행 금지 구역이 된다. 당장 9일부터 구시가는 주차금지구역이 되었다. 구시가 주민들은 최소한 다른 구역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버스나 트롤리버스는 빌니우스 전역에서 4일간 무료 운행이다. 빌니우스의 일부 지역 주민들에겐 건물 옥상에 군병력이 배치된..
리투아니아어 102_Vainikai 화관 오늘은 Joninės. 요니네스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낮은 계속해서 짧아진다. 유치원에서도 이 하지 명절을 기념하려고 하니 화관을 만들어오라고 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의 놀이터에서 잡초 몇 가닥을 뽑아서 함께 만든다. 만드는 동안 조물락 거리니 대부분의 풀들이 비명횡사했으나 한 여름의 화관이 될 운명이었던 풀들은 그런대로 머리에 얹어질 수 있는 품격을 갖추어 물에 담겨 달빛이 드는 창가에서 밤을 지새웠다. 화관을 잔잔한 강 위에 띠우고 그 가운데에 촛불을 켜서 떠내려 보내는 풍습. 여름이 이제 막 겨우 이번 주 월요일에 시작된 것 같은데 주말에는 그의 절정과 대단원을 기념하는 듯한 인상. 그렇게 강물을 타고 흘러간 화환이 성탄 분위기로 가득한 따스한 가정집 현관문으로 성탄 리스가 되어 돌아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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