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98)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 아이들이 나온 이란 영화들을 차례차례 감상하며 그 궤적을 따라가니 그 끝에는 결국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가 있었다. 이 영화는 아마도 많은 한국인들이 본 최초의 이란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적어도 내겐 그랬다. 당시 예술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작은 극장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나 마지드 마지디의 어떤 작품들을 보았고 그런 극장들을 채우고 있던 영화 포스터들은 시적이고 아름다웠다. 찾아낸 영화 포스터 몇 개를 보니 그 모습은 역시나 정적이고 평화롭지만 온 동네를 절박하게 뛰어다니던 아이를 다시 만나고 나니 저 장면들은 오히려 퍽이나 동적으로 다가온다. 오래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 무엇을 느꼈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내가 보아왔던 것과는 너무 다른 풍경에 우선 집중했을 것 같고 한 가지만이 .. Baran (2001)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최근작까지 거의 도달했지만 다시 이란의 21세기 초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사실 2001년 하면 크게 옛날도 아니고 심지어 추억 속의 '쉬리'나 '초록물고기' 같은 영화들보다 나중 영화인데 이즈음 어떤 이란 영화들의 첫인상은 80년대에 빌려보던 화질이 좋지 않은 강시 영화처럼 뭔가 해소되지 않고 계속 살아남을 것 같은 음울함으로 가득하다. 오히려 1968년작 https://ashland11.com/559010는 는 비슷한 시기의 김기영 감독의 영화처럼 때론 보기 불편할 정도로 군더더기없이 사실적이고 말이 안 통해도 그 배우들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악수라도 할 것처럼 그 시대적 감성의 아귀가 적절히 들어맞는데 시간이 흘러 (보통 아이들이 출연하는) 이란의 80,90년대의 영화를 보고 .. 산마리노 50센트 동전 - 티타노산과 성탑 시중에 유통되며 현역으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유로 동전에 '희귀하다'는 수식을 다는 게 좀 웃기지만 어쨌든 산마리노의 동전이 독일 독수리 동전이나 아일랜드 하프 동전보단 보기 힘든 동전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얼마 전 산과 성탑이 그려진 산마리노 동전이 또 굴러들어 왔다.일전에 이미 산마리노 사람들이 남겨놓은 성탑에 대한 아주 장황한 애정을 늘어놓은 적이 있기에 그냥 그 동전이 유난히 많이 풀렸나 보다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생김새가 사뭇 다르다. 오래전에 내게 증명사진 한 장을 남기고 사라진 그 아는 동전은 뭔가 명산의 아련함 속에서 삐죽 튀어나온 성채들이 되려 나를 조망하고 있다는 선한 인상을 주었는데 이 동전은 기념품 가게의 못난이 마그넷처럼 좀 우락부락하달까. 50 센트라고 생각했던 그.. Le passe (2013)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여섯 번째 작품. 이 영화는 https://ashland.tistory.com/m/559042 으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감독이 이란을 벗어나 해외자본으로 만든 첫 영화이다. 이란 남성이 등장하긴 하지만 파리가 배경이고 인물들 모두 프랑스어를 했다.아스가르 파르하디는 망명을 하진 않았지만 현재 이란에선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미국에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마치 이란에선 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이혼까지 감행하며 미국으로 가려했던 의 씨민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사실 이 감독은 최근 작품에서 표절 시비에 휘말려서 이란 본토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상태인데 검열에 대항해서 해외로 나가고 있는 이란 감독이 이미 많기 때문에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해외 활동도 표현.. 리투아니아어 138_숙취 Pagirios 음악영화의 명작 에 보면 숙취에 관한 명대사가 나온다. 잭 블랙-숙취가 뭔지 아니?아이들-지금 술에 취해있다는 뜻이요.잭 블랙-아니, 어제 술을 마셨다는 뜻이란다.리투아니아 사람들 사이에선 오늘의 숙취(Pagirios)와 어제의 과음(Persigėrimas)에 앞선 음주 예견 단계가 있다.아침에 옷을 뒤집어 입으면 '오늘 저녁 과음하겠군'이라며 겸연쩍어하는 것. 그런데 그것이 의외로 참 솔깃하다. 그런 숙취의 계시가 실제로 얼마만큼 술 취할 결심까지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는 옷까지 뒤집어 입은 나라면 충분히 술 마실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한껏 부푼 기대감으로 긴 하루를 이겨내지 않으려나. 근데 옷을 뒤집어 입기 시작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아서 이런 얘기를 한두 번 듣다 보니 펜을 거꾸로.. 외국에서 책 읽기, 책 대 담배(108g), 한나절의 바르샤바 일전에 이웃님이 주셔서 가지고 있는 쏜살문고 책이 두 권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책의 키와 몸무게가 좋다. 그 책들을 체급으로 굳이 분류하자면 아마도 슈퍼 플라이급정도 되려나. 양장이 아니어도 분량 때문에 최소 웰터급 이상이 되어버리는 책들과 비교하면 이 문고의 책들은 체급심사장까지 겨우 기어 들어갈 듯 왜소하다.혹시 이 시리즈에서 가지고 싶을 법한 책이 더 있을까 검색하다 좋아하는 단편이 담겨있는 오웰의 를 발견하고 작년 가을 주문했다. 108g. 초콜릿 한 블록 정도의 무게. 1g/한 페이지. 친구는 그 책을 들고 바르샤바로 오고 있다. 오전 기차를 눈앞에서 놓치고 예정보다 8시간 늦게. 나는 거의 텅 비었다고 해도 좋을 가방을 들고 반대편에서 바르샤바로 왔다. 오웰의 묵직한 두 장편보다는, 짧.. A Seperation (2011) 셀린송의 는 하염없이 올라가는 클로징 크레딧 뒤로 결혼 증명서를 받기 위해 들뜬 표정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비추며 끝난다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다섯 번째 영화 은 똑같은 앵글에서 이혼 엔딩을 보여준다. 이혼 후에 엄마와 아빠 중 누구와 살 것인가 결정해야 하는 딸을 담당 직원 앞에 남겨두고 나온 부부가 반대편에 따로 떨어져 앉아있는 장면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한 발자국 정도 차이를 두고 앉아 수만 가지 생각을 했을 그들 사이로 어쩌면 비슷한 이유로 그곳을 찾았을 사람들이 쉼 없이 지나가며 역시 크레딧이 올라간다. 같은 감독의 영화라고 해도 속았을 비슷한 풍경이었지만 그 풍경의 내용은 사뭇 다르다. 부부 갈등이라는 소재만 놓고 보면 감독의 다른 영화 https://ashland.tistory.com/.. About Elly (2009)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네 번째 영화. 배경도 줄거리도 가장 단순하지만 끝날 때까지 기가 막힌 긴장감을 유지한다. 결론은 이미 난 것 같은데 알려주지 않으려고 밍그적거리는 부분에서 무한한 짜증을 유발하지만 그것은 결국 이 사건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시대착오적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임을 알게 된다. 포스터 속의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Golshifte Farahani)는 짐 자무쉬의 에서 아담 드라이버의 상대역으로 인상적으로 나온다. 언어와 복장 때문인지 같은 배우인 게 믿기 힘들 만큼 다르다. 보통 저런 제목과 포스터 전면에 배우가 등장하면 저 여성이 엘리일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이 여인은 엘리가 아닌 세피데이다. 세피데의 미간은 할 말이 있는 듯 억울해 보이고 모래사장이.. 이전 1 2 3 4 5 ··· 1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