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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5센트 동전- 몰타의 신전, 므나이드라(Mnajdra) 그리고 춘분 작년 언젠가 거슬러 받은 몰타의 5센트 동전. 며칠 전에 생각나서 꺼내보았다. 아마 이란 영화, 진흙집, 이집트 여행, 룩소르 신전으로 연결되는 이미지들이 몰타의 신전 앞으로 나를 데려다 놓은 것 같다. 몰타는 나에게 늘 여행사 입간판 속의 패키지 상품 리스트에 터키와 모로코의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는 나라였다. 몰타가 어디 있지 생각하면 늘 정확하게 떠오르진 않는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몰타가 어디쯤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지도를 찾았다. 몰타는 이탈리아 반도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의 지중해에 시칠리아 섬과 튀니지 사이를 잇는 작은 징검다리 돌처럼 놓여있다. 시칠리아에서 9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고 페리로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홍콩에 간 김에 마카오를 여행하듯 몰타는 시칠리아를 여행할 ..
소 (The cow, 1969) - 가장 소중한 것과 함께 소멸하기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다큐영화 를 찾다가 우연히 다리우스 메흐르지 감독의 이란 영화 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뜬금없이 보게 되는 옛날 흑백영화들은 대부분 좋은 영화다. 수십 년이 흘러서도 리마스터링 되고 회고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는 다리우스 메흐르지 감독이 서른살에 만든 두 번째 영화이다. 미국 유학 후 돌아와서 만든 제임스 본드 컨셉의 첫 상업영화가 실패한 후 만들어진 초기 대표작이고 이 영화를 이란 뉴웨이브의 시작이라고 본단다. 내가 극장에서 보는 행운을 누렸던 이나 같은 이란 영화가 웰메이드 제3세계 영화로 알려지기 훨씬 이전의 영화이다. 역시 뉴웨이브가 있어야 황금기도 있는 건가 보다. 조용한 이란의 시골 마을. 남성 한명이 소를 몰고 허허벌판을 지나간다. 웅덩이에..
리투아니아어 131_끝 Pabaiga 아주 오래된 이란 영화 한 편을 봤는데 저 글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캡처했다. 영화가 좋았기 때문에 저 끝이라는 단어가 더없이 강렬했던 거겠지만. 페르시아어도 아랍글자를 쓴다고는 하는데 언어 자체는 전혀 다르다고 한다. 이란 영화가 있다. 수용소에 끌려가는 유태인 남자가 처형 직전에 페르시아 사람이라고 속이고 극적으로 살아남는다. 마침 수용소에는 페르시아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독일 장교가 있다. 남자는 하루하루 고된 노동이 끝나면 독일인과의 페르시아어 수업에서 또 한 번의 살얼음판을 걷는다. 매일매일 자기도 모르는 거짓 페르시아어 단어를 생각해 내야 하고 외워야 하는 단어수는 늘어만 간다. 전쟁이 끝나면 페르시아에 갈 꿈에 부풀어 있는 독일인의 학구열은 또 엄청나다. 근데 그 유태인은 페르시아계 부모랑..
리투아니아어 130_처남 매형 형부 Svainis(Švogeris) 간혹 리투아니아 친구들이 '형부'가 될 사람이나 '시동생'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나는 그런 친척 호칭들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 대충 '그래서 너의 그 '블루베리'랑 '모과'가 어쨌다고?' 라며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그러니깐 형부, 처남, 매형,동서,제부 등등을 뜻하는 슈보게리스(Švogeris)와 스바이니스(Svainis)를 각각 블루베리를 뜻하는 쉴라우아게스(Šilauogės)와 모과를 뜻하는 스바라이니스(Svarainis)로 바꿔서 쓴 것인데. 친구들은 전혀 상관없는 단어를 연결 짓는 외국인을 웃기다고 쳐다보면서 처음에는 잘 못 알아듣다가 그 단어들이 은근히 비슷함을 깨닫고 어느새 자기들도 즐겨서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딱히 험담을 한건 아니지만 마치 담임 선생님을 담탱이라고 부르는 느낌이랑 ..
말벌 (Wasp,2003) 그리고 피쉬 탱크 (Fish tank,2009) 어떤 감독들은 같은 사람이 만들어낸 영화라고 믿기 힘들 만큼 매번 전혀 다른 주제와 스타일의 영화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어떤 감독들은 아주 끈질기게 비슷한 이야기들을 오랜 세월에 걸쳐 지치지 않고 만드는데 난 아마 후자의 경우를 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난 여전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좋고 안드레아 아놀드를 조금 좋아하게 되었다. 안드레아 아놀드의 최신작 버드(https://ashland.tistory.com/558999)로부터 감독의 전작들을 찾아 계속 옮겨가다 보니 한 사람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토록 끈질기게 비슷한 주제를 파고든다면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그 자신으로부터 나온것이리라 짐작하게 된다. 안드레아 아놀드의 2009년 작 피쉬 탱크를 보기에 앞서 2003년..
굿타임 (Good time, 2017) 누군가 나에게 내일 은행을 털겠다고 말한다면 난 아마 다짜고짜 그래선 안된다고 말리진 못하고 은행털이 영화들의 고전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할 거다. 한편 '리얼 멕코이부터 아리조나 유괴사건을 거쳐 히트'까지 이미 모든 고전들을 마스터한 미래의 은행 강도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제 그런 옛날 영화 속의 구닥다리 수법들은 통하지 않는다고. 대부분 처절한 실패로 끝나는 그런 영화 속 인물들에게서 우리가 배울 점이라곤 은행 창구를 향해 유유히 걸어가는 순간 그들이 발휘하는 고도의 자기 확신과 농축된 이기심뿐이라고. 그러면 난 그제야 이 자신감에 찬 은행 강도에게 어떤 은행을 어떻게 털 것인지 물어본다. 나는 염료 팩을 조심하라는 당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날부터 뉴스도 ..
아메리칸 허니 (American honey,2016) (https://ashland.tistory.com/558999)를 연출한 안드레아 아놀드의 2016년작 를 뒤늦게 찾아서 봤다. 가 막 홀로서기를 시작하려는 베일리속의 희망을 보여주며 끝이 났다면 는 오클라호마 소녀, 스타(사샤래인)가 돌보던 어린 동생들을 놔두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과감히 집을 뛰쳐나오는것으로 시작된다. 아메리칸 허니는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는 로드무비이다. 짐작컨대 이들 대다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가출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작은 밴을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며 값싼 여관에 짐을 풀고 팀리더가 정해준 지역(가정집들이 모여있는 부촌이나 장거리 화물 운전기사들이 집결하는 곳 등등)에 내려 잡지 구독권을 판다. 최대한 없어 보이는 차림새를 하고 동정심을 유발할..
우즈가베네스(Užgavėnės), 기름진 화요일, 사순절 전야 그리고 팬케이크,팬케이크,팬케이크 지난 4일 화요일은 리투아니아의 우즈가베네스(Užgavėnės) 였다. 우즈가베네스가 뭐냐면 사순절 전야, 팬케이크를 왕창 먹는 날, 스웨덴에서는 셈라를 먹는 날. 기름진 화요일 (Fat tuesday) 참회의 화요일 (Shrove tuesday), 마슬레니차, 마르디그라, 페티스다겐... 독어, 핀란드어, 스페인어 등등의 말로도 다 있을 거다. 한국 달력이 생겨서 벽에 걸었다. 음력 날짜와 24절기가 적혀있어서 너무 좋다. 부모님은 아직 음력 생일을 지내시니깐 1년에 한 번 인터넷에서 음력 날짜를 확인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이게 은근히 일이고 그마저도 때를 놓친다. 한국 종이 달력이 생겨서 또 좋은 점은 어제도 먹고 일주일전에도 먹은 그 팬케이크를 '작정하고 왕창 먹는 화요일'이 언제인지 계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