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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가 생기는 순간. 필요한 사진이 있어서 찾다가 급 지울 사진들을 적당히 지우며 사진 정리를 하다가 찾은 몇 장의 사진. 카페 오픈 전에 커밍쑨~ 하는 사진들인데 그래도 이 카페들은 여태껏 살아남았다. 대략 사오년전 이다. 사진을 보다 보니 락다운 되기 직전에 갔다가 그때 마신 커피가 마지막이 되어서 문 닫은 카페들도 많았다. 러시아 드라마 씨어터 앞에 있는 카페인인데, 이 장소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참 좋았다. 극장에 보통 있을 법한 카페테리아가 없으니 연극 볼 때 가면 되겠다 싶었으니. 이 거리가 참 조용하고 창밖으로 로맹가리 동상도 보이고 한가하고 좋아하는 지점. 여기도 아직 있다. 이곳 커피가 맛있긴 한데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가야하는 매장의 카페들은 왠지 잘 안 가게 된다.
빌니우스 신문 기사 한 줄 '빌니우스가 카우나스를 앞섰다. 빌니우스에는 이제 대각선 횡단보도가 두 개가 되었다.' 땅바닥에 노란 금을 그었다고 알려주는 기사라니 귀엽다. 병원이 있는 곳이라 건너면 약국이 있고 또 식당에 가는 길이므로 여기 횡단보도 참 자주 건너 다녔다. 트롤리버스만 역방향 운전이 가능한 일방통행 도로라서 사실 유동인구도 적지만 건널 땐 편할 것 같긴 하다. 근데 왠지 건너긴 불안하다. 저 가운데를 걷고 있으면 왠지 술 취한 보행자라고 생각할 것 같다. 카우나스는 빌니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백 년 전에 폴란드가 빌니우스를 점령했을 때 20여 년간 임시수도였던 적이 있다. 그 기간 동안 근대도시로서의 기반도 잡혔으니 카우나스에겐 영광스러웠던 기억이다. 그래서인지 이 두 도시는 매사에 티격태격하는 느낌이..
차 마시다 문득 이런 차 포장을 볼 때마다 생각하지만 상자를 이렇게 크게 만드는 이유가 있으려나. 나는 차들이 좁은 상자 속에서 좀 정자세로 서있었으면 좋겠는데 보통 열면 산만하게 흐트러져있다. 그래서 보통 몇 잔 마시고 두 개를 합쳐 놓으면 딱 맞는다.
빌니우스의 에이스 오브 베이스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진 어떤 날, 급격히 추워지기 직전의 밤공기를 만끽하려고 외출을 했다. 10시까지 문을 여는 널럴했던 카페는 전기료 절감을 위해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트렌드에 맞춰 '기술적 문제로 잠시 영업 중단'이라는 문구보다 더 얄짤없는 '20시까지 영업' 쪽지를 붙여 놓았다. 얼마 전까지 해바라기들이 쭈뼛거리며 서있던 이 거리 한가운데 당당하게 서있던 콘서트 광고. 에이스 오브 베이스. 단독 콘서트는 아니었다. 이들의 데뷔앨범은 내가 산 두 번째 LP였다. 근데 다시 사진을 보니. Jenny from ACE OF BASE 였다. 콘서트에 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으나 남매들 케미를 볼 수 없다니.
Poland 11_올 가을 바르샤바의 마지막 커피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맹신하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꽤나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편이라 마지막을 한정하는 말들은 최대한 세부적으로 소심하게 좁혀 쓴다. 터미널 근처에 와서 밤차를 탈 때까지 코스타 커피에서 시간을 보냈다. 혼자서 서둘 곳이라곤 없으니 역시 오래 앉아 있어도 자리가 불편하지 않은 이런 대형 카페에 머물게 된다. 며칠 전 바르샤바에 아침 6시에 도착해서 중앙 역을 향해 걸어갈 때 처음 봤던 카페였지만 그래도 다소의 추억이 남아 있을 중앙역까지 가서 아침 커피를 마시자는 생각에 카페인의 유혹을 뿌리치고 내 갈길을 갔었다. 이렇게 '다음에 오면 되니깐 우선 딴 데부터 가자' 하고 안 가는 경우 아예 갈 기회를 놓쳐버릴 때가 있는데 8차선 도로를 건너기 싫었던 게으름 덕분에 계획대로 오게 되었다. 앉..
Poland 10_ 바르샤바의 타투 스튜디오 친구를 베를린행 기차에 태워 보내고 중앙역에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불과 며칠 전에 걸어왔던 길의 오른쪽 풍경이 왼쪽 풍경이 되자 그때는 보이지 않던 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의 감흥을 애원하듯 붙들고 계속 직진한다. 8차선 도로를 쭈욱 걸어가고 있자니 가끔 방문했던 거대 식물원 가는 길의 춥고 공기 나쁜 하얼빈 생각도 나고 цум 백화점이 있던 모스크바의 어떤 큰 대로도 생각이 났다. 이제 나에게 이런 광활한 도로는 한없이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그 단조로움의 대열들이 수타면 장인이 한없이 늘리는 면 반죽과 같았으니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다가 좀 지나면 그 조차도 익숙해져서 종국엔 그저 펄펄 끓는 빨간 국물 속의 쫀득한 면만을 기대하게 한다. 아침으로 우육면을 먹어서였..
Poland 09_바르샤바의 과일차 아이들에게 주려고 바르샤바의 티샵에서 작은 차 통에 과일차를 사서 넣었다. 커다란 투명 유리통에 담겨있는 차들 중 제일 알록달록한 색으로 골랐는데 주인 아저씨가 이 차에는 찻 잎은 없다고 몇번을 강조하셨다. 말린 과일들과 꽃잎들이 들어가있는데 향기가 좋았다. 아이들이 매번 열어보고 향기를 맡으려고 하니 잘 산 것 같다. 근데 이것만 넣어서 차를 끓이면 너무 많이 넣어야 해서 아까우니 결국 집에 있는 홍차와 섞어서 또 가학(향)홍차를 제조 하곤 한다. 이 통에는 이와 비슷한 향기가 나는 차들을 계속 집어넣어야 겠다. 없으면 시장에 파는 꽃차에다가 말린 과일을 잘게 썰어서 넣으면 될 것 같다.
Poland 08_마주르카 연주회 바르샤바에는 소규모 쇼팽 연주회가 많단다. 친구가 예약을 해서 우리도 갔다. 10명 남짓한 관객에게 폴란드 전통 술도 제공된다. 금요일 저녁이었다. 바르샤바의 올드타운은 북적북적했지만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늘상 금요일은 다른 약속을 안 잡고 이곳와서 피아노 연주를 듣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쇼팽 연주회니 연주곡이 무엇일까 참 궁금했었는데 마주르카 전곡을 쳤다. 연주자가 마주르카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을 하더니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영화들 보면 좀 어리숙하고 수줍은 이웃이 '나 공연하니깐 보러 올래..?' 해서 가보면 아방가르드 연극을 하고 있다던가 하는 그런 장면들이 있다. 이 작고 소박한 쇼팽 공연에서 약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아랫집에 사는 레이첼 와이즈 같은 풍성한 머리 카락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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