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 (137)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투아니아어 129_카펫 Kilimas 작은 썸네일 이미지만 보면 얼핏 브뤼겔의 그림 같은 이 사진은 엄밀히 말하면 풍속화가 맞다. 겨울이 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이보다 더 정겹게 담은 사진이 있을까. 사진은 아마 러시아 어디쯤이겠지만 좀 더 오래전엔 빌니우스에서도 충분히 익숙한 풍경이었을 거다. 단조로운 놀이기구와 건물, 우샨까를 쓴 할아버지, 눈에 파묻힌 자동차들. 아마도 지금 빌니우스의 흐루쇼프카 계단에서 카펫을 끌고 눈 쌓인 놀이터를 향하는 할머니는 보았다면 상상할 수 있는 다음 장면..이들은 아마 토요일 아침부터 누군가가 카펫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소리를 듣고 귀찮음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을 거다. 각자의 카펫에서 발생하는 굉음에 서로서로 묻어가며 겨울 먼지와 작별하는 의식. 나도 저걸 한번 해봤는데 효.. 리투아니아어 128_지하도 Požeminė perėja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을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성별 막론하고 대개 그렇지 않을까. 먼발치의 지하도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괜히 좀 기분이 나빠진다. 빌니우스에는 유명한 지하도들이 몇 군데 있고 소련시절의 주거 단지 흐루쇼프카들이 몰려있는 지역에 주로 많은데 확실히 범죄 취약 지역의 이미지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빌니우스의 지하도가 공사에 들어가면 인터넷에 기사가 올라온다. 우선 밝은 조명들이 대폭 늘어나고 기존의 낙서와 욕설, 소모적인 그래피티 대신 밝고 긍정적인 벽화들이 채워진다. 이 지하도는 구시가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대형 전시장 근처에 있는데 입구는 여전히 사나워보이지만 오랜만에 가니 밝은 조명아래에 우크라이나 전쟁 사진들이 전시되어있었다. 조명은 밝아졌지만 우크라이나의.. 리투아니아어 127_탄핵 Apkalta 한국이 리투아니아 언론에 등장하는 경우는 보통 북한과 관련해서이다. 애석하게도 북한의 김정은이 또 나름 월드 스타이기에. 그래서 아마 한국의 대통령은 김정은을 뛰어넘는 인지도를 얻고 네타냐후와 푸틴, 트럼프를 밀어내고 슈퍼스타가 되고 싶었다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슈퍼스타가 되지도 못했다. 아무도 이 빌런의 서사를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모른다. 대통령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골든 라즈베리 트로피 정도...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에 그나마 개인적으로 유익한 점이 있다면 리투아니아 언론에 비교적 신속하게 한국 소식이 올라와서 관련단어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 물론 BBC 등 여타 해외 유명매체들의 기사들이 재전달 되는 정도이긴 하다. 20세기에 제국주의 열강의 지배를 받으며 .. 리투아니아어 126_ Ausų krapštukas 면봉 22년간 씻지 못한것으로 보이는 네덜란드 베아트릭스 여왕을 위해 헌신적으로 솜방망이를 들다. Krapštukas 는 쑤신다는 의미의 동사 Krapštyti에서 나온 명사이다. 굳이 발음하자면 크랍슈투카스.그러니 귀(Ausis)를 쑤시면 면봉 아우스 크랍슈투카스 Ausų krapštukas, 이(Dantys)를 쑤시면 이쑤시개 단투 크랍슈투카스 Dantų krapštukas. 리투아니아어 125_ Kopa 사구 사구를 만들어내는 것은 바람과 모래. 우거지면 우거질수록 결국 그 본연의 사구 자체는 사라지는 중이라는 것이 그저 아이러니하다. 모래 사와 죽을 사 사이의 언덕 어디쯤으로 새벽 5시에 일출을 보러 간다. 캄캄한 찻길에서 여우를 만났는데 라군이 내려다보이는 모래 더미 위에도 여우의 발자국이 지나갔다. 동일한 여우였다면 참 부지런한 여우다. 숙소에서 사구까지 거의 20킬로미터 거리였으니깐. 전 날 저녁 해지는 것을 보고 새벽이 되어서야 도시로 돌아오는 중이었다면 정녕 여우는 기다림의 대명사이다. 물론 여우가 절대 그랬을리는 없겠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해 뜨는 것을 본 게 아마도 20년 전의 시나이 산 같다. 홍해 바다와 태양의 색감은 기억나지 않지만 떠오른 후부터 시나이 산 바위 여기저기에 묻어나며 자리를 .. 리투아니아어 124_Valerijonas 쥐오줌풀 얼마 전에 십자가 언덕이 있는 리투아니아의 북부도시 샤울레이에 갔었다. 50년이 넘은 약국을 겸하고 있는 식당에 들렀는데 가게이름에서부터 포스가 느껴졌다. 발레리요나스 Valerijonas. 수많은 약초 중에 발레리요나스가 굳이 가게 이름이 된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타임이나 카렌듈라, 캐모마일 같은 흔한 아이들은 당당하게 '약초 찻집 Vaistažolių arbatinė'을 지향하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았겠단 생각은 들었다. 발레리요나스는 일상적으로 마시는 허브차들에 비해선 그 성격과 효능이 아주 확실한 약초이고 그런 약초들 틈에선 또 비교적 대중적이다. 약국에 가면 발레리요나스가 들어간 약품들을 쉽게 살 수 있다. 5년 전 환으로된 발레리요나스를 병원에서 딱 한번 먹은 적이 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무거.. 리투아니아어 123_Konteineris 컨테이너 찾는 책이 동네 도서관에 없어서 오랜만에 국립 도서관을 향하는 길. 버스 정류장 뒤로 헤드셋을 낀 여인이 온갖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나른하게 앉아있다. Neieškok kampo, ieškok spec.konteinerio! 구석을 찾지 말고 전용 컨테이너를 찾아! 컨테이너 Konteineris는 리투아니아에서도 여러 용도로 쓰이는 단어이지만 대개 일차적으로 쓰레기 컨테이너를 떠올린다. 전자 폐기물을 애꿎은 곳에 버리려고 애쓰지 말고 전용 컨테이너를 찾아서 버리라는 내용의 벽화인데 그런 전용 컨테이너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나 같은 사람을 생각하면 이 벽화는 이미 제 역할을 다했다. 알고 보니 이 헤드셋 여인의 원형은 자크 루이 다비드의 Portrait of Madame Récamier이라는 그림 속의 여.. 리투아니아어 122_6월 Birželis 재밌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마크 러팔로 - 지금 뭐가 지나간 거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6월 6월 1일이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것과 똑같은 어조로 여름의 시작을 축복한다. 일제히 방학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휴가를 준비하고 떠들썩한 하지 축제가 지나고 나면 폭주하던 6월이 끝이 나는데 7월에도 8월에도 여름은 지속되겠지만 여름의 시작과 절정 그리고 그 종료의 이미지가 오묘하게 공존하는 달은 6월이다. 시작과 동시에 끝이났다기 보다는 시작이 마무리된 느낌이랄까. 이전 1 2 3 4 5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