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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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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64_겨울 휴가 토요일이었던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명절. 공식적으로는 24,25,26일이 크리스마스 휴일이지만 보통 새해까지 이어서 겨울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운송회사도 다른 유럽나라의 거래처도 다 긴 휴가에 들어서서 가까스로 물건을 싣어 오느라 지난 한 주일은 꽤나 긴장상태였다. 그래서 평일이었던 오늘 조차 도로가 한산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의 횡단보도 앞 중고 옷가게에 종이 한 장이 붙었다. 이 종이는 크리스마스 훨씬 이전의 14일경에 이미 붙어 있었다. 'Dirbsiu nuo 2018 01 08' '나는 1월 8일부터 일할겁니다.' 라는 뜻. '일할겁니다' 동사는 명백히 1인칭 단수였다. 보통 이런 경우 1인칭 복수 동사 (Dirbsime) 를 써서 '우리는 언제부터 일합니다. 언제까..
Vilnius 63_소년 날씨가 추워져서 놀이터에 조차 인기척이 없다. 어린이용 놀이기구 근처에 설치된 운동 기구들에서 담배를 물고 장난치는 다 자란 청소년들이 간혹 보인다. 내리고 녹는 눈으로 축축해진 모래상자의 모래들은 몽글몽글해진 흑설탕처럼 장난감 채로도 좀체 잘 걸러지지 않고 한여름의 무성함으로 그늘을 만들어 내던 나무들은 휴가를 떠났다. 구름은 그들의 사나운 발톱 위로 무서운줄도 모르고 내려 앉는다. 적적하고 을씨년하고 쾡한 느낌이 흥건한 놀이터에서 30분이 넘게 한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그네를 타던 소년. 왼발에 깁스를 했는지 투명 비닐봉지로 발을 감은채 너무나 동감할 수 있을 것 같은 표정으로 끊임없이 그네를 움직였다. 땅이 얼고 미끄러워지기 전에 깁스를 풀게 되기를. 그 순간 헝가리에서 만났던 또 다른 소년이 머..
Vilnius 62_여인 이곳에 오면 늘 그녀가 '오느라 수고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Vilnius 61_모두의 크리스마스 Vilnius_2017 모두의 겨울, 모두의 크리스마스
Vilnius 60_나의 아름다운 놀이터 가득한 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로 흥건했던 날. 군데 군데 떨어져서 썩어가는 사과들이 공기중의 빗물내음과 함께 단내를 풍겼다. 이곳은 빌니우스에서 가장 시적인 놀이터이다. 나무가 워낙에 많아서 낙옆에 파묻혀 버린 모래상자가 있고 그 곁에는 옆으로 누운 나무 한 그루.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시소와 미끄럼틀. 그 사이에 나무 벤치 하나가 놓여져 있다. 이곳에 자주 오지만 근처에 차를 주차하는 사람들말고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저 나무는 늘 말을 하고 있다. 하얗게 눈이 내리면 또 가자.
Vilnius 59_주인있는 신발 Donatas Jankauskas_Sportbatis (운동화) 빌니우스의 거리에서 버려진 신발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인 잃은 우산이나 장갑은 나 스스로도 많이 잃어버려서도 그렇지만 충분히 수긍이 가는 남겨짐이겠지만 나뒹구는 신발 한 짝, 혹은 한 짝은 이쪽 남은 한 짝은 저 쪽에 버려진 것들을 보면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궁금해진다. 누구도 여분의 신발을 들고 다니진 않을테니 신발 주인은 맨발의 상태였을텐데 잔뜩 취해서 택시를 타고 돌아가서 집에서 뒤늦게 깨닫거나 아니면 차를 타자마자 집에 돌아온 줄 알고 문을 열고 신발을 내던져 버린것일까. 어쨌든 빌니우스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뒷마당에 자리잡은 작품중에 이런 신발 작품이 있다는 것. 모든 버려진 신발들에 헌정된 듯한 느낌이다.
Vilnius 58_맑아진 10월 Vilnius_2017 환해진 10월의 하늘. 1년 365일 보초서는 마트의 크리스마스 전구위로.
Vilnius 57_햇살은 신상 휘둥그레진 모두의 눈빛을 쏘아보며 포장도 채 뜯지 못한 햇살이 그렇게 지나갔다. 10월의 처음이자 마지막 태양일지도 모른다. 오래된 건물은 조금 새 것이 되기도 하지만 흐리든 화창하든 날씨는 항상 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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