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2013.05.19 02:53

 

 



어제 아빠 어디가를 보는데 성동일이 아들에게 비가 어떻게 해서 오는지 아냐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헉! 순간 뜨끔했다. 나한테 물어봤으면 난 그 아들처럼은 둘째치고 심지어 매니져처럼 재치있게 비는 호랑이가 장가가면 온다는 대답조차 못했을것 같다. 언젠가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 시험문제에도 등장했을거고 객관식이었으면 상식적으로 답을 골랐겠지만 꼬맹이의 똑부러지는 대답을 듣고 나니 난 구름이 끼면 비가 오지 라는 생각만 줄곧 했지 왜 구름이 생기는지를 주관식으로 물었다면 대답을 못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구름은 그냥 날씨가 안좋으면 끼는 걸로. 헐헐헐




 


 



이번 5월에 들어서는 오전 6시만 되도 자동적으로 눈이 떠진다. 물론 곧바로 다시 잠이 들긴 하지만. 햇살이 정말 부서진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바깥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다. 오전부터 오후 세네시까지 바람 한점 없이 쨍쨍하다가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면서 비가 내리는 날씨의 연속이다. 정말 요새 빌니우스의 날씨를 보고있자면 수증기가 모여서 무거워지면 비가 내린다는 그 대답이 실감이 난다. 리투아니아에 한국의 장마처럼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시기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여름이 지나고 나면 맑개 개인 날이 드물고 흐리고 구름낀 날씨의 연속이다. 비는 항상 갑자기 한바탕 쏟아지고는 사라진다. 비가 와도 급하게 뛰는 사람들은 없고 대부분은 걸음을 멈추고 기다린다. 다들 경험을 통해서 내리자마자 금새 멈출 비라는것을 아는것 같다.



 

 




네잎 클로버처럼 말의 편자도 여러나라에서 행운을 상징하는데 리투아니아에서도 그렇다. 물론 모든 리투아니아의 가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것은 아니지만 리투아니아에도 집에 말의 편자를 걸어두는 풍습이 있다. 보통은 들어오는 현관문의 위쪽에 걸어두는데 우리집은 네버엔딩 집수리때문에 안되고 적합한 장소를 찾은곳이 바로 이곳. 말의 편자는 네잎 클로버처럼 거저 굴러들어온 행운보다는 열심히 성실하게 일해서 스스로 얻은 행운을 상징한다고한다. 말굽에 편자를 박는 경우는 경주마이거나 일하는 말인 경우가 대부분이기때문이다. 그렇게해서 얻은 행운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위해서 움푹 패인부분을 위로해서 걸어 놓는다. 아주 오래전에 생긴 녹슨 편자를 고이 간직해놓았다가 이사오자마자 바로 걸어놓았다. 등에 걸린 저 물건을 봐서는 말도 전생에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야생마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저 편자는 머리도 없는 이 가여운 목마에게서 나온걸로 하자. 지금까지 우리에게 가져다 준 행운만큼은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쭉 부탁할께.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2.12.16 07:05

 

 

 

    


 빌니우스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 고개를 치켜들면 벌써부터 무시무시한 고드름이 달려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들이 일방통행인곳이 많아서 보도블럭보다 차도로 걸어다니는게 더 나을정도이다. 두툼한 털 양말속에 바지를 집어넣고 묵직한 등산화를 신어야 그나마 녹아서 질퍽해진 눈 사이를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인데 혹한과 폭설에 길들여진 유전자들이라 높은 겨울 부츠를 신고도 별 문제없이 잘 걸어다니는것 같다.  곳곳이 진흙탕 물인 거리를 마구 뛰어다녀도 종아리에 꾸정물 하나 안묻히던 인도인들의 유전자처럼 말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2.07.16 07:45

 

 


7월 6일은 리투아니아의 국경일이다. 정식명칭은 karaliaus mindaugo karunavimo diena. 1253년 7월 6일은 리투아니아 공국을 세운 리투아니아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국왕인 mindaugas 국왕의 즉위일이다.  국경일 명칭에 mindaugo 라고 쓰이는 이유는 이름이 소유격처럼 쓰이므로 Mindaugas 에서 Mindaugo 로 변형된 것. 사실 그러고보면 리투아니아에는 Mindaugas 민다우가스라는 이름이 정말 많다. 우리때만해도 학생이 그렇게 많았어도 사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것 같은데, 반면 리투아니아에는 이름이 거기서 거기인 대신  성을 외우기가 무척 힘들다. 친구들중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많기때문에 보통은 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일을 하다보면 전화상으로  내 이름을 알려줘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때마다 애를 먹는다. 잘 알아듣기 힘든 명칭을 받아적게 할 때 리투아니아인들은 보통 사람이름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korea 라는 단어를 알려줘야 할 상황이라면, karolis  K, ona O. renata R. emilija E. agne A. 지금 적은 단어들은 전부 리투아니아 이름들이다.  이런식으로 아무 이름이나 알아들을 만한 이름을 예로 들어서 첫 철자를 적게 하는것이다. 물론 알파벳 명칭인 케이,오,알,이,에이 이런식으로 리투아니아 알파벳도 저마다의 명칭이 있지만, 알아듣기 힘든 명칭은 그렇게 말해도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이름을 예로 들면 훨씬 받아적기가 쉬워진다. 금요일인 국경일을 맞이하여 목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4일간의 연휴가 시작되었다. 코발트 색 페인트칠을 하고 친구의 친구가 불러내서 오후 10시반경에 집을 나섰다. 매년 여름 이맘때쯤 빌니우스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뒷마당에서는 'kinas po zvaigzdemis'라는 부제를 걸고 영화를 상영한다. 직역하면 '별 아래에서의 영화'.  오픈씨어터이고 상영하는 영화도 주로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이다. 티켓가격은 10리타스, 대충 오천원이 안되고 공짜로 커피도 주고 원한다면 맥주도 사서 들어갈 수 있는것 같다. 달려드는 모기가 두렵지 않다면 잔디에 누울 수도 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앉아 멀리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울 수도 있다. 약간 늦어서 오프닝부터 보진 못했고 얼핏 난니 모레티라는 이름이 스쳐지나간다. 검색해보니 우리가 본 영화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였다. 난니모레티가 <타인의 취향>을 만든 감독이었나. 



 

 




처음에 좀 놀랐다. 그냥 영화 볼래 해서 나온건데, 종교 영화였다면 나오지 않았을것 같다. 바티칸 얘기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근데 교황이 즉위식 당일에 울렁증을 일으키고 결론적으로는 즉위를 포기하게 되는 그런 내용이다. 우리가 금욕을 요구하고 성스럽길 요구하는 종교인들도 결국은 똑같은 사람일뿐. 감독 난니 모레티가 정신과 의사로 나온다.



 

 




하지가 지난지 3주가 다 되어가지만 오후 11시가 되어감에도 밝다. 리투아니아에 백야는 없지만 긴 여름 밤은 충분히 매력있다. 교황의 즉위식에 앞서 바티칸에 모여 교황이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는 시민들이다.




 

 



교황이 아니다. 교황은 발코니 문턱을 넘지도 못하고 울렁증을 일으키고 만다.



 

 



교황 아저씨.



 

 


영화 끝나고 간 곳. 보헤마라는 레스토랑인데 여름이라서 일시적으로 꾸며진 섬머테라스이다. 여기가 원래 도서관 앞뜰이다. 굉장히 조용하고 시끄럽게 술 마실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그런 곳에 위치해있다.



 

 



나오기전에 스프를 먹었어서 우리는 배가 별로 안고팠지만 일행이 음식을 시켰다, 3가지 맛의 타뻬나드이다. 나는 샴페인 한잔 마셨다.



 

 



우워와 저 샐러드 너무 맛있어 보인다. 초콜렛 시럽같은 감촉의 드레싱.



 

 




새벽 두시반 쯤 되었다. 밤에 걷기에 딱 적당한 날씨이다.  덥지도 춥지도 부담스러운 바람이 안부는 그런 날씨.

페인트칠을 다 했다는 만족감.



 

 



한적한 데 큰 거리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트립'이라는 이름의 술집인데 20대초반 혹은 십대 후반 위주의 인테리어이다. 밖은 벌써 대낮이다. 오전 4시가 좀 넘은 시각. 저 전등이 예쁘다. 우리 친구의 친구가 테이블 축구하는 작은 클럽을 운영하는데 테이블 축구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모양이다. 그 축구 테이블이 놓여진 거래처들을 순회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클럽에서도 테이블 축구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무데나 널부러져 있는 아이들. 저런 푹신한 소파가 집에 있어도 좋겠다. 큰 모래자루 같은걸로 된 그런 소파들.

 



 



바나나와 초콜렛 시럽이 섞인 무슨 칵테일을 마셨다.



 

 



난 절대 싱크대밑에 커튼을 달고 싶지는 않다.


 

 



오후 10시 이후에 상점에서 주류판매가 금지되있으므로 술집에서 술을 마셔도 오후 10시 이후에는 술을 밖으로 가져나가는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있다. 이 클럽에는 문앞에서 사람이 지키고 서서 담배피우러 나가는 사람들이 술잔을 들고 나가는것을 제지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모래자루위에 앉아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그냥 막 지나다닌다. 널부터져서 자는 이들도 있고.



 

 



이곳은 오전 5시경에 찾아간 play 라는 클럽이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축구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거의 문을 닫는 분위기이다.

 



 



적당히 아름다운 램프.



 

 



지금 무엇을 가르키고 있냐면 아마 클럽 마떼라는 무알콜 카페인 음료이다.



 

 



이거.  맛있는 음료이다. 남미에서 주로 마시는 마떼라는 차인데 카페인이 있다.



 

 



우리집 부엌이 이런 분위기여도 난 좋을것 같다. 항상 마시자는 분위기로 가겠지만.




 

 



인테리어 블로그에 단골로 등장하는 빨간색 스멕 냉장고.  이런 클럽에 서있으니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천장색이 어두워도 좋은건 여기가 클럽이기 때문일까.



 

 



저 쇼파에 눕기 위해서는 취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거의 아는 사람만 남은 상황에서 알바생이 자기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춤을 추고 있다.




 

 



의자 올리고 청소하는 시간.



 

 



주변 주민들은 정말 별로겠다. 실내 흡연이 금지되어 있으니 담배를 피우려면 죄다 클럽 밖으로 나가고

사람들이 많으니 자기 말소리가 안들려서 더 큰 소리로 얘기하다보면 클럽 밖은 내부만큼이나 시끄러워진다.




 



 

어느덧 아침 7시가 넘었다. 별다른 계획도 없었는데 나름대로 유쾌한 적당한 장소들을 거쳐 좁은 빌니우스 이리저리에서 수다를 떨고 그래도 나름 또렷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참으로 오랜만에 짐 자무쉬의 <영원한 휴가>의 앨리가 된 기분이다. '어디 갔다 왔어?' '어 밤새도록 걸어다녔어' '한 잠도 못잔 얼굴이 아닌데?' 그 대사가 머리를 스쳤던 날이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2.05.29 05:44

 

 



빌니우스에서 가장 고요하고 정적인곳이 이곳이 아닌가 싶다. 구시가지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고 하는 Šv, Mykolajus 교회

아무리 한적한 동네라도 사람들이 모이면 시끄럽게 마련인데,  떠들썩한 구시가지 한켠에 이렇게 조용한 장소가 있다는것이 정말 좋다. 

 



 




오늘은 나름 의미있는 날이었다. 결혼하고 4년동안 열심히 모은 돈으로 우리집을 장만한것.  그렇게 오랫동안 교회 골목으로 지나다니면서도 일부러 들어가지않고 아껴뒀더니,  오늘 같은 날 함께 들어가려고 그랬었던거다.




 

 




절대 열리지 않을 것처럼 굳게 닫혀진 이런 문





 




키가 커진 걸리버는 절대 통과할 수 없는 이런 문.





 



사람으로 들끓는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장소들.



 

 



 날씨는 또 얼마나 좋던지 




 




 살아서 많은것을 가지지 않아도 좋지만 우리 둘이 함께 맘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게 몹시 감동적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2.04.23 02:01

 

 

 


주말 빌니우스의 날씨는 정말 좋았다.  덕분에 시내는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노천카페시즌이 된것이다. 하지만 5월이 되면 조금씩 본격적인 도시로부터의 탈출이 시작될 것이다.  연속 3주째 주말마다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겨울내내 방치되있던 가족별장을 정리하러 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월요일부터 찌뿌둥하던 날씨가 금요일 오후를 시작으로 화창해진다. 일기예보상으로는 다음주 목요일오후까지 쭉 흐릴듯.  식당에 있어서는 주말 날씨가 관건이다.  손님이 많아서 도와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기분이 좋은것이다.  일요일은 오늘은 쉬는날이었다.  일손이 부족하지 않게 시간표를 짜놓긴 했는데 날씨가 좋으면 쉬는날이어도 조금 걱정이 된다.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할지 모르지만 오늘은 날씨가 잔뜩 흐렸다.  창가에 잠시라도 앉아 볼 여유가 생겼다.  창밖으로 공장굴뚝의 연기가 보이든 또이또이 공중 화장실이 보이든 탁 트인 도시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것은, 4년째 세들어 살 고 있는 이집을 떠나기 힘든 이유이다. 남편이 혼자 살기 시작한 시기까지 합치면 7년째. 7년이란 세월간 많은 세입자들이 이 집을 거쳐갔다.

간혹 집세받는걸 까먹기도 하는 집주인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는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이겠지만, 주방과 욕실을 다른이들과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가구들이 넉넉하게 들어차는 작지 않은 방과 시세보다 싼 임대료도 이집을 떠나기 힘든 이유중의 하나이다.

15분정도만 걸으면 바로 직장인데다가 접근성이 뛰어나서  아무튼 더 많은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곳이 있더라도  당분간은 이곳을 떠나기 힘들것같다.

 



 



여기는 창고 건물인데 가끔씩 수상한 차들이 들어와서 벽에 바싹 주차시키고 뭔가를 거래하는 느낌을 풍긴다..

 집 주변에 벌써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두개나 진행중인데, 누군가가 저 창고를 헐고 건물을 짓기전까진 이 풍경은 이집을 거쳐간 모가에게 노스탤지어로 남겠지. 요새 한국의 인터넷상에서 자주 거론되는 '하우스 메이트'라는 단어. 무슨 일본어처럼 줄여서 '하메'란다. 우울한 시대상을 반영하는 신조어중의 하나로써 개인영역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에게 그다지 유쾌한 단어만은 아닌것 같다.

집값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구매하기에는 턱없이 비싸고 빚을 내서 사자니 집값은 떨어질거라고 하고, 전세계 유일무일한 전세라는 대단하고 신기한 제도가 있지만 그 전세값도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이 매달 남한테 돈을 주고 살아야하는 다소 우울한 개념의 월세. 하지만 그 월세도 혼자 부담하기는 너무 힘드니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라 같이 살아야한다고 해서 안그래도 지독한 열등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하는 대다수의 한국 젊은이들을  굳이 또 카테고리화하는 우울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에 상주하는 젊은 이들이나,  같은 도시에 살지만 부모로 부터 독립하길 원하는 리투아니아 젊은이들에게 하메는 'kambariokas' 라는 단어로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가 그렇게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때문에 불합리한 사회상을 반영한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의미나 뉘앙스는 사실상 함축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집을 나오고자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시간당 2200원정도 하는 법정 최저임금을 받고도 자기 나름의 인생을 꾸려가는 학생들이 많다.

 물론 그들의 생활이 풍요롭고 모두가 만족스런 삶을 영위하고 있을거라고는 장담할 수없지만, 이들에게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불행해지지 않겠다는 마인드가 한국인들보다 강한것이 사실이다. 주택을 임대할때 뿐만아니라 구매를 할때에도 가구가 딸린 집을 사는 경향이 있는 이곳에서 수차례 집을 옮겨다니더라도 보통은 자기 옷과 침대보, 책, 컴퓨터가 이삿짐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자기 냄비나 후라이팬 정도는 보통 가지고 다니지만 보통은 주인혹은 전 방주인들이 남겨둔 식기나 가전제품들을 그대로 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한국과 유럽사이에는 여러가지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하우스메이트를 구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라는 짧은 기사를 읽은적이 있는데, 한마디로 거기에 명시된 모든것을 염두에 두다가는 하우스메이트의 삶이 정말 황폐하기 이를데 없어질것같은 기사였다. 그렇지 않아도 마지막 대안으로 선택된 삶인데 규칙과 또 다른 규칙으로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옭아매야하는 상황이 된다. 프라이버시라는것은 엄연히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받길 원하는 태도보다는 남의 사생활을 보호하고자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나 역시 알게모르게 누군가에게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하는것 같다.

 살아온 환경과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사는데, 자기 기준을 적용해서 모두가 자기처럼 살길 바라는것은 욕심이다 이거다.

 왜 남들은 이렇게 안하지 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내 자신도 남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걸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중요한것은 정작 남들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말하지 않는다는것이다. 어느정도는 타인도 불편을 감수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소리다. 물론 내가 이런 프라이버시의 개념을 정립하기까지는 여행중의 호스텔 생활과,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의 자유분방한 풍조가 한몫했다 하겠다. 집주인의 관심밖에서 방치되다시피했던 이 집에서 많은 친구들이 원하는대로 페인트칠을 하고 가구를 옮기고 그랬다. 새로운 세입자들은 어느정도는 전임자들의 마인드를 바통처럼 이어받았다. 한때 사진가의 암실로 쓰여졌던 이집의 독특한 구조도 새로운 세입자들을 정돈되지 않는 주택의 분위기에 동화되게끔 했다. 하지만 이곳 리투아니아의 모든 사람들이 남과 살면서 충돌없이 원만하게 살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지 적어도 지금까지 이집에서 냉장고에서 딴 사람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분쟁이 오가거나, 넌 왜 화장실 청소 한번도 안해 라는 화두를 던진 사람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누가 화장실 청소하면, 그건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고 싶어하는 사람의 문제인거고, 누군가가 설거지로 가득한 싱크대를 못견뎌한다면 자기 설거지를 제때제때 하면 그만이지, 너 왜 설거지 안하니 하고 유치하게 다툼을 걸 이유는 없다 이것이다. 그냥 어차피 다 함께 사는거 그까이거 편하게 살지 뭐 그런 방식이다. 물론 최소한의 인간성은 갖춰야한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