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18.01.24 08:00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리투아니아어로도 번역되었네. 나는 원작을 읽어보진 못했고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맨부커상 수상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것 같고 뭔가 김영하의 데뷔작을 영화화 한 <나는 나를 파괴 할 권리가 있다> 느낌이 물씬 나는 저예산 영화였음.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여성형 명사로 표기 되었다. 영문판을 리투아니아어로 번역했겠지 했는데 리투아니아인이 한국어에서 바로 번역했다. 도서관에 있으면 한번 빌려서 읽어봐야겠다. 채식주의자는 베게타라스 Vegetaras, 비건은 베가나스 Veganas. 로푸드 먹는 사람들은  쟐리아발기스 Žaliavalgis. 단어들이 뭔가 그리스적인데.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8.01.23 08:00


알면서도 저지르는 실수들이 있다. 샴푸가 다 떨어졌는데 샴푸 대신 똑같은 용기 디자인의 컨디셔너를 산다던가 그리고 지난번에 그랬으니 그러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으면서도 두 번 그런 실수를 한다던가. 샴푸인 줄 알고 쓰다가 왜 거품이 잘 안나지 생각한다던가. 저기 떨어진 저거 주워야겠다 하면서 모서리 조심해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줍고 머리를 들다 부딪친다던가. 분명히 우유를 사려고 했는데 케피르를 산다던가. 정말 거짓말처럼 분명 확인을 하는데도 결국 우유 대신 케피르를 사올때가 있다. 케피르는 요거트보단 묽지만 우유보단 걸쭉하고 시큼한 유제품으로 유산균 함량도 높고 가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설탕을 섞어 먹어도 씨리얼과 잼을 넣어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우유라고 생각하고 마셨는데 케피르이면 충격이 크다. 리투아니아어로 우유 Pienas 는 폴란드어 러시아어랑도 모양새가 꽤나 달라서 우유인지 알아차리기 힘든 반면 케피르 Kefyras 는 이들 나라들 말이 거의 비슷하다. 흔들어봤을때 덜 찰랑거리는 것이 케피르. 사실 케피르를 한 번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리투아니아의 대학 식당이나 병원 구내 식당 같은 곳에 가면 케피르와 콤포트를 담은 폭이 좁은 유리잔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케피르 주세요 해서 부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유리잔을 식판에 얹으면 알아서 계산해준다. 그만큼 익숙한 서민 음식, 생활식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8.01.11 08:00


2018년 2월 16이면 리투아니아가 러시아 제국의 지배로 부터 벗어나 독립 공화국임을 선포한지 100년째 되는 날이다.  물론 그 이후로도 짧게나마 독일의 지배를 받았고 긴 시간 소비에트 연방에 편입된 역사가 있지만 현재의 리투아니아 공화국으로서의 역사는 1918년 2월 16일부터 시작된다. 일년 후 리투아니아의 초대 대통령이 선출되고 일주일 남짓 후에 상해에서 임시 정부가 성립된 역사를 보고 있으면 그 시기의 약소국들의 운명이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느낀다. 2월 16일은 리투아니아에 와서 살게 된 첫 해 처음 맞이했던 공휴일이었고 한달 후 3월 11일의 공휴일도 독립 기념일이라 처음 이삼년간은 어떤 날이 어떤 날인지 줄곧 헷갈렸다. 1991년 3월 11일은 당연히 소비에트 해체와 관련된 독립 기념일이다. 1918년 공화국 선포 이후에도 국가로서의 자율성이 배제된 채의 억압으로 점철된 역사인데 1918년을 더 의미있는 날로 삼고 다음달에 있을 독립 100주년을 대대적인 국가적 행사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마 1918년의 독립 선언과 그 정신이 없었다면 3월 11일의 독립도 있을 수 없었을거라는 상징성때문일 것이다. 리투아니아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아돌파스 샤포카 Adolfas Šapoka 의 리투아니아 역사 Lietuvos Istorija 는 역사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애국자 기질이 다분한 평범한 리투아니아 시민들에게도 역사의 바이블로 통한다. 오랜 기간 금서로 지정되어 있었고 독일과 러시아 지배 속의 탈출 러쉬 속에서도 이 책만은 챙겨갔다는 그런 책. 리투아니아의 천년 역사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개되는 이 책을 그 혼자의 힘으로 쓴것은 아니고 각각의 시각을 지닌 역사학도의 서술을 아돌파스 샤포카가 편집한 책이라고 보면된다.  독립 공화국 선포 100주년을 기념하여 독립 선언문 복사본과 여러 종류의 지도를 포함한 소장본이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판이 되어서 작년에 구입했는데 연휴에 맞춰 방문한 시어머니 댁에도 1989년과 2016년 버전이 있어서 고요했던 크리스마스 밤에 경건한 마음으로 펼쳐서 읽었다. 참고로 맨 왼쪽의 음식은 양귀비씨앗을 짓이겨서 물을 부어 만든 차가운 크리스마스 음료에 전통 과자를 시리얼처럼 넣어 먹는 음식이고 중간은 쉼타라피아이(http://ashland.tistory.com/671).



역사 (Istorija), 지리 (Geologija), 화학 (Chemija) 등등 학문에 관한 리투아니아어는 영어의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 이 책이 출판될 당시 샤포카의 나이는 고작 서른을 넘긴 후였다. 그 자신은 가까스로 캐나다 밖으로 탈출하여 소비에트의 영향을 벗어났지만 그의 아버지와 형은 시베리아로 유형되서 한 달만에 목숨을 잃는다. 그래서 일부 지식층들이 그를 두고 부르주아 역사학도라는 날 선 평가를 보이지만 이 책의 저자에 대해 리투아니아인들은 일반적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지닌 것 같다. 리투아니아 국기의 삼색을 따라서 책갈피용 줄도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으로 만들어졌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8.01.10 08:00


리투아니아어로 된 인터넷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을 하거나 물건 구매를 할때처럼 다음 절차로 넘어 가야 하는 상황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단어. Tęsti. 계속하다. 연장하다의 동사 원형이다. 오늘 마트 계산대 앞에 서 있는데 직원이 자리를 비운 옆 계산대의 모니터 속에 남아 있던 풍경이다. 괜히 눌러주고 싶다. 마우스 커서만이라도 좀 옮겨주고 싶다. 버스 앞자리에 앉은 모르는 이의 코트에 붙은 머리카락을 무의식중에 떼어주려다 멈칫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늦은 시간 마트에 가면 일을 마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채 장을 보며 아직 근무중인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직원들을 마주칠 수 있다.  구시가지에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마트는 이곳이 유일한데 아마 이제 막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앉거나 물건을 채워넣는 직원들이라면 아마 아침이 올때까지 일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 이들을 생각하면 특히나 10시 이후 주류를 팔지 않는 방침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흥건히 취해와서는 코 앞에서 쾌적하지 않은 기운을 뿜어내는 이들은 항상 있겠지만. 물건들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바코드를 찾는 직원과 그 손길을 지나쳐 온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넣는 손님 사이의 반경 1미터. 버스를 타고 매일매일 어디를 이동하지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갈일도 거의 없는 단조로운 빛깔의 이곳 생활에서 아마 가장 가깝게 낯선이의 눈빛과 손짓을 읽을 수 있는 순간이다.



마트 가기 3시간 전 쯤. 1월의 8일이 지난 오늘. 같은 자리 같은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아 이제 휴가가 끝났겠네 하고 뒤돌아 보니 아직 끝나지 않은 휴가. (http://ashland.tistory.com/689) 한 달이나 늘어난 휴가.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바뀐 숫자. 웃음이 나왔다. 휴가를 계속하시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Tęsti 버튼을 눌러 휴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 당연하게 연장된 것처럼 느껴진다.  갑이 을이고 을이 갑이여야 가능한 기나긴 휴가일까. 정말 주인 혼자서 일하는 가게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8.01.06 08:00


어떤 언어를 배우든 혹은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하지 않더라도 어떤 외국어를 접하든 가장 처음 찾아보는 단어는 대개 '여행'이다.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이기도 할뿐더러 언젠가 지금 속해있는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게 될 것이라는 갈망은 '여행'이라는 단어 없이는 쉽게 성립되지 않기때문이다. 길 Kelis. 여행자 Keliautojas. 여행은 켈리오네 Kelionė 이다. 연휴 후에 찾아간 어린이 도서관에서 발견한 월리를 찾아라. 월리를 찾을 때 만큼의 에너지로 매번 월리인지 윌리인지를 뚫어져라 확인해야 했던 책. 리투아니아에서는 월리가 Jonas 로 바뀌어서 여전히 세상을 활보하고 있었다.  요나스 Jonas 는 리투아니아에서 매우 흔한 이름으로 이 이름이 붙은 교회도 있고 그렇다면 당연히 요한복음의 요한, John 의 리투아니아식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항상 같은 옷에 같은 모자를 쓰고 엉망진창 요지경의 세상을 한결같은 표정으로 여행하는 월리, 요나스. 커다란 종이 두 바닥에 함축된 각양각색의 세상 속에서 가장 평온했던 얼굴. 문득 나는 어떤 표정으로 여행했으며 다음 여행 속의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여행의 본질은 어쩌면 다시 돌아와서 질주해야 할 곳과의 말랑한 타협일뿐인지도. 떠나와 만끽한 느낌에 대한 질척한 증명욕으로 반복되는 고질적인 감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항상 어딘가로 떠나야만 한다는 집착으로 훼손되어서도 새로운 것을 보고 느껴야 한다는 강박으로 어지럽혀져서도 안되는 가치, 그리고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길에도 아직 내 마음이 닿지 않은 '히든 트랙' 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여행의 일부이겠지.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