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17.09.21 22:30






오랜만에 시장에 갔다.  장을 보러 간 것은 아니고 그냥 돌아다니다가 슬쩍.  시장은 구시가지를 걸어다니다  Pylimo 거리를 발견했다면 승용차가 다니는 도로의 역방향으로 계속 끝까지 올라가다보면 나온다. 역에서부터 이곳저곳 배회하다보면 보통은 만나게 되는 위치.  월요일은 쉬는 날이고 정오를 넘겨서 가면 좀 휑한 느낌이 든다. 필리모 거리는 엄밀히 말하면 일방통행인 거리인데 역으로 가는 방향으로 트롤리버스만 다녀서 버스가 없을때 자전거 타고 다니기에 참 좋은 도로이기도 하다. 옆 도로는 퇴근길이라 꽉 막혀 있는데 반대편의 휑한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그 기분이란.  이 거리에서 양 옆으로 많은 구시가지의 거리들이 뻗어 나간다.  소련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물품 중 하나인 법랑 그릇에 사이좋게 담겨있는 절인 양배추. 1킬로에 1.5유로.  삼겹살 부위를 먼저 통으로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서 잘게 자른 후 양파를 넣고 볶다가 이 양배추를 넣어서 뒤집어 가며 졸이면 약간 물에 씻은 후 졸인 김치 느낌이 난다.  물론 누가 김치를 물에 씻어서 졸이겠느냐마는. 김치찜이랑 비슷한건가. 아닌가 김치찜은 국물이 좀 자박자박하게 남는거였던가.  가격을 뜻하는 단어는 Kaina 카이나.  '얼마에요? 는 '끼엑 카이누아야 Kiek kainuoja?' 실상은 계산기 켜서 숫자 찍어주면 되겠지만. 실상은 저렇게 물어봐도 리투아니아인의 대답을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냥 적어 보는 일상 회화.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09.17 08:00



'나를 찾으러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요.'



어린이 도서관을 나오는 길에 발견한 '기다림의 상자'. 주인이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다면 기다림의 의무를 완수할 것들.  다음에 갔을 때엔 빈 상자이기를.  'ㅊ' 발음에 해당하는 리투아니아 알파벳 'Č.'   'C' 는 오히려 'ㅉ' 에 가깝게 발음됨. 그러니깐 Čia 치아.  이것은 무엇이다의 이것으로도 자주 쓰임.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09.11 08:00



자유가 뭐죠?

자기 자신이 되는 거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죠?

살아야죠


(히메나 선생님과 시릴로의 대화. 푸힛)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09.07 08:00



이곳은 우리 동네의 관할 병원, 아기의 전담 의사와 패밀리 닥터가 일하고 있는 병원의 물품 보관소이다.  보통의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사설 병원이 아닌 국공립 병원을 이용한다. 정말 촌각을 다투는 상황일때에는 어쩔 수 없이 개인 병원에 가겠지만 보통은 조금 기다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병원비가 들지 않는 공립병원을 이용한다.  몸이 아프다,  문제가 생긴것 같다 싶으면 우선은 패밀리 닥터를 찾아가고 그 의사의 진단에 따라 약을 처방 받고 좀 더 세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싶으면 의사의 소견에 따라 다른 의사에게로 보내지는 식이다.  보통은 전화로 진료 예약이 이루어져서 현장에서 접수 할 필요 없이 바로 의사를 만나러 가기 때문에 패밀리 닥터를 보러 가는 날이라면 마주치게 되는 병원내의 유일한 또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물품 보관소의 담당 직원이다. 영아의 경우 태어나서 1살이 될때까지는 매달 한번 필수적으로 담당 의사를 방문해야 하는 구조라서 매달 한번씩 그녀와 만났었다. 나는 길에서도 그녀를 만난적이 있다.  얼굴이 낯설지 않아 눈인사를 하고 지나가면서 한참을 누구였는지 생각하다 그녀인지를 알아차리곤 했다. 그녀는 으례 내가 병원을 찾는 환자라고 생각했을것이다. 누구와 왔었는지 무슨 일로 왔었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가볍게 말을 섞는 쾌활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항상 온화한 표정으로 옷을 받아들곤 했고 거의 항상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지난 6월초에 파네베지에 갔을때의 다른 병원 물품 보관소 모습이다. 보통의 병원들의 물품 보관소는 항상 붐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두꺼운 겉옷을 입고 의사를 만나러 들어갈 수 없다. 혼난다. 반드시 이곳에 맡겨야 한다.  옷을 벗어서 맡기는 사람,  번호표를 손에 쥔채 옷을 넘겨 받는 사람 뒤에 바짝 붙어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 옷을 찾아서 입고 있는 사람, 중요한 물건을 꺼내고 옷을 맡길 준비를 하는 사람, 무릎을 굽힌채 앉아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있는 사람, 스카프를 두르고 스웨터를 입고 다시 겨울 코트를 온 몸에 짊어지는 사람.  코트 주머니속에 전화기를 깜빡하고 방금 맡긴 코트를 황급히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때문에 순서가 밀리는 사람, 번호표를 찾지 못해 한참 동안을 가방을 뒤적이는 사람 등등 아픈 몸을 끌고 병원에 막 도착한 사람이든 진찰을 받고 마음이 가벼워진 사람이든 이곳은 옷을 입는 사람과 벗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장소이다.  패션쇼장 대기실 만큼의 긴박함도 함께 목욕하고 나온 아주머니들의 수다로 흥건한 공중 목욕탕 탈의실의 시시콜콜함도 없지만 이곳에는 혹독한 겨울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아늑함 같은것이 있다.  찬기가 밴 무거운 옷들을 벗어놓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따뜻한 병원 복도를 지나 1유로 남짓한 네스카페 자판기 커피를 꺼내 먹는 그런 포근함,  분명히 정해진 시간에 왔는데도 이전의 지각한 환자들로 인해 하염없이 내 순서가 밀리고마는 습관적 모순 조차도 병원 의자가 방석처럼 붙들고 있는 나른함속으로 숨어드는때, 겨울의 리투아니아 병원의 인상은 그렇게 물품 보관소에서 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내가 가는 병원은 리노베이션이 안된 오래된 건물이라 의사들도 별로 남아 있지 않고 이용 주민이 상대적으로 적다. 패밀리 닥터들만 있을뿐 다른 전문의들은 없다고 보면 되고 채혈실도 엑스레이실도 전부 10분거리의 다른 병원에 있다. 이 병원의 물품 보관소는 그래서 그다지 붐비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항상 보관소 창문 근처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물품 보관소가 바쁜때는 당연히 한 겨울이다. 나는 지금이 겨울이라는것을 창문을 통해 오며가는 육중한 코트들 대신 그녀의 손에 쥐어진 털실 꾸러미와 대바늘을 통해서만 감지 할 수 있었다. 여름의 물품보관소는 휴가중이다. 더이상 누구에게도 코트도 머플러도 필요없는 계절인것이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그녀는 어쩔 수 없는 휴가를 부여받는것일까?  그녀는 여름 내내 무엇을 할까.  




루비네 Rūbinė 는  '옷' 이라는 의미인 루바이 Rūbai '를 장소화한 명사이다.  루바슈카라는 러시아의 의상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동일한 어원일까?  때에 따라서 Drabužinė 라는 단어를 이용하는 공간도 있지만 이 단어의 어감은 좀 더 격식있고 옷의 기능적 측면이 아니라 미적인 면을 강조한 느낌의 단어이다. 옷을 맡기면 이런 번호표를 준다.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아마 돈을 물어야 할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08.10 09:00



(Vilnius_2016)



3월말에 서울에서 돌아와서 맞닥뜨린 빌니우스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이 건물이 없어진것이다. 이 건물은 이제 없다. 그냥 없다. 없다는것만큼 명백한것이 없다.  없는것을 제외하면 없는것은 없는것이다.  '우리 리에투바 극장 앞에서 만나자' 하면 '어? 그거 오늘 거기에 없을걸? 그거 없어졌잖아.'  라고 말하는것이다.  무심코 서있었던 콘크리트 덩어리 들이지만 특정 시간과 공간속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가느다랗게나마 생채기를 남긴다.  회색 하늘 아래에서 더 짙은 회색으로 반짝였던 저 Lietuva 라는 글자도 이제는 없다.  빌니우스의 중앙역 부근부터 시작해서 구시가지의 핵 Gediminas 대로까지 구시가지를 감싸안듯 척추처럼 연결되는 Pylimo 거리의 허리쯤에 위치한 이 건물은 한때 '리투아니아 Lietuva ' 라는 이름을 걸고 극장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거의 10년도 넘게 이 장소는 방치됐고 난 이 건물이 제 기능을 하는 모습을 결국 한번도 보지 못했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본것은 이따금 업데이트되는 냉소로 가득찬 스프레이 낙서와 붙인 자리에 또 붙여지고 또 다시 덧붙여져 역사를 만들어가던 공연 포스터들이었다.  저 얕은 계단에 앉아 음주를 즐기는 청소년들과 집없는 자들도 무수히 맞닥뜨렸다. 과연 언제쯤 이 버려지고 황폐해진 오래된 극장을 쓸고 닦고 광을 내서 빛을 보게해 줄 자가 나타날것인가.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걸까. 그렇게 오랫동안 안타까워했는데 정작 드디어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고 하니 청개구리처럼 마음이 좋지가 않다.  아마 기존의 건물을 수리하고 새단장하는것이 아니고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전혀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는것에서 마음 한켠이 서늘해진것 같다. 이곳에서  수업을 빼먹고 영화를 봤다거나 주머니속 동전을 탈탈 털어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기억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오며가며 바라본 움직임없는 그 풍경만으로도 짧은 시간속에 노스탤지어가 생겨버린것이다. 건물을 지나치던 무수한 행인중의 하나였을 나의 추억도 거대한 굴삭기로 파헤쳐저 파쇄기의 소음과 함께 공중분해되었다.





이 극장 뿐만아니라 이 극장의 뒤쪽의 언덕배기에도 극장의 왼편에도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의 방치된 건물들이 많았는데 2년 사이에 새로운 주택들이 지어지고 극장 왼편의 새롭게 리노베이션된 건물 일층에도 카페 두개와 베이커리 하나가 자리를 잡았다.  일전에 레몬 타르트를 먹었던 커피가 맛없던 카페와 (http://ashland11.com/430)  리투아니아의 성공한 카페 브랜드 커피인의 로스터리와 향초가게와 고급 식료품점도 들어섰다. 물론 불에 탔거나 부서지기 일보직전이었던 그런 건물들은 그리고 이 극장 건물 또한 이미 오래전에 누군가가 사들인 상태였을것이다.  입찰을 받고 재원을 모으고 설계자를 찾고 건설과 관련된 행정 업무등등에 쏟아야 했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을것이다.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낸다는것은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오랜 시간이 녹아들어간 꿈이었을것이다. 빌니우스의 구시가지가 점점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장소에 이 카페들이 생겼을때만 해도 극장이 드디어 수리에 들어가나보다 했는데 왠걸 아예 철거를 하고 이 장소는 2018년 말에 모던 아트 뮤지엄 개관을 앞두고 있다. 건축 설계를 맡은 사람은 다니엘 리베스킨트이다. 이 건축가의 작품은 부산에서도 봤다. 얼마전에 보고 온 베를린 유태인 뮤지엄을 지은 사람인데 사실 난 그 건물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된다. 가뜩이나 이 극장 자리는 부지가 넓지도 않고 트롤리버스 정거장도 있고 주변의 주택가들도 상당히 근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이런 요소들에 조화를 이룰 건물을 어떤식으로 지어낼지 궁금해진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