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18.01.06 08:00


어떤 언어를 배우든 혹은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하지 않더라도 어떤 외국어를 접하든 가장 처음 찾아보는 단어는 대개 '여행'이다.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이기도 할뿐더러 언젠가 지금 속해있는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게 될 것이라는 갈망은 '여행'이라는 단어 없이는 쉽게 성립되지 않기때문이다. 길 Kelis. 여행자 Keliautojas. 여행은 켈리오네 Kelionė 이다. 연휴 후에 찾아간 어린이 도서관에서 발견한 월리를 찾아라. 월리를 찾을 때 만큼의 에너지로 매번 월리인지 윌리인지를 뚫어져라 확인해야 했던 책. 리투아니아에서는 월리가 Jonas 로 바뀌어서 여전히 세상을 활보하고 있었다.  요나스 Jonas 는 리투아니아에서 매우 흔한 이름으로 이 이름이 붙은 교회도 있고 그렇다면 당연히 요한복음의 요한, John 의 리투아니아식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항상 같은 옷에 같은 모자를 쓰고 엉망진창 요지경의 세상을 한결같은 표정으로 여행하는 월리, 요나스. 커다란 종이 두 바닥에 함축된 각양각색의 세상 속에서 가장 평온했던 얼굴. 문득 나는 어떤 표정으로 여행했으며 다음 여행 속의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여행의 본질은 어쩌면 다시 돌아와서 질주해야 할 곳과의 말랑한 타협일뿐인지도. 떠나와 만끽한 느낌에 대한 질척한 증명욕으로 반복되는 고질적인 감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항상 어딘가로 떠나야만 한다는 집착으로 훼손되어서도 새로운 것을 보고 느껴야 한다는 강박으로 어지럽혀져서도 안되는 가치, 그리고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길에도 아직 내 마음이 닿지 않은 '히든 트랙' 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여행의 일부이겠지.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29 08:00


토요일이었던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명절. 공식적으로는 24,25,26일이 크리스마스 휴일이지만 보통 새해까지 이어서 겨울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운송회사도 다른 유럽나라의 거래처도 다 긴 휴가에 들어서서 가까스로 물건을 싣어 오느라 지난 한 주일은 꽤나 긴장상태였다. 그래서 평일이었던 오늘 조차 도로가 한산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의 횡단보도 앞 중고 옷가게에 종이 한 장이 붙었다. 이 종이는 크리스마스 훨씬 이전의 14일경에 이미 붙어 있었다. 'Dirbsiu nuo 2018 01 08'  '나는 1월 8일부터 일할겁니다.' 라는 뜻. '일할겁니다' 동사는 명백히 1인칭 단수였다. 보통 이런 경우 1인칭 복수 동사 (Dirbsime) 를 써서 '우리는 언제부터 일합니다. 언제까지 휴가입니다' 로 쓰는데 1인칭 단수를 쓴것은 점원이 주인이거나 항상 혼자 일하는 점원이 휴가에서 돌아와 알아서 종이를 떼고 다시 일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옷가게 자신이 일한다고 했거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빌니우스에 돌아와보니 정작 눈은 다 녹아있었다. 보통 거리에서 잔디위로 비켜난 눈은 조금 남아있게 마련인데 마치 겨울들어 단 한번도 눈이 내리지 않은 양 깡그리 다 녹아버렸다. 아직 10일이나 남은 누군가의 휴가. 휴가에서 돌아올즈음엔 밟히지 않은 예쁜 눈이 다시금 소복히 쌓여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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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12.23 08:00


'오늘의 런치', '점심 메뉴'. 구시가지를 걷다가도 식당 입간판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단어. 구시가지 입간판에 메뉴와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면 저렴한 점심 메뉴가 있으니 들어오세요 라는 소리일 확률이 높다. 이곳은 신시가지의 뒷골목이었다. 뒷골목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실 굵직하고 투박한 건물들이 서로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듯한 이 구역은 그냥 볼 일이 있는 사람들만 끈덕지게 드나들고 아는 사람만 알면 되는 공간들로 가득 채워진 어디가 입구인지 뒷문인지 애매한 매우 배타적인 풍광을 지닌 곳이다. 흡사 영업을 끝낸 식당 아저씨가 한 밤중에 시커먼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와 담배를 꺼내 물 것 같은 풍경속에 매달려있던 오늘의 점심 광고. 무엇을 주는 지를 굳이 알려야 할 필요도 없다. 때가 됐으니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 할 것 아니겠소 라고 말하는 듯한 단도직입적인 문구.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빌니우스시의 행정구역 중 하나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서 관광지 개념으로 특별히 이름 붙여진 것이 아니라 그냥 빌니우스 시 산하의 구 의 개념이라고 보면된다. 그런 구시가지(Senamiestis) 와 바로 맞닿아 있는 구역이 신시가지 (Naujamiestis) 인데 그 구역도 구시가지에서 전부 도보로 커버가 될만큼 밀착되어 있고 신시가지 자체도 넓지 않다. 신시가지에서는 소련시절에 지어진 4-5층짜리 대단위 주거단지 흐루쇼프카를 구경할 수 있다. 나라가 집과 보드카를 주던 시절. 주변에는 자신들의 돌아가신 할머니들로부터 이들 주택을 물려 받아 새롭게 단장해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오래된 공장 건물들도 많다. 그런 건물들의 경우 천장 높이가 5미터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2010년 정도부터 Loftas (Loft) 붐이 불어서 활동적인 젊은 예술가들이 새롭게 탈바꿈 시켜 창작 공간이나 공연 시설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건설업자들도 그 유행에 편승해서 재단장시켜 비싼 값에 팔기 시작했지만 그런 경우 이미 로프트 특유의 탁 트인 공간의 자유분방한 느낌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천장이 높은 만큼 어느정도 평수가 확보가 되어야 좀 그 느낌이 살텐데 작은 면적으로 이렇게 자르고 저렇게 자르니 천장만 높아진 좁은 방의 형태가 되고 이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의 분위기 자체가 마냥 밝고 건전하진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잘 안팔린다. 그럼에도 이 구역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고 접근성이 좋아서 직원들을 많이 수용해야 하는 기업들이나 저렴한 비지니스 호텔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시내버스를 타면 10분만에 국제 공항에 도착할 수 있는 신시가지이다. 삭막하고 때로는 음습하고 퀴퀴하기까지한 이 구역의 건물들 사이를 염탐하는 것은 겹겹의 지붕을 누른채 여기 저기 솟아 있는 성당 첨탑을 이정표로 삼아 구시가지를 배회하는 것 만큼의 재미가 있다. 구시가지가 구불구불한 길로 우리를 휘감아 은은한 파스텔톤 메타포를 유도해내는 곳이라면 이곳은 코를 킁킁거리면 놋물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건물을 타고 치솟는 환기구를 허파로 장착한 무채색의 언어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구시가지가 결벽에 가까운 현악 4중주를 연주하려는 곳이라면 이곳은 오래된 타악기 연주가 악보 없이 진행되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결국 나를 좀 더 동하고 두리번거리게 하는 것들은 이런 풍경들이다. 물론 구시가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언덕 위의 집을 마다하겠냐마는.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7.11.08 08:00



가끔 들춰보는 11년 전 나의 리투아니아어 교과서. 나의 선생님이 매일 아침 프린트해서 주신 것을 제본해서 간직하고 있다. 스승의 대학 강의가 시작되기 전 아침 7시에 1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18번의 수업.  지금 생각해도 그 수업은 굉장히 명료했고 유익하고 즐거웠다.  대학에서 어학당 선생님도 겸하고 계셔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 본  스승의 노하우도 있었겠지만 현지에 지내면서 현지어를 알파벳부터 배운다는 첫 경험은 짜릿한 일이었기에. 리투아니아어 수업이 끝나고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일 중 하나는 빌니우스 대학 근처의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일이었다. 그곳은 지금 중국식당으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이름을 몰리도 사기야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빵들에 잼이나 크림이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아서 빵 속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를 아침에 배운 단어들로 구분해 낼 수 있었을때의 느낌은 굉장히 어려운 시사 독해를 읽어 냈을때 보다 더 큰 희열이었다.  비슷한 모습, 비슷한 방식, 비슷한 맛이지만 다른 언어로 다르게 불리워 지는것들이 색다른 존재감으로 다가올 때. 음식이 그 맛과 생김새뿐 아니라 불리워지는 단어 그 자체의 느낌으로 고유한 존재감을 가질때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런 때가 분명 있엇다. 





빵 (Bandelė)이나 파이, 파운드 케익(Pyragas) 케익 (Tortas ) 아이스크림 (Ledai)  이름들에 거의 항상 따라 붙는 전치사는 Su 이다. 영어의 With 러시아어의 C 와 같은 개념인데. Su 뒤에 붙는 단어들은 반드시 5격 복수 변형을 거친다. 요즘에는 영어 메뉴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산더미처럼 쌓인 빵들 앞에서 고민할때 리투아니아어를 이해할 수 있으면 고르는데 도움이 된다. 

-ĖS 로 끝나는 여성 복수는 -ĖMIS 로

 -OS 로 끝나는 여성 복수는 -OMIS 로 

-Ė 로 끝나는 여성 단수는 -E 로

-A 로 끝나는 여성 단수는 -A 로

-AS 로 끝나는 남성 단수는 -U 로 

-AI 로 끝나는 남성 복수는 -AIS 로  

US 로 끝나는 단수는 -UMI 로 변형된다. 


예를 들면


Avietės 라즈베리 Su avietėmis (라즈베리가 들어간) 

Ražinos 건포도 Su ražinomis 

Braškė 딸기 Su braškėmis

Obuolys 사과 Su obuoliais

Kriaušė 배 Su kriaušėmis

Vyšnios 체리 Su vyšniomis

Slyvos 자두 Su slyvomis

Rabarbarai 루바브 Su rabarbarais

Serbentai 커런트 Su (juodais) serbentais 대개의 경우 블랙 커런트

Citrina 레몬 Su citrina

Vynuogės 포도 Su vynuogėmis

Apelcinai 오렌지 Su apelcinais

Medus  꿀 Su medumi

Mėlynės 블루베리 mėlynėmis 

Pienas  우유 Su pienu

Grietinėlė 크림 Su grietinėlėmis

Varškė 코티지 치즈 Su varške

Šokoladai 초콜릿 Su šokoladais

Grybai 버섯 Su grybais (버섯 들어간 빵들이 의외로 많다)

Daržovės 야채 Su daržovėmis 

Mėsa 고기 Su mėsa

Dešra 소시지 Su dešra 

Riešutai  땅콩 Su riešutais 

Aguonos 양귀비씨 Su aguonomis 

등등 


무엇이 가장 맛있을까. 커피와 차와 함께라면 사실 무엇이든... 



 루바브가 들어간 파이. 



배가 얹어진 파이



소시지가 들어간 빵



체리가 들어간 파이



양귀비씨 들어간 파이. 

양귀비씨 들어간 것은 리투아니아에서 먹어보는게 좋다. 맛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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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10.15 08:00



어릴 적 동네 소아과 선생님의 '어디보자아'하는 친절한 목소리와 함께 혀를 짓누르고 들어오던 스테인리스 설압자. 이 카페에서는 바닥이 얕은 커피잔에 담겨지는 커피에는 늘상 그 설압자 같은 스푼을 놓아준다. (http://ashland11.com/385). 얼마전에 우유를 작은 병에 따로 담아주던 것이 기억나서 오늘도 밀크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귀여운 스푼도 딸려 나왔다. 이곳은 생강 쿠키 하나도 함께 얹어 준다. 읽으려고 가져 간 잡지에 뜬금없이 '한국'이 제목에 들어간 기사가 있었다. 리투아니아의 언론에 한국이 등장하는 경우는 보통 북한 관련 소식이다.  인도에 가서 인도 사람들에게  카슈미르 같은 분쟁지역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노프라블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참 많다. 언론에 보도되는 북한 관련 이야기들을 진정 걱정 섞인 눈빛으로 물어오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노플라블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도를 통해 접하는 남의 나라 전쟁 관련 소식들은 현지에서 체감하는 것보다는 항상 좀 더 공포스러운 것 같다. '전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안일한 발상인데 말이다. 게다가 러시아의 탱크가 산 사람들을 짓밟고 지나간 역사가 아직 엊그제 뉴스처럼 생생한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나저나 기사의 제목은 '로봇세 도입을 눈 앞에 둔 한국' 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한국 자체에 대한 기사라기 보다는 로봇세 도입에 대한 전박적 경향에 대한 기사인데 우리나라 로봇세 도입도 아직 확정되지 않지 않았나? 기사에서는 내년에 도입한다고 나온다. 잘못 읽었나?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한국은 Pietų Korėja. 남한이다. 재밌는것이 리투아니아의 아침 점심 저녁이 Rytas, Pietus, Vakaras 인데 다시 말하면 동쪽 남쪽 서쪽이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그대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그냥 '피에투 코레야' 라고 말하는게 좋다. 코레야라고 말하면 남쪽? 북쪽? 이라고 다시 물어보는 슬픈 현실. 그건 뭐 세상 어디가도 그렇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