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라 하면 뭔가가 좀 오래 지나서 어렴풋한 가운데에 즐겁고도 가슴 뛰었던 일들에 관한 지극히 선택적이고 편파적이며 멜랑콜리한 골몰이라고 생각하는데 신기하게도 가장 가까운 아침에 벌어진 일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에 벌어진 일들이 아주 오랜 기억 저편으로 서서히 스러져 그것을 회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했다. 누군가의 여행이 나의 여행처럼 느껴졌으니 그것이 마치 소설 속 화자가 자신의 여행 중에 읽고 있는 여행 에세이의 유쾌한 농담의 한 귀퉁이를 몰래 읽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리하여 나는 지금까지의 들뜬 기분을 최대한 금이 안 나게 꼬깃꼬깃 접어서 이제는 좀 지상으로 내려와야겠다. 바르샤바에 내렸다가 가까스로 빌니우스에 당도한 새콤달콤과 카라멜 그리고 작설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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