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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잔지바르에서 온 떡볶이.


정거장에서 내리면 직장까지 50걸음 정도 대형 마트 내부를 지나쳐서 걸어간다. 나에게 뭔가를 팔아보려 했지만 불러 세우는 것조차 실패한 과거를 가진 어떤 사람을 지나고 현금지급기에서 돈뭉치를 꺼내 검은 가방에 집어넣는 중이지만 복면은 쓰지 않은 느긋한 현금수송팀을 지나고 술대신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계시는 건전한 할아버지들을 지나고 열심히 오늘의 반죽을 준비하는 도미노 피자 직원들도 지난다. 그렇게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타자들의 일상을 휘리릭 되새김질하며 걸어가는 와중의 찰나를 비집고 잔지바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 날. 주변의 다른 목적지들에 비해 낯선 곳이었고  적힌 문자를 스스로 읽고 입안에서 발음해 보는 것은 처음이라 기억에 남았다.

이런 새로움들에 할애하는 꼬리를 무는 겉핥기의 시간은 사실 그리 길지는 않다. 대략 24시간중의 2.4분.

그러니 나무위키를 2.4분간 읽은 결과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이라면 우선 잔지바르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속한 섬이며 노예중개무역으로 번성했던 곳이라 페르시아어로 흑인해안이라는 뜻이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이며 역사상 가장 짧은 전쟁으로 기록된 영국과 잔지바르 전쟁이 1896년 8월 27일 9시 2분부터 9시 45분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잭 블랙의 그룹 터네이셔스 디의 노래 중에 이 도시가 등장한단다. 참으로 잭블랙다운 가사는 이러하다.

What's your favorite dish?
I'm not gonna cook it
But I'll order it from Zanzibar


그래서 잔지바르가 최종적으로 소환해 낸 것은 엉뚱하게도 '스쿨오브락'이다. 영화 터네이셔스 디만큼의 B급 진상은 아니지만 충분히 그 전조를 보여줬던 잭 블랙 트릴로지, 나의 올타임페이보릿 4강. 당면과 힌칼리, 캐롤리나라는 이름의 고통스러운 고추 한 조각을 넣고 떡볶이를 만들어서 잭 블랙이 잔지바르에서 시켜준 것 같은 마음으로 먹으면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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